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고군짱 작성일 08.01.27 21: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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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보는 이를 숨 죽이게 하고, 허망하게 하고, 기대하게 하고, 몰입하게 하던 영화가,

 

어떠한 명료한 메시지도 없이,

 

그렇게 끝이 나는지...

 

그리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무엇인지...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차별 살인마와,

 

쫓기는 퇴역 군인,

 

그 둘을 쫓는 보안관,

 

세 명의 주요 등장 인물이 극을 이끌어 갑니다.

 

 

먼저 퇴역 군인인 "모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모스를 응원했습니다.

 

모스는 뛰어난 사냥꾼이면서,

 

용의 주도하면서도, 현실적인 욕망의 소유자 입니다.

 

또 벌이가 좋지는 않아도,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는 좋은 남편이기도 합니다.

 

 

뭐랄까요..우리들도, 보통 사람들도,,

 

적어도 한 가지는 남들보다 스스로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좋은 남편, 좋은 아내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면서도 주인 없는 지갑에 흔들리고,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이득에 손이 가기도 하는,,

 

그런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죠.

 

 

모스도 그렇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수백만 달러의 현금 가방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그 돈이면 지금의 생활도, 집도, 모두 더 좋아 질 수 있습니다.

 

죽어가는 한 명의 갱을 무시해버리고 가방을 챙겨 돌아오지만,,

 

스스로 이 돈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물 한 모금을 간절히 애원하던 그 조직원이 맘에 걸려 합니다.

 

어찌됐던 그 가방이 자신과 아내를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을 직감하고, 아내를 친정에 숨기고,

 

자신을 쫓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도망을 칩니다.

 

 

모스를 쫓는 살인마 안톤...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무차별적으로 사람들 죽여대지만,,

 

가만 보면 마구잡이로 죽이지 않습니다.

 

필요에 의한 살인이죠.

 

안튼은 곧 "죽음"입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죽음입니다.

 

죽음을 맞는 자는 이유도, 영문도 모른채 순식간에 죽게 되죠.

 

그는 "죽음" 이기에 살인에 대해서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인을 하는 그는 항상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너의 삶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겁내지마. 원래 그런거야."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살인마보다 더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주유소에서의 한 장면이 있죠.

 

별 생각 없이 안톤에게 말을 건낸 주유소 주인과 안톤의 대화.

 

전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손에서 땀이 흠뻑 배어나왔습니다.

 

여기서 안톤은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상대방의 삶에 대해, 필요와 불필요를 저울질 하고 동전을 던집니다.

 

동전을 던지는 이유 역시 주유수 주인이 평범하고 착실한 사람이라서 기회를 주는게 아닙니다.

 

그냥 그의 저울질에 동전 하나 만큼의 무게가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를 쫓는 보안관 에드.

 

그는 노련한 수사관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삶에 지친 "노인"입니다.

 

아,, 아직은 노인이 아닙니다. 곧 노인이 될 사람이죠.

 

그래서 이 영화의 화자 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극 도입부에는 그의 나래이션으로 시작하기도 합니다.

 

무턱대고 덤비고 함부로 판단내리는 젊은 보안관이 영 부실하게 느껴지고,

 

처절한 사건 현장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무엇이 문제인지 간파해냅니다.

 

노련하지만 한편으로는 무기력합니다.

 

모스와 그의 아내를 보호해주겠다고는 말하지만, 정작 자신도 자신은 없습니다.

 

욕망을 위해 숨이 막히도록 쫓기는 모스와

 

알수 없는 이유를 위해 그를 뒤쫓고는 안톤, 둘 모두 보안관 에드에게는 벅차기만 합니다.

 

 

극 중에 등장하는 에드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 역시 그렇습니다.

 

그들은 이제 삶이 벅찹니다.

 

더 이상의 필요나 이유도 스스로 찾아내기 벅차기만 합니다.

 

극 중에서 에드가 만나는 휠체어 탄 노인(에드의 삼촌이었던 것 같네요.)도,,

 

더 이상 삶의 미련도 없이 수많은 고양이나 키우며 소일하고 있지요.

 

과거의 원한, 정렬, 분노도 다 잊은 채,, 그렇게 조용하기만 합니다.

 

에드 역시 곧 그렇게 될 지도 모릅니다.

 

 

욕망에 쫓기는 자와 욕망을 뒤쫓는 자 모두,,

 

그들에게는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뒤쫓을 기회도 기력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나버린 세월과 맞바꿔서,

 

그들이(혹은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젠 어떻게 되는지를  알 수 있는 기지나 지혜를 얻지도 못했습니다. 

 

 

모스와 안톤의 전력질주가 너무나 강렬하기에,,

 

노인들의 현실이 부질 없게 느껴집니다..

 

 

 

 

사실 두 차례 걸쳐 영화를 봤지만,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그냥 "인물"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세대, 사회, 욕망, 죽음, 삶 과 같은 철학적 주제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참고로 마지막 장면, 에드의 꿈 이야기...

 

워낙에 함축하는 바가 많은 것 같지만,,

 

제일 중요한 건,, 꿈을 꾸었는데 그 중에 하나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

 

무언가 중요한 것을 배웠지만 혹은 느꼈지만,기억하지 못했기에,,

 

그렇게 결국은 노인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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