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인생] 임권택과 조승우. 근데?

Coldday 작성일 05.10.18 15: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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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어중간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 조승우가 나온다.
그것 자체로 나에게 충분히 흥미를 주었지만 이상하게 극장에선 일찍을 간판을 내렸다.
요즘 이상한 영화들이 인기를 끌면서 아까운 작품이 빛을 잃는구나 생각하며 비디오가 나오자 빌려보게 되었다.
나온지 꽤나 후이긴 하지만...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인 조승우에 우리 영화의 산 증인인 임권택 감독의 영화여서 많은 기대를 했지만 많이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암울했던 우리 역사를 살아온 하류 인생을 보여주려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던 것 같지만 내가 볼 때 감독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고작해야 60-70년대 서울의 모습을 잘 복원했다는 정도?
군사정권이라는 암울한 역사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점에서 '효자동 이발사'와 비슷하지만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없다.
풍자나 비판도 아니고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것도 아니다.
그냥 정권이 바뀌고 거기에 맞춰서 살려고 하는 주인공의 모습만 나올 뿐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가 말하려고 했던 하류 인생이 과연 조승우의 삶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 될 수 있었을까?
영화 초반 조승우가 영화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를 빼곤 그의 삶은 나날이 번창한다.
물론 물질적 풍요가 삶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되지만 그것마저 못누리고 비참하게 살아간 수많은 인생들을 생각해볼 때 뭔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지 않는가?
게다가 '돈=권력'이란 공식이 성립하고 있던 시대에 부를 쥐고 있었으니 그가 가지고 있었던 권력은 뻔하지 않은가?
깡패라는 삶을 하류인생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그것만으론 왠지 부족해보인다.
결국 내가 생각해볼 때 너무 긴 시간적 배경을 한 영화에 담으려고 했던 게 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감독의 의도는 대강 짐작하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영화의 맥을 끊는다.
순간순간적을 바뀌는 화면과 시대적 배경은 보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 영화에 대해 가지는 또다른 의문점 하나.
'김민선'이 이영화에서 주연으로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유는?
주연이란 타이틀이 무색하리만큼 영화에서 '김민선'의 비중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사회의 인텔리 계층의 신여성인상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이미지와 너무 않 어울리고 그 역할을 영화에서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주인공 '조승우'의 부인이라는 것이 영화에서 나오는 이유의 전부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는 걸 안다.
그래도 임권택이라는 거장의 영화가 이렇게 나를 실망시키니 많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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