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킨제이 보고서

Coldday 작성일 06.01.06 21: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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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어중간


영화의 시작 부분. 이상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상한 질문이란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할 수 없는 질문을 의미한다. 이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킨제이'라는 과학자의 일생을 보여주고 있다.

고지식한 시골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싶던 일에 투신했던 사람. 그의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다. 말벌에 미쳐있던 어느날 性상담가가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인간의 性'에 대해서로 탐구 대상을 바꾸게 된다. 윤리와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터부시되던 성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겠다고 하는 그의 모습은 무모하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다. 철저히 감정을 제외하고 오직 학문적 대상으로만 접근하여 연구하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시련이 있었다. 이 시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특히 자신이 직접적인 실험 대상이 되었기에 꺼림칙한 경험도 하게 된다. 학문적 열정만으로 그런 행위를 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은 무모해보이기까지 한다. 당사자의 직접적인 심정이야 알 수 없겠지만 자유로운 성관념을 위한 그의 행동들은 왠지 고집스러워 보이고 쓸쓸해 보인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이 '킨제이 보고서'다.

킨제이의 출생부터 책의 완성 그리고 그의 죽음까지 한 영화에 담기엔 많은 분량 같아보인다. 하지만 감독은 어디가 중요하고 어디가 중요하지 않은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필요한 시기의 킨제이를 보여줌으로써 그의 전 생애에 대해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생각과 가치관을 읽을 수는 있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에 혼신을 기울였던 그의 열정. 그리고 학문에 대한 사랑, 한창때 모든 성행위를 일체 감정을 제외한 육체적 행위로만 규정했던 그의 고집이 나에겐 오류로 보이지만 나머지는 멋진 삶이었다. 누가 아무도 건드리지 않던 부분을 수십년에 걸쳐 연구하려 하겠는가. 게다가 지금 시대의 사람들도 쉽게 다룰 수 없는 주제인데.

영화이기 때문에 킨제이란 사람의 삶이 정확히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솔직히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이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그는 열정적인 사람이었고 이 시대 역시 그런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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