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이 소설을 참 재밌게 읽었다. 무인도에서의 표류기. 어린 나이의 모험심과 호기심을 자극시키면서 동시에 충족시켜줬던 내용들. 그 때는 그냥 단순히 그 책이 재밌는 소설책이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다시 그 책을 봤을 때 느낌은 색달랐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달라졌고.
소설의 내용과 다른 부분이 많음에도 소설 속에서 말하고자 했던 건 잘 보여준 것 같다. 그 부분에 영화의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존 욕구에서 비롯된 이기심과 잔혹함. 어린 아이라도 그들은 인간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고 사건 발생 후 뒷수습도 많이 부족했다.
위기 상황에서 희망을 가지고 같이 행동하지 않고 왜 그러냐고 탓하고 싶겠지만 솔직히 자신없다. 우선은 살아야하기 때문에. 희망이나 윤리, 도덕이란게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극한 상황에서 다수에 끼고 싶고 그들과 같이 행동하고 싶어하는게 무조건 잘못된 행동일까? 더군다나 어린애들인데...
어린애들이 왜 그린 잔인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돌려 생각해서 어린애들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멈춘게 아닐까? 왜 영화에서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가. 위기 상황에서 꼭 팀내의 내분이 일어나고 결국엔 소수만 살게되는... 항상 왜 그런 멍청한 짓들을 하는지 한심스러워 보이지만 그게 인간의 본성인가보다. 그렇게 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그렇게 다루니.
인간이 이성이란 걸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과 다르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인간도 생물학적으로는 동물이다. 그리고 동물은 본능에 충실한 경우가 많다. 생존에 대한 본능. 우린 인간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란 곳에서 규범을 몸에 익히는 것이고 억지로라도 그 본능을 규범으로 억누르고 있어야 하기에. 안 그러면 이 소년들처럼 될 수도 있다.
물론 소년들의 행동들을 생존 본능으로만 다 해석할 순 없다. 아까 말한것처럼 인간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폭력성과 잔혹함. 우리들은 그것을 억누르고 있어야 한다고 배우지만 한번 폭발해버리면 걷잡을 수 없게 되버린다. 그 이면에 권력에 대한 욕심과 허위 의식도 들어있겠지만 그렇게까지 들어가면 너무 복잡해져서 안 건드릴란다. 책을 다시 한 번 더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생각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