사귄 기간이 약 5년 이상되는군요..정확하게 기억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뭐..어느 시점부터 사실상 끝난 관계인지 정의 내리기 나름이겠군요.
보통 연애라는 것이 끝난 뒤에 시간이 흐르면 좋은 기억들이 추억으로 남기 마련인데 2년이 지난 지금도 바득바득 이가 갈리고 현재 만나고 있는 여친의 '정상인' 같은 반응에 새삼스럽게 놀라면서 의도치 않게 자꾸 떠오르게 만드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친구로 지내다가 사귄 케이스입니다.
곱게자란 부잣집 딸이란 이미지에 어줍잖은 얼음공주 이미지가 강한 여자였죠. 친구였을 당시 각방이라곤 하지만 1박 이상씩 하는 여행도 같이 다녔던 점도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계속해서 간을보며 입질을 줬던 것이고 사귀자고 고백했을 때도 거의 반년을 빼다가 고가 명품 선물하니 받아줬던 시작부터 이 관계의 결말의 스포일러였을탠데 콩깍지가 씌워진 저에게만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당시 30초반이었던 커플이었기에 연애 시작부터 결혼을 어느정도 전제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여자가 저에게 바랬던 점은 '큰 산 같은 존재가 되어달라.' 였죠. 초반은 그럭저럭 순탄했습니다. 아, 둘 사이가 순탄했지만 제 지갑 사정은 그렇지 않았죠. 일주일에 보통 주말 2일 데이트를 했는데 같이 지내면서 식사를 8만원 이하로 해본 적은 손에 꼽습니다. 주말내내 식비로 8만원이 아니라 한끼에 둘 합쳐서 8만원이죠. 10만원 넘기는 일수였고 전 그 돈을 100% 다 냈습니다. 거기에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왔던 당시에 저라서 차도 없었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한 적은 거의 없었구요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무조건 택시였습니다. 거기에 모텔을 가면 일단 스탠다드는 허용이 안 되었고 기본적으로 디럭스 혹은 스위트급이었구요. 대략적으로 계산해봐도 일주일에 데이트 비용으로 40~50만원 쓰는건 아무것도 아니었죠. 이러니 나중에 싸우기만 하면 "초반엔 잘해줬는데.."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큰 산' 저는 경제적 혹은 정신적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달라는 의미로 생각했는데 그건 기본이고 자기가 아무리 이기적이고 비논리적이고 말도 안 되는 쌩 지랄을 부려도 다 받아줄 남자로서의 큰 산 이더군요. 자기도 자기가 말도 안되는 소리 하는 것 아고 있는데 왜 안 받아주냐며 쌩 지랄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초-중반기에 들면서 저에게 있어서 가장 큰 불만은 돈도 아니었고 어떤 이유에서든 서로 다툼이 벌어지면 무조건 제가 풀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어쩌다 싸우는 커플도 아니었고 정말 자주 싸웠거든요. 심지어 상대가 실수를 해서 싸웠어도 저는 결국 그녀, 아니 그년의 기분을 풀어주고 있었어야 된다는 점이 정말 빡치고 힘들었던 부분이네요. 결국은 이년은 '나랑 싸우지마 결국 너만 힘들어, 심지어 내가 잘못했어도 싸우려 들지마.' 라는 식으로 길들이려 한 것 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다가 저는 사업차 해외로 나가게 됩니다.
저를 해외로 '보내주는' 자신이 엄청난 용기와 인내가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더군요. 정작 본인은 하는 것 하나 없이 제 사업이 성공하기만 기다리고 그게 안 되면 말고인 상태이면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결혼을 하기로 했는가?
네, 결과론적으로 기만행위였지만 제 마음을 굳게 해주는 일화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업계에 나름 큰 손에게 투자를 받을 기회가 있었고 중간에 한 번 틀어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낙담하고 사업이 힘들어 질 것으로 예상되어 결혼을 재촉하는 그년에게 "나 못 기다려준다고 해도 이해하겠다." 라고 했더니 자기가 벌어먹일태니 저보고 주부를 하라고 하더군요. 겨우 돈 때문에 해어지는게 말이 되냐며 했던 그 말, 이런 마인드야 말로 인생 역경을 함께 헤처나갈 동반자의 마인드다 라는 결심을 했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그 투자는 결국 성사가 되었고 사업은 잘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파국을 향해가고 있었죠. 사업이 잘 되어 가자 이제 이년은 결혼에 대한 조바심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본인은 제가 있는 해외로 나와야 할 것이고 그러면 시댁 식구들 근처에서 생활을 해야된다는 걱정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로인해 저를 가족들과 이간질을 시키기 시작하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자기 생활 다 하면서 제 생활과 사업에 감나라 배나라 하고 있는 점이 슬슬 못 참겠더군요. 그래서 사실 필요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년의 진심을 떠보기 위해서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1천만원을 제 사업에 투자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큰 망설임 없이 투자하더군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것도 뭐 대단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증거라 보기 힘든 것이 당시 모든 사업 내용 심지어 투자자와 주고 받는 이메일도 궁금하면 보게 해줬던지라 사업 규모나 내용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사업 내용을 봤을 때 1천만원 정도는 남이라도 투자 할 수 있는 사업이었으니까요. 아니, 기회로 생각하고 서로 하려고 했을 겁니다;;;
글이 길어지니 파트를 나눠서 써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