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큰 기대를 걸진 않았다. 하지만 꼭 보고 싶었다. 감동도 감동이지만 '고두심'씨의 연기를 보고 싶어서. 요즘 한국 영화에 중견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과연 '고두심'씨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이미 드라마와 영화 에서 검증된 실력이지만 주인공을 맡은 영화는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그녀의 연기는 부족함이 없었다. 영화의 모든 초점이 그녀에게 맞춰졌고 따라서 부담감을 느낄 법도 한데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사투리나 동작 하나 하나. 억세면서도 따뜻한 우리의 어머니상 그대로였다. 중간 중간 던지는 대사들이나 행동들은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때론 가슴 찡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막내딸의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불편한 몸으로 해남에서 목포까지 걸어가다니. '엄마'란 이름으로만 가능한 행동이다. 무모하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행동이지만 엄마의 사랑을 알기 때문에 자식들 역시 말릴수는 없었다.
자식들 얘기가 나와서 하는 얘긴데 영화에 나오는 가족은 너무 화목하고 행복해보인다.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사이에 갈등이 존재하긴 하지만 어머니를 공경하는 마음이나 서로를 위한 마음은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가족'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케 해주는 모습들이었다.
영화의 대부분 장면들이 이런 아름다운 장면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약간 무미건조함이 느껴진다. 그래도 그 행복함은 거부할 수 없었다. 그게 이 영화를 만든 목적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요즘 이런 '휴먼 드라마'형식의 영화가 대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