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약할수도 가장 강할수도 있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 하고싶은 말이 많아지게 하는 그런 영화였다.
마지막의 bmw 마크 중앙으로 붙어있는 오로라 공주 스티커는 묘하게 어울려 상당한 여운을 남긴다.
뭐, 언제나 그렇듯 스포일러는 심하게 쓸 작정이다. 모두 감상하신 분들을 상대로만 쓰는 내 리뷰이기때문에 몇번이고 반복해 보신 분이라면 더더욱 환영이다.
일단 극중 배우들의 연기력을 살펴 보고싶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연기와 어색한 연기를 분간해 낼수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전화통화를 한다면 정말 일상적으로 전화통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뭐 그런 .. 어색하다면 눈빛의 어중간한 처리나 마치 대본을 생각하며 외우는 듯한 그런 식의 연기를 말하는 것인데, 오로라공주의 배우들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권오중과 몇 경찰을 제하고는 대본을 읽는 듯한 느낌을 버릴수 없었다. 엄정화 씨는 초반부에 약간 어색함을 보이다가, 마지막엔 상당한 싱크로를 보이며 영화에 몰입해 갔는데, 초반부부터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조금 더 한차원 높고 아스트랄한 캐릭터가 뽑아지진 않았을까 하는 좁은 의견을 내보기도 한다.
또, 초반부터 중반까지 상당히 짙은 색채로 이루어지는 살인들은 꽤나 자극적이지만 그런 자극적인 살인이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끄트머리까지 가서조차 재대로 설명해 내지 못하고있다.
내가 영화를 재대로 보지 않아서일까?
이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혹평에 가담하려고 한다.
왜.? 딸아이가 죽음으로 가는 터널의 출입구 12345번을 차례로 열어줘서? 단지 그뿐이었나.? 첫번째부터 마지막까지 (물론 중반부까지의 피해자를 말한다.)살인을 당할때엔 감쪽같이 공모자인줄로만 알았다. 혹은 살인을 실행한 사람(미나양을 차에 싣고 성폭행후 살해유기한자)과 동등할정도의.
참고로 나는 영화리뷰를 쓸때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으나, 이번엔 꽤나 친절하게 다섯명의 인물에 대한 내 생각도 함께 서술해보려고한다. 서술할만한 가치도 있기 때문에 (아마 뒤에나올 마지막 희생자에 대한 비교쯤이라 하면될까.)
첫번째로 꼬챙이에 살해당한 여성이라 함은, 사실 까고보면 미나양의 죽음과 관련은 '없'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자를 아이를 잃은자가 보았을때의 분노가 정순정으로 하여금 살인의 동기를 만들어냈는지 어쨌는지는 확실히 알수 없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두번째로 고깃집 아들을 살펴보자. 고깃집 아들과의 접촉사고 덕분에 아이를 대리러 가는 시간이 늦어졌고, 세번째와 네번째 희생자인 (극중 이름이 생각이 안납니다.)현영과 그의 물주는 아이를 가게 밖에 내놓고 자러(?) 가버린다.
그리고 다섯번째로 택시기사는 차비가 없다는 아이를 당장에 내리고 떠나가 버린다.
이 5가지 , 아니 첫번째를 제한 4가지의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잔혹하게 살인당해야 할 정도의 이유를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문제를 가진다. '아이 잃은 부모눈에 뭐가 걸치겠느냐' 싶은 사람도 있겠으나, 논리적으로 영화를 꼼꼼히 따져가며 보는 성격의 관람객이라면 영화에 몰입하는데 상당한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3할은 애엄마 잘못에 3할은 애잘못인데, (뭐 4할은 2345번 잘못이라 치자.)
아직도 그들이 그렇게 살해당해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을 쉽게 떨칠수 없다.
이런 당혹스럽고 자기멋대로식의 살인행각을 이어가는 정순정씨는 멋대로 딸애 행세를 하며 표식을 남긴다. 딸애 행세라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나오게 되는 제3자의 눈으로 조명한 미나양의 행보를 살필때 상당히 일치하며 그것은 마지막의 반전(?) (사실 반전이라고 하기에도 우습다.)에 복선을 남기는 것이 된다.
영화에 있어 심한 혹평을 가하는게 심하다 싶을수 있겠지만, 오로라 공주는 칭찬 받을만 하고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이기에, 조금 더 다듬었다면 걸작으로 남을 영화 였기에 나는 이런 단점들을 꼬집떼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쓰레기장씬만을 떼어내고 본다면 한편의 비화라 해도 손색 없을정도의 조롱을 받기엔 충분하다. 게다가 그것이 아니, 그것도 옛 사건의 주범이 있는 곳으로 가게되는 용도로 쓰였다면야..
극중 정순정은 너무나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미친 인간인 셈이다. 복수라는 이름하에 살인을 정당화 하는 것.
오로라 공주에서는 그만큼 이기주의에 대한 위험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12345번의 희생자들은 바로 그런 도시이기주의의 표상인데다, 정순정 자신역시 이기적인 인물인 셈이다. 왜 이기적인 인물일까.? 아이를 그렇게 끔찍히 사랑했더라면 아이를 그런 난감하기 짝이없는 사람들의 가게에 맡겨놓을수 있었을까? 그런 비상시엔 돈이라도 옹큼 챙겨줘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애가 죽고나니 복수를 한다는게 바로 그런그런 사람들이라니. '살인만의 동기'로는 부족하다.
마지막 장면은 가히 압권이라 할수 있는데, 가장 나쁜놈이고 정순정이란 캐릭터라면 가장 뼈에 사무치게 살해해야 했을 인물을 살포시 베어죽이고 그다음엔 자기가 죽는다.(이것이야 말로 순도 100% 스포일러가 아닌가. 하하하) 자기도 죽는다니.
이런 심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오로라 공주는 커다란 감흥보다는 잔잔한 여운으로 가슴에 깊게 남았다. 물론 완성작이라 부르기엔 작품 구성이 너무 어설프다. 아까운 소재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까닭일까? 우리가 논리적이고 정확한 사고에서 조금 벗어나 동화적이고 감상적인 사고에 입각해 이 영화를 바라본다면 평은 달라질 것이다. 한편의 기다란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처럼, 아이의 청명한 노랫소리는 영화 초반부터 종반까지 귓전을 울리며 그에 맞추어 살인은 명쾌하게 이어져 간다. 1+1=2이다 식의 계산적 판단이 아닌 감상에 기대어 판단한다면 쓰레기장에서의 정순정과 오형사의 불가능한 대화조차 심히 동감하며 영화에 몰입 했을 것임에 틀림 없다.
훌륭한 소재의 영화를 대박으로 터뜨려 흥행이면 흥행 작품성이면 작품성 무엇하나 뒤떨어지지않게 하는 방법이란 쉽지만 어렵기도 한듯하다.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와 좋은 시나리오 . 한편의 영화가 탄생하려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지만 지금 우리주변을 둘러보면 배우이면서 배우답지 못한 자들이 있기에 우리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스크린 쿼터제가 축소된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영화계가 들썩 할만한 것은 사실인데.. 뭐 사실 꿀릴게 없으면 이렇지 않다. 저예산의 영화라 할지라도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시나리오와 발군의 재능을 갖춘 신인 연기자를 발굴해 한편 두편 찍어나간다면 어떻게 성공하지 않고 베길수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