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느 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그것도 우리나라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의 최민식을 제친 영화. 그 사실 자체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만약 에서 보인 최민식의 연기가 아니었으면 관심도 없었을꺼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을꺼다. 어쨌든 도대체 얼마나 신들린 연기를 보였기에 최민식을 제쳤단 말인가.
영화 포스터에는 '어른들은 모르는 슬픈 동화'라는 타이틀이 홍보 문구로 적혀있다. 미루어 짐작컨데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는 감동적인 영화가 아닐까 짐작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전까지만이다.
하지만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평범한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음악도 거의 없고 배우들의 연기도 과장됨이 없고 실화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의 독특한 소재까지.
흔히 사회적으로 소외받은 그 가족들의 슬픈 이야기가 영화의 내용이다. 남편없이 4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 헌데 이 아이들의 아버지가 다들 틀리다. 어린 나이에 사랑이란걸 덜컥 믿어서 배신당한 여인이다. 어려운 환경에 가족 수를 속이고 이사온 아파트. 넉넉치 않은 환경에 이상하게도 이 가족들은 행복해 보인다. 시끄럽게 굴지도 못하고, 학교도 못 다니고 심지어 베란다조차 나갈 수 없는 아이들이지만 어머니와의 약속을 잘 지킨다. 그런 그 애들이 안타까워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흐뭇해보인다. 중요한 건 가족애라고...
그러던 그 가족에게 어머니의 오래된 부재가 점점 문제를 일으킨다. 그 전에도 종종 그런 부재는 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장남으로써 동생들을 잘 보살피지만 어린 아이는 어린 아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여전히 밝은 모습이다. 처음으로 집 밖으로 외출하던 날. 그리고 놀이터에서의 놀이. 마치 자신들에게 닥친 현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는 모습이다. 하지만 생활은 날로 궁핍해져간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가끔 메마른 현 사회를 비판하는 이와 비슷한 뉴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곤 한다. 도시 한가운데 이런 가족들이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르고, 관심을 가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서로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런 사회에 버려진 아이들으 아무것도 모른채 고통을 받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영화 내내 보이던 아이들의 그 표정은 이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과장되지 않은 평범한 연기의 꼬마 배우들은 마치 현실 속의 인물 같았다. 자신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서 쑥쑥 자라는 화분 속의 꽃들을 보고 즐거워 하는 그들.
과연 이들이 받고 있는 고통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아이들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어머니? 주인공이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간 아버지들? 아니면 끝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한 주인집 여자와 이웃집 사람들? 어느 한 사람의 책임도 아닌 모든 이의 책임일 것이다.
TV에서 이런 소식이 나오면 잠시 관심을 가지지만 그 때뿐이다.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놀이터에서 꽤재재한 복장으로 빨래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봐도 무관심하다. 일본이라는 경제대국이자 개인주의 국가의 문제이지만 우리나라에서라고 않 일어나겠는가?
솔직히 자극적인 주제의 평범한 영화가 될 뻔한 소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영화다. 하지만 아까 언급한 것처럼 영화 같지 않은 영화적 요소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영화다. 억지로 관객들의 눈물을 빼려고 과장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차분하고 평범하게 끌고 간 점이 이 영화의 키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