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매스컴이 지배하는 이 사회. 둘 사이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서로 협력하에 계속 타락해가고 있다. 그러니 적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만 쉽사리 고치치 못하고 있다. 그런 현상 중에 하나가 스타 시스템이며 영화에서의 '시몬'이 이 스타 시스템의 최고 자리에 오른 여인이다.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나 전세계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그녀. 하지만 언론과의 인터뷰를 일체 사절하고 꼭꼭 숨어산다. 당연하다. 그녀는 실존 인물이 아닌 컴퓨터상의 가상 인물이니. 하지만 대중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그녀의 신비스러움에 더욱 매료된다. 처음엔 자신의 영화에 출연할 여배우 대신으로만 사용했던 그녀가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키고나니 감독 역시 감당이 안된다. 대중들을 기만하는 것이기에 이번만 이번만 하면서 조금씩 늪속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것을 알았을때 그녀는 이미 전세계적 스타가 되어 있었다. 그녀를 타락시키기 위한 이상한 행동들은 오히려 솔직함과 당당함, 예술성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더욱 많은 명성을 가져다 준다. 이 얼마나 한심한 작태들인가.
영화이기 때문에 과장이 심하게 됐지만 포인트는 정확하게 지적했다. 스타는 언론과 대중의 합작이다. 한 인간이 아닌 상품으로 존재하며 사람들은 그런 스타들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추종한다. 진실 따윈 중요하지 않고 오직 흥미거리들만 존재한다. 누구랑 사귀고 재산이 어떻고 성격이 어떻고. 이런 상황에서 생겨난 직업이 파파라치다. 스타의 모든 모습을 미행하고 찍어서 언론에 넘기는 작자들. 그 위에는 그런 걸 다루는 언론이 존재하고 그 위에는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이 있다.
'愚衆'이란 말이 있다. 멍청한 집단이란 뜻의. 아는 건 없고 사람들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진실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다. 엘리트주의적 생각이기에 이 단어를 싫어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대중들은 어쩔수 없이 愚衆이다. 언론인들이 더 하긴 하지만.
하나 더 얘기하자면 자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순수한 열정을 잃기도 한다는 거다. 그냥 영화가 좋아서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던 알파치노가 결국 '시몬'을 쫓아다니는 신세로 전락한 것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돈과 명예, 인기란 유혹에 넘어가버리고 만 것이다. 감독이 시몬을 만드는게 아니라 시몬이 감독을 만들게 되어버렸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많았지만 막상 끄적이니 엉망진창이군. 이것저것 잡다하게 생각한 탓이리라.. 영화가 매스컴의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잘한편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고 보여주는 부분에선 많이 부실해보인다. 뭔가 체계가 없고 단순하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해야할까? 구성이 좀 더 치밀하고 꼼꼼히 배치를 잘했다면 더 좋아보였을텐데...
그리고 후반부엔 많이 실망했다. 영화에서 과학을 바라는 건 무리지만 이건 너무 성의없어 보이기 때문에. 좀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렇게 어설프진 않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