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김기덕 감독의 영화다. 그것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을 만큼 유명한 영화. 하지만 여전히 그의 영화는 난해할 것이라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그래도 호기심만은 어쩔 수 없는 법.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어떤 작품인지는 보자라는 입장으로 봤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힘들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거의 없어지고 깔끔한 화면은 영화를 보기 편하게 만들었지만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과거처럼 직접적으로 문제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감독이 왜 이런 독특한 소재를 사용했는지부터 대사가 거의 없는 이유 등 궁금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여기 저지서 찾아보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영화를 내 나름대로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좀 더 집중해서 보고 좀 더 많은 생각을 해야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빈집'이라는 제목. 이것이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뭘까? 주인공들이 찾아다니는 그 '빈집'일까? 그렇게 보기엔 너무 단순해 보이기 때문에 좀 더 오바해서 생각해보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굳게 닫힌 주인공들의 마음일 것이다. 이 사회란 곳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고 같이 사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다수의 행동과 생각과 비슷하지 못한 것들은 흔히 잘못된 규범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든 비정상적 행동들로 보인다. 그리곤 우리는 그들을 그렇게 치부해버리곤 말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들을 이해해보려고 그렇게 노력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이승연의 남편처럼... 돈 잘 벌어다주고 사랑해주고 그러는데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이승연이 어찌보면 미워보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 전체적 시점으로 볼 때 그것이 단순한 소유욕이라는 것을 알지 당사장는 모를 수도 있는 것처럼.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빈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든다. 그리고 이 빈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빈집을 지키며 남에게 열어주기 싫어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이 사회이기 때문에 모두가 융화 될 수 있을꺼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을 통해 우리는 조금이라도 그런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