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도 당하고..오래된 기억이라 생각은 잘 안나는데 암튼 자살토끼마냥 자주, 그리고 독특하게
죽어나갑니다. 이온플럭스의 최대 매력이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죽지않는 슈퍼히어로는 말그대로의 환상입니다. 죽지 않고, 실패하지 않는 그들은
모든이들의 우상이죠. 한편으로는 현실 도피처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을 구원할, 약한 자를
구해줄 그 누군가를 꿈꾸듯이 말이죠. 현실에 그런게 어딨어...다 뻥이지..라고 하더라도,,
슈퍼히어로의 영화를 보기위해 영화관에 들어갈 때는 그런 환상을 함께 가지고 갑니다.
이온플럭스는 그 영화관이나 비디오 화면, 모니터 화면에서조차 그런 환상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보기좋게 죽어나가고, 성공보다 실패를 많이 하죠. 목적이 무엇이고 목표가 무엇인지 조차 확실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네 사는 것도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조차 잊은 채, 그 일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이기 때문에 "해야하는 일" 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이온플럭스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입니다. 세상 모르는 어린 꼬마들이 보기엔 적합하지 않은 우울하고 암울한 현실입니다. 아직 꼬마들에게는 세상을 구원하고, 강하고, 죽지 않는 히어로가 필요합니다.
근데요..오늘 이온플럭스라는 실사영화를 봤습니다. 물론 어둠의 경로죠. 샤를리즈테론이라는 걸출한 여배우가 몸에 딱 달라붙는 타이즈를 입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겠다라고 생각했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원작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어쩔 수가 없더군요. 완벽하게 해설된 미래상. 지금 존재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지 까지 정확하게 제시하는 상황은, 원작 이온플럭스가 가졌던 "모호함"의 매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내 목적이 무엇이고 제거해야할 상대가 누구이며, 이 곳은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가를 알고 있고, 혹은 깨달아 가고 있는 이온, 원작에서의 이온과 전혀 다른 캐릭터입니다. 그렇다면 실사 영화 이온플럭스가 애니메이션에서 모티브만 따온 전혀 다른 영화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주인공들은 고스란히 이름까지 다시 사용하고 있고, 통제받고 있는 미래사회라는 조건도 일치합니다. 제 기억 속의 그 모호한, 그리고 기괴한 영웅아닌 영웅, 이온은 늘씬한 몸매로 땅바닥을 기어다니면서 정확하게 자신의 적들을 제거해나가는 슈퍼히어로로 전락했습니다. 캐릭터가 가진 철학이 사라져버린거죠.
영화 이온플럭스는 100% 눈요기용입니다. 스포일러성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통제받는 미래사회나 스토리상의 중요한 단서들은 이미 기존의 영화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것들이죠.
정말 멋진 영화가 탄생할 수 있는 원작에서 고작 이 정도의 영화밖에 만들어지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영화가 재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볼 만해요. 하지만, 그 뿐. 샤를리즈테론의 몸매가 환상이라는 것도 놓칠 순 없죠. 하지만 그 뿐.
아..혹시 영화에 일본풍이 나오는 것 싫어하시면 보지 마세요. 일본 자본이 많이 들어갔는지 입는 옷부터 생활 방식가지 죄다 일본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