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화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이 있다면 전쟁과 사랑에는 정도(正道)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시대의 단면을 담은 영화를 만들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정말 거칠면서도 힘이 넘치는 영화였습니다. 광고에선 디카프리오와 카메론 디아즈 두사람의 사랑얘기에 비중을 두었지만 이 영화에선 이 둘의 사랑은 그야말로 양념꺼리도 안되게 다룹니다. 미국의 19세기 중반의 토착민과 유럽에서 대량으로 들어와 도시빈민층을 이루는 이민자들간의 갈등 뒤이은 남북전쟁까지를 영화후반에 다루면서 서부시대 이후 19세기 미국의 시대상을 기막히게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이 서부개척시대를 지나 산업화로 이제 막 진입하려는 시기를 다룹니다. 산업화초기에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세계 도처에서 이주민들이 들어오고 급기야 흑인노동력의 공급을 원활히 하기위해 남북전쟁까지 하게 되지여. 이러한 시대상속에 선교를 하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디카프리오가 복수극을 하는 내용을 다루면서 시대의 급변성과 개인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잘 얽혀 있습니다. 훌륭한 영화는 보는 이에 따라 수없이 많은 해석과 느낌을 갖게 만들고 몇십년이 지나도 명작으로 평가받게 되지여. 이 영화가 그런 범주에 든다고 생각됩니다. 한 사회의 조직구성원 사이에서 권력이 생겨나고 그것이 한 두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대등한 권력을 가진 이익집단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전쟁을 하는 과정도 잘 보여줍니다. 지금의 미국이란 나라가 처음부터 아무런 내부갈등없이 세계 경찰국가가 된게 아니란 것을 아시아사람들이 기분이 나빠질 만큼 자랑하듯이 보여준다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그 당시에도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이주민들로 인해 뉴욕이란 곳이 온갖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었음을 다시금 알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디카프리오의 사랑과 복수는 다른 영화들과 비슷한 스토리여서 그다지 큰 감동은 받지 못했지만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거칠고 힘을 가진 마을의 깡패집단우두머리로 나와 마을 유지로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봤을때와 비슷한 감동이 오더군여. 이 영화는 단순히 보면 사랑과 복수를 다룬 영화이지만 그 이상으로 전쟁과 쟁취로 인간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거칠고 빠른 템포로 힘차게 보여줍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눈빛과 폭발적인 분노를 드러내는 디카프리오의 연기와 능글맞으면서 약한 모습을 애써 감추는 악당역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가 정말 뛰어납니다. 아쉬운게 있다면 미국이 자기나라 잘났다고 떠드는 영화에 돈을 아낄 리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 선입견 없이 영화를 본다면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이 어떻게 문화를 융합하고 제국주의국가로 징검다리식 발전을 발빠르게 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음미해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