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나서 세상에 그렇게 많은 욕이 존재하는 지 몰랐어.
아니 한국어가 그렇게 다양한 말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몰랐지.
특히나,
전국 어둠의 자식들이 모이는 교도소라는 곳의 특성상,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욕들이 파생이되고,
20대 초반 혈기 왕성한 군인들의 생생한 주둥이에서
그 말들이 전파되고 있었지.
그 화려하고 송곳같은 욕들을 이유도 없이 듣고 있노라면,
정신적인 데미지가 조금씩 오기 시작하는데,
그 조금씩 쌓이는 데미지가
밤이되면 정말 원투펀치를
아랫턱에 100방 정타가 들어간듯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로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고.
나도 물론 욕도 잘하고,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상욕이 반이긴 하다만,
친구들끼리 하는 욕이야, 참 찰지고 구성지고, 정감있고 그렇잖아.
근데 여기서 듣는 상상을 초월하는 욕들은,
비수가 되기도 하고, 무기가 되기도 해서 적응하기 참 힘들었어.
그렇게 욕을 먹어가며 우리의 대기,교육기간은 지나갔고,
신병이라는 이유로,
할수 있다는 것이 없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사역에 동원되어,
하루종일 교도소 주벽 주변으로 심어진 배추에 물을 주기도 하는가면,
조그맣게 조성된 영농 축사에 투입되서,
영농병들 막사에 끌려들어가 맞다가
닭잡고 오리잡고
또 맞다가 밥먹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기도 했어.
2주간 대기기간이 2년 군생활 중 가장 힘들다고 누군가 그랬었고,
전역한지 10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 생각해도,
누군가 불쑥불쑥 불규칙적으로 들어와서
이유도 없이 푸닥거리 해대며,
지나가서 눈에 뜨인다는 이유로 갈굼을 당하고
인격모독이 점심에 나물반찬 먹듯 쉽게 이루어지며,
무엇보다 대기기간에는 일정한 근무도 없이
랜덤하게 이리저리 끌려다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지리도 안가는 그 시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
아무튼,
그렇게 2주일이 지나갔고,
우리는 어느샌가 개구리복을 벗고
회색 기동복을 입고 있었고,
훈련소에서 했던 다른 억양의 경례, 구호, 애국가에 익숙해 지기 시작했어.
대기 마지막날밤,
우리의 짐은 각자 내무반 고참들에게 들려
7개의 내무반에 뿔뿔이 흩어졌고,
각 내무반에 들어간 동기들의 악쓰는 목소리가
복도에 채워질 때 마다,
그리고 내 목소리 또한 복도로 터져나가도록 관등성명을 댈 때 마다,
이제 나는 신참 이교의 군생활이 시작되는 구나라는 것을 실감했어.
"본부분대"
내가 소속된 내무반이야.
전에 잘해준다던 고참은 보이지 않았어.
아마 근무였거나,
어딘가 청소하고 있었겠지.
점호 30분 전이였으니까 말이야.
처음 내무반에 들어왔을 때,
점호 전이라 청소 마무리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었고,
매우 분주했었어.
나야 뭐 모서리를 뚫고 있어서,
이것저것 둘러보진 못했지만,
이 안에서 2년간 생활해야 하고,
나와 같이 생활할 고참들,
침상 구석에서 창가까지 올라갈 2년의 시간이 까마득했어.
어느 군대와 마찬가지로,
막내 중의 막내 들은
정말 하는것이 없이 각 잡고 앉아있는 거 밖에 못하는거 같애.
아주 뻘줌하게 말이지.
청소 열심히 하던 고참이 밀대로 발끝이라도 스치게 되면,
이때다 싶어,
관등성명을 있는 힘것 대면서,
나의 군기는 이정도다,
니들 나 받은거 행운인줄 알아라,
그러니 나 때리지말고 잘해주세욤...
하고 군기를 보이는게 다였어.
그렇게 점호 전 청소시간이 끝나고,
점호가 시작됐어.
침상 끄트머리에,
공원 입구에 버티는 해태상 마냥
숨쉬려고 가슴팍 움직이는 것도
괜히 거슬릴 것 같아 조심스러워지는
그런 점호.
점호가 시작되자,
수교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눈빛, 몸짓부터 틀려지더라고.
이것이 군대의 점호구나...
번호1부터 10까지 가는데 2초도 안걸리는,
이것이 바로 군기구나 싶었어.
점호보고를 받는 소대장은
새로온 막내를
사랑과 정성으로 돌봐줘서
얼릉 한사람 몫을 할 수 있게 힘써주길 바란다 등등 이였던 것 같아.
점호가 끝나고
막내 환영파티를 해줬어.
