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워커] 따뜻해

Coldday 작성일 05.12.07 2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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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언론에서 꽤 좋은 호평이 있을 때까지만 해도 그렇고 그런 영화라고 생각했다. 에스키모와 미국인(?)이 겪게 되는 시련. 그리고 거기에서 싹트게 되는 사랑. 그런 정도의 내용으로 생각했다. 뭐 내용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표현이 너무 소박하고 애틋하고 아름답게 그려졌다. 둘 사이에 존재하는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차이. 그리고 아무도 없는 동토에 낙오되었다는 상황. 이런 것들은 그들을 극단으로 끌고가 최악의 상황으로 이끌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둘은 이 상황에서 삶에 대한 의지와 새로운 사랑을 찾게 된다. 물론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숭고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 서로에게 보이는 관심과 배려는 사랑이라기보단 인간의 기본적 도리라고 할 수 도 있다. 어쨌든 그건 별 문제가 아니다. 난관을 같이 헤쳐나가는 둘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뭉클하기 때문에.

이런 그들의 모습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은 에스키모 여자다. 영어도 조금밖에 못하고 몸도 아프면서 남자에게 정말 헌신적으로 대한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동토에 떨어졌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남자를 이끌고 삶을 개척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남자를 손수 이끄는게 아니라 그에게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남자가 이끌도록 한다. 우리나라에서 옛부터 말해오던 '현모양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 여자가 그 남자에게 어떤 감정에서 그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너무 순수한 그녀이기에 그 감정을 함부러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해서 망치고 싶지는 않다.

흔히들 에스키모인들의 문화적 차이를 두고 미개인이니 야만인이니 하는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생존방식이란 것도 모두 안다. 이 영화를 보면 아마 그것이 더 뚜렷히 느껴질 것이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영화. 그런 영화가 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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