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제목이랑 영어 제목이랑 전혀 다른 어감의 영화다. 그렇다고 두 제목 다 영화와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 참 희한한 일일세...
영어 제목은 이다. 월남전 당시 베트남으로 파병될 해병대원들끼리 가지는 미국에서의 마지막 날 파티 이름이 다. 한글로 '개싸움'정도? 독특한건 얘네들이 파트너를 고를 때 하나 같이 내가 보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영화이기 때문인지 너무 못 생긴 사람들이다. 난 시대와 문화의 차인 줄 알았다. 그러다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갈 때 쯤 역시나 이들이 가지던 파티는 누가 가장 끔찍한 여자 파트너를 데려오느냐였다. 이런... 역시 철없는 어린애들 같으니라구. 전혀 양심의 가책도 없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여기까지 보면 영어 타이틀 는 정말 직접적인 제목일 될 것이다.
이제 이 다음부터가 영화의 진짜다. 주인공 에디가 데려왔던 로즈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둘은 싸우고... 다른 이들 같았으면 싸움으로 끝났을 것이 에디는 이상하게 로즈에게 끌린다. 그녀의 외모는 별 볼일 없지만 그녀의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에디는 로즈를 찾아가 사과하고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그들이 보내는 하룻밤은 그 어떤 영화에서 나오는 데이트 장면 못지 않게 아름답다. 딱 하루뿐인데 서로에게 너무 솔직하고 그래서 싸우지만 금방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같이 사고도 치고. 너무 즐거운 데이트다. 이쯤 되면 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그 영화 역시 딱 하루만의 만남으로 남녀간의 사랑이 서서히 싹트고 있던 점에서 너무 비슷하다. 한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지도 않고 진정한 연인은 솔직한 대화와 이해가 우선이라고 믿기에 이 두 영화는 너무 가슴에 와닿는다. 다른 연인들처럼 그들은 욕심을 내지도 않는다. 연인과 있고 싶어서 파병을 거부하거나 기차를 안타지도 않는 것이다. 이 얼마나 현실적인 이별 아닌 이별이란 말인가. 닭살스럽고 눈물 질질 짜게 하는 로맨스 영화보다 이런 영화가 훨씬 와 닿는 건 내 생각과 너무 많이 일치하고 좀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영화의 초점이 두 남녀간의 사랑에 맞춰져 있으면서 은근히 베트남전에 대한 견해도 숨어 있다. 철부지 해병대원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게 위해 벌이는 파티라든지 그들만의 우정이랍시고 새기는 문신. 하룻밤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벌이던 그들. (어차피 죽을 것이란걸 알기 때문에 두려울 게 없었던 거다.) 특히 후반부에 전쟁에서 돌아온 에디에게 지나가던 히피족이 던지던 말과 바에서 에디가 당했던 취급은 좀 더 직접적이다. 물론 에디와 로즈가 나눴던 대화 중에도 전쟁에 관한 생각이 나오긴 한다.
대화로만 영화를 이끌어가기는 정말 힘들다. 하지만 그것이 성공했을 때 영화의 맛은 정말 최고다. 어두운 밤 혼자 조용히 이 영화를 한번 봐라. 그럼 이 영화의 맛을 알게 될 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