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나니 기분이 참 묘하다. 한 여인의 기구한 인생, 어머니와 딸의 갈등, 살인, 가정 폭력... 온갖 것들이 머리 속을 휘젓고 다닌다. 이 여인의 한 많은 인생을 누가 알아줄 것이며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온갖 모욕과 욕설이 그녀에게 돌아오는 전부이다. 유일한 혈육인 딸의 외면까지. 그래도 그녀는 철의 여인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악착같이 살아간다. 어쨌든 한 사람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그것만이 그녀가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원동력이다. 남편의 폭력, 쥐꼬리만한 월급에 고된 노동, 살인자 누명까지. 그런 것들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강한척 하지만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고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그래 누구도 그 사실을 몰랐던거지. 단지 독한 여자라고 생각했을 뿐이지.
심리물을 가장한 가족 영화 또는 가족 영화를 가장한 심리물.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잘 모르겠다. 어정쩡하다는게 아니라 완벽한 조합이라는 거다. 하나씩 벗겨지는 사건의 베일과 그 속에 담겨있는 한 여인의 희생. 그녀의 인생은 너무나 기구하다. 너무 기구해서 그런 삶을 살아야되는지 의문마저 생긴다. 그래도 한 사람의 어머니로 그녀는 그녀의 몫을 충실히 해냈다. '어머니'란 단어가 정말 아름답다는 느낌을 새삼받게 된다.
갑자기 감상적으로 흘렀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게 다가 아니다. 처음에 언급했던 것들. 모녀의 갈등, 살인, 가정 폭력, 그리고 외로움. 한 영화에 담긴 너무 많은 사항들 같지만 탄탄한 스토리가 이 모든 걸 뒷받쳐주고 있다. 2시간 내내 뛰어난연기를 보여준 주인공이나 전체적 분위기.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고 넘치지도 않았다. 란 영화를 봤을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의 어머니 사랑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