매점(경비교도대는 면세가 되는 px가 없습니다)에서 과자를 한푸데기 사와서,
막내의 먹는 모습을 보여주라며
한손 가득 입에 넣어주는 좋은 고참들...
"너 어디살어"
"서울입니다"
"서울이 다 느그집이야?"
"서울 잠실입니다"
"대학교 나왔어?"
"네 그렇습니다"
"부모님은 살아계시고"
"네 그렇습니다"
"키는"
"182 입니다"
"....."
"...;;;;"
"막내 ㅅㅂ는 서울사는 대학교 평범한 집안의 내가 젤 싫어하는거 다 가지고 있는 세키네"
왕고와 나의 대화야.
인상이 매우 험학했는데,
우리 왕고가 전체 내무 반장이여서 인지,
포스가 진짜 장난아니더라고.
그리고 내무반에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모서리 각도만 재고 있는 막내에게
"내가 밖에서 뭐하다 왔을꺼 같냐"
"쟤 몇살일꺼 같냐"
라는 신병 조지기 질문공세가 쏟아지고,
그것도 모자라서,
윗고참 인상 뭉게서 웃기기 그런거 하는데,
같은 내무반에 배정된 동기놈하고 나는 정말 웃지도 못하고,
미쳐버릴 것 같았고,
그런 표정보면서 죽겠다고 굴러댕기는 수교들을 보면서,
그래도..
그래도...
우리내무반은 웃음이란게 있구나 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
-첫 근무 -
소등을 하고 전부 취침하러 누웠는데,
윗고참이 쪽지 한장을 줬어.
에이포지에 이름과 계급이 쭉 적혀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짱박혀 외우든,
뭘 하든지간에
누가 물으면 즉시 대답해야된데.
만약 대답을 못하면 우리내무반 윗고참, 동기, 일교선임, 상교선임까지 데려가서
싸그리 죽는다는군..
그리고,
나의 야간근무가 잡혔는데,
새벽두시 순찰 근무라고 했어.
고참이 깨우면 관등성명을 대면서 일어나야하고,
잠은 차렷자세로 자야된데.
*거지.
내가 잠버릇이 매우 고약한데,
다행이 코나, 이를 갈지는 않지만,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가거든
이불도 배에 둘둘 말고 자고..
근데 차렷자세라니..
사람이 수면속 의식세계를 조정한다는게 말이나 되나...
근데,
그게 가능하단걸 군대와서 알았어.
차렷자세로 자다가,
자세가 흐트러지면 눈을 번쩍 뜨게 되더라고.
거기다 일어나서 시계보지마라
옷은 1분만에 갈아입고,
계급이 낮은 순으로 깨워라...
다른내무반도 이렇게 힘든가?
우리내무반 좋다고 했는데,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도 들었어.
하지만,
내무반에서 누구하나 때리는 사람이 없어서
좋긴했어.
맞는건 정말 싫거든.
의외로 쉽게 잠들었고,
한참 시간이 흘렀어.
처음이라 의식세계의 컨트롤이 서툴렀던 나는,
누군가 나를 깨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마냥 자고 있었던 거야.
근데,
"퍽"
굉장이 튼튼한 무언가가
내 이맛박을 후려 치는 소리였고,
꼴에 군기는 들었다고
벌떡일어나서
시키는데로 옷을 입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이상한거야...
슬쩍 돌아보니
ㅎㅎㅎ;;;;
윗고참, 위에 윗고참, 그 근무시간대의 일교선임, 상교선임이 나란히 바닥에 박고 있더라고.
끙끙 대면서..
나 때문에...
아...
다리도 덜덜 떨리고,
식은땀은 물론,
유서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였어.
얼핏 시계를 보니
새벽두시근무 시작인데
2분전이더라고...
그제서야 안거야.
불침번은 대체로 수교들이 근무하는데,
수교들은 막내들 이름을 잘 몰라.
그냥 내무반만 알고,
문 열고 이름만 부르고 나간거지.
그리고 나는 신병이니까
내 위에 고참을 깨워서 다른 근무자를 챙기라고 했는데,
그 근무자가 나를 빼먹었던거야.
소대장한테 신고하니까 내가 없었던거야.
불침번은 욕먹고,
이놈도 욕먹고,
저놈도 욕먹고,
전형적인 줄빳다가 시작됐고,
줄빳다 중에 막내는 내무반에서 쳐자고 있었고,
상황을 상상해보면
다 알수 있을꺼야.
근무는 근무인지라 어쨌든 나는 옷을 입고 근무에 나서면서,
또 온갖 욕을 먹어가며
막내 교육을 어찌 시켰냐..
다 미쳤다..
그 갈굼 중에서 젤 듣기 거북했던건,
"본부분대 새키들은 다 빠졌다"
이 말이 좀 그렇더라고.
