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른한 일요일 오후. 할일이 없어 TV나 계속 돌리고 있는데 EBS 일요 시네마에서 이 영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고 그다지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마땅히 볼만한 채널이 없어서 그냥 채널을 그대로 두었다. 거의 돼지 우리 수준에 버금가는 진흙탕 마당을 배경으로 해서 많은 아이들이 나오는 첫 장면이 꽤나 인상 깊었다. 그래서 조금씩 보기 시작하던 것이 어느덧 영화의 끝이었다. 나도 모르게 영화에 이끌린 것이다. 좀처럼 없는 경운데... 난 내가 마음 먹고 보는 영화만 보기 때문에 우연히 본 영화를 끝까지 본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알제리를 비롯한 아랍게 출신들이 나름대로의 부를 목적으로 프랑스에 정착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이 사람들 같이 가난한 나라에서 온 못 배운 사람들에겐 프랑스가 기회의 땅이 아니라 또 다른 시련의 땅이었다. 이방인으로써 겪어야 되는 서러움과 고통. 그래서 오마의 아버지는 아들의 성공을 바랬다. 자신은 힘들지만 자신의 아들만이라도 잘 살기를 바랬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공부다. 우리네들의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읽지도 못하는 아버지는 자신의 둘째 아들 오마의 성적에 매달린다. 솔직히 성적표도 제대로 볼줄 모르면서...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오마는 열심히 공부하고 괜찮은 성적을 받는 모범생이 되었다. 그것도 프랑스인과 같이 다니는 학교에서 말이다. 하지만 조금씩 자신의 주위를 둘러본 오마는 혼란을 느낀다. 이웃들의 비참한 생활과 가족의 기대. 이 모든게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아무도 그의 고통을 몰라준다. 주위 사람들이 그에게 대하는 행동들은 너무도 이중적이다. 알제리인이면서 '프랑스인'인척 해야하는 자신. 부모들 역시 어떤 때는 오마를 알제리인으로 어떤 때는 프랑스인으로 대한다. 또 어떤 때는 어린애로 대하고 어떤때는 어른처럼 대한다. 어리디 어린 꼬마애가 뭘 알겠는가. 너무 혼란스럽다. 그나마 영화 내내 문제아처럼 나오던 오마의 형이 끝에 멋있는 말을 던져준다. 그렇게 자란 오마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이 낯선 땅에서?
몇 군데에서 이 영화에 대해 알아보니까 영화의 배우들이 대부분 아마추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생한 연기를 보여 줄 수 있었단 말인가? 놀라울 따름이다. 낯선 땅에 살아가는 이방인이 겪는 어려움과 서러움을 너무 리얼하게 보여준다. 어려운 환경에서 찍은게 여실히 드러나는 이 영화를 보고난다면 누구나 배우들의 연기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