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역한지 정확히 9년 8개월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그시절 동기들과 연락하는 사람도 있고,
문득 고참의 이름과 나이가 떠올라서 싸이월드를 뒤적거려 얼굴 보고 흐뭇하게 미소 지을 때도 있습니다.
1~5편에서 설명드린 것 처럼,
저는 충청도의 한 교도소에서 경비교도대원으로 2년 2개월간 군생활을 했습니다.
하루 근무 여덟시간에 훈련 여덟시간이 저의 일과였고,
누구보다 힘들게 훈련받고, 누구만큼 보람차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만 잘난줄 알고 살았던 철 없던 22살 청년에게
겸손을 가르쳐주고 맷집을 키워줬던 곳도 군대이고,
참 사랑하던 애인을 4주만에 앗아간 곳도 군대였습니다.
최근 해병대에서 암울한 일이 일어나면서,
군생활하는 장병들의 고생보다 죽어나간 안타까운 청년들을 집중 조명하면서,
혹자는 군생활이 편해져서 그렇다느니,
혹자는 해병대가 잘못되서 그렇다는니,
자기의 주관대로 남얘기 쉽게 하는걸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경비교도대 26개월 전역후에,
군대 어디갔다왔냐고 물으면 자랑스럽게 경비교도대라고 했었습니다.
그것도 군대냐,
집에서 출퇴근했냐,
생활편했네...
억울했습니다.
근데 10년 가까이 지나니까,
주변 사람들도 저도 무뎌지더이다.
여기서부터 저의 주관적인 생각을 적겠습니다.
군생활은 다 같다고 생각합니다.
전방에서 칼추위 칼바람에 코가 떨어져나가면서 근무를 서는 장병과
후방 뜨거운 태양에서 열심히 삽질하는 장병.
모두 국가의 부름을 받고,
아침엔 목청이 터져라 애국가를 부르고,
저녁엔 긴장속에 점호를 받는,
하늘에 별이 떠있는 것만 봐도 긴장되는,
남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목숨걸고 군인 혹은 국가기관의 소속인으로서 근무하는건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매점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오랜시간 보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어떤이는 매일 훈련에 갈굼을 받으면서 약 2년의 기간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군대가 고통스러운건,
사회, 가정과 격리되어 오랜시간 견뎌야 하는 그 인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집에서 오냐오냐 큰 놈이라서,
군대 가는 날은 정말 하루종일 질질 짠 것 같습니다.
두고온 애인도, 누나도, 엄마도, 아빠도 모두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군인이 되었기 때문에 전부 참았고,
거기에 적응하니 나름 버틸만했고,
그렇게 버텼기 때문에,
직장에 취직도 하고 여자도 만나고 결혼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티비에 나온 알려진 사람들 중에,
군대를 공익갔네,
이래서 면제를 받았네 하며
왈가불가 언론과 온라인에서 중얼거리면서,
여자는 임신이 어쩌구 하면서 싸워댑니다.
제로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손해가 있으면 그만큼 이득도 있기 때문에 모든 가치는 0이 된다는 말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군대가서 힘들게 고생했으면,
주변에서 군이야기할때마다 침튀면서 끼어들 수 있을 것이고,
공익을 나왔으면,
남들이 너 편한데 나왔구나 해도 이러쿵 할말이 많아 억울해 할 것이고,
돈을 쓰든, 몸이 안좋아서든 군대를 안갔다왔으면,
그만큼 사회를 살아가며 대화하고, 취직하고, 누굴 만나고 할 때
이야기거리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입니다.
남자기 때문에 군대 문제, 이야기는 평생 따라다니는거고,
남들이 안가면 안간만큼 가면 간만큼 무시당하고 할얘기 많아지고 그런것 같습니다.
여자가 모르면서 나불대는 것은,
그것은 여자기 때문에,
군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하는 얘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軍"이라는 이야기에 할말이 있으시고,
그 힘든 시기를 지나신 분들이라면 대인배가 되어 그냥 넘기시면 될 일이라고 봅니다.
젊은 시절,
누구든지 겪고
겪어서 이겨냈고,
이겨냈기 때문에 우리는 여유를 가지고,
소인배들의 잡담에 비웃음을 날리면서
적어도 나는 대인배니까 소인배들은 속좁은 잡담이나 하고 앉아있어라라고 넘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역한 사람들 혹은 고참들이 후임들한테 하는
나 또한 막내 때 전역하는 고참들이 하는 그 한마디 하고 물러가겠습니다.
"군생활 편해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