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비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나온다.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고 모든 것에 냉소적인 이니드와 레베카. 고등하교를 졸업하면서 남들은 대학이다 취직이다 새로운 곳에 소속되지만 그녀들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다. 세상이란 곳에 살면서 어떤 곳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 부적응자나 냉소주의자로 보일 뿐이다. 그래도 레베카는 독립이라는 꿈 때문에 취직이란 것을 하지만 미술 과목 낙제로 여름 학기 재수강을 해야하는 이니드는 대충 수업만 출석할 뿐 전혀 미래에 대한 생각없이 시간만 때우고 있다. 커피점 아르바이트로 점점 사회에 발을 딛고 있는 레베카와는 반대로 미술 시간의 창작 활동마저 허영심 덩어리 속물 선생님과 친구로 인해 염증을 느낀 이니드는 세상을 둥둥 떠다니고 있을 뿐이다.
단지 시간을 떼우기 위해 한 장난으로 만난 시모어. 늙어 보이는 외모에 괴상한 수집광인 그에게 이니드는 끌리기 시작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시시해보이지만 그의 모습에서 그녀의 미래를 본 것이다. 남들이 이상하다고 하지만 그녀에겐 오히려 그 점이 더욱 끌렸다. 결코 사랑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이 세상에서 오직 자신과 통할 수 있는 사람이 시모어였다. 하지만 시모어도 변하기 시작한다. 세상에 발을 딛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한 여자 때문인지 아니면 이니드 때문인지 보는 사람 판단의 문제이고 어쨌든 그런 시모어 때문에 이니드는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울 뿐이다. 레베카도 떠나버리고 시모어도 떠나버리고... 그녀는 다시 Ghost world에 떠다니게 된 것이다. 물론 그녀는 Ghost world를 떠나본 적이 없다. 다만 지금은 그 공간에 혼자뿐이라는 것이다.
결말은 이니드를 그리워하는 시모어와 어딘가로 떠나는 이니드로 마무리된다. 이니드가 떠난 곳이 어딘지 그곳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는 각자의 숙제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이니드의 불행한 삶을 예측하자니 세상에 대한 나의 시선이 두렵고 평범한 삶을 생각하자니 왠지 찝찝하고 짜맞춘 듯한 느낌이 들고... 현실이 그리 밝지는 않다고 인정하지만 그래도 이니드를 받아 줄 곳이 어딘가에는 존재한다고 믿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