내무반 사람들이 다 좋은건 소문이나서,
그리고 본부분대는 예전에 행정병이 분대를 옮겨 생긴 분대라서,
전부 빠졌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던거야.
그래서 본부분대 대원들은
내무반에서 편해도,
밖에서는 있는 힘껏 군생활 하지 않으면,
분대욕먹이고,
한대 맞을꺼 두대맞고 그랬던거지.
근무지 까지 걸어가는데,
군생활이 뭔가 첫단추에서 잘못된걸 알았어.
그리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백만번 다짐했지.
그리고... 내일아침에 피바람 불겠구나 생각했지..
나의 근무는 순찰이였어.
순찰은 교도소 내를 일정 코스별로 돌아다니면서
위험물건, 위급상황, 수상한 움직임 등을 감시하는건데,
그 포인트마다 도장이 있어서
도장을 시간별로 찍어야돼.
근데 순찰을 보통은 복수(2명)로 도는데,
복수로 순찰을 돌게 되면,
사수는 짱박히던가 아님 거의 일직선으로만 움직이고
부사수는 발바닥에 땀날때 까지 돌아댕기면서 구석구석에 있는 도장을 찍어야돼.
미리 교육받은 나는
나의 유일한 자신감, 특기인 체력을 앞세워,
남들 한바퀴 도는데 30분 걸린다는 그 도장을
10분만에 끝내서 고참을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신념으로
눈을 부릅뜨고 순찰에 임했어.
그런데 그날밤 그 사수...
지금 생각해도 이가갈리는 그 자식..
교봉(박달나무에 쇠심을 박아 놓은 보호봉으로서 육군으로 따지면 총 입니다)을 붕붕 돌리면서,
30분씩 4회전 2시간 순찰시간 내내
오리걸음과 전력질주를 시키던 그 자식...
새벽에 깨서 힘도 없는 다리로 땀을 한바가지씩 흘려가며,
욕과 구타로 2시간을 채워놓고,
나중에 겁나 빠져서 빌빌대더라라고
본부분대 놈은 다르더라 라고
아침점호 내내 큰소리로 종알거리며 전날밤 근무에 늦은 이유까지 모두 까발리고 돌아다녔던 그자식..
다음날 아침점호 때 교육실에서
작대기를 네개나 달고서도
작대기 한개 부터 세개 까지 손수 반죽해버리던 그 *자식...
힘은 더럽게 좋아서
제대로 박히면 일~이미터는 날아가 버려.
주댕이도, 하는짓도, 성격도, 생긴것도, 하는 짓 모두 지랄 같은 놈이라서,
그런놈한테 맞으면,
맞아서 느끼는 고통보다,
왜 같지도 않은 불개미 같은 놈한테 맞아야 되나 하는 억울함이 더 들더라고.
그놈 덕분에
나는 막사 신병 중에서 젤 빠진 분대에서
강력한 관심 신병으로 분류되어가고 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선입견을 깨기위해
동기보다 더 뛰고, 덜 자고 더 열심히 생활을 하는 방법 밖에 없었어.
누구의 눈에는 잘못보이더라도,
누구의 눈에는 괜찮은 놈으로 보이면,
언젠가는 내 진가를 알게 되는 법이니까.
그리고 매일 같이 근무지를 함께 나가서 약 일주일간을 근무를 섰어.
교도소 내의 수많은 근무지를 매 타임(2시간)마다 돌아다니면서,
근무의 요령을 배우는데,
의무 군인이 하는 근무는 한정되어 있었고,
근무는 단순한것도 있고,
복잡한것도 있고 그렇더라고.
짬밥이 안되는 고참에게 교육받으면
그 고참도 나와 같이 경직되서,
혹시 다른 고참이 지나가지 않을까 긴장하면서
교육하기도 하고 막사생활에 이야기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팁도 많이 주더라고.
대기기간때와 같이 무작정 갈구거나 때리는 사람은 없었어.
전부 신병을 길들이기 위해 그런거더라고.
간혹 그런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놈들이야 원래 인생이 그렇다고 생각하며 그냥 그려려니 했어.
밖에서 무시당하고 살았으니까,
여기서 남들 무시하고 때리고 그런거겠지하고 자위했지.
사실이 그렇잖아.
그리고 모든 근무지에 대해서 파악하고
혼자 한사람 몫을 해내기 시작하면서
경비교도대원으로서의 군생활은 시작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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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2개월 군생활 다 쓰려면 장편소설책이 나와야 할 듯 해서,
다음편에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읽어 주신분들 너무 감사드리며,
원래 취미가 글쓰기인지라
그냥 재미나게 추억 떠올리며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다음편에서 제가 이 글들을 쓴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겠습니다.
날 더운데 건강조심하시고,
국군 장병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