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달콤한 인생,비열한 거리 이 두 영화에 대한 결정적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들이 반전위주의 스토리 전개가 아니긴하나 감상시에 재미를 반감시킬수도 있으니 위 두영화를 아직 감상하지 않으신분에게는 읽지않으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안그래도 재미없게 썼는데 영화까지 못보셨으면 이 긴글 지루해서라도 끝까지 못보실듯 싶습니다..-_-
우리나라에도 이런영화 하나쯤 있으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할 시기에 스타일리쉬한 갱스터 느와르 물을 우리에게 선사해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한시간만에 가는 거리인 압구정거리에서 말죽거리 까지 가는데 10년이 넘게 걸린 유하 감독의 이어지는 거리 시리즈(?) 비열한 거리를 비교해 봤습니다. 두 영화모두 갱스터느와르 물이긴 하나 그 궤를 전혀 달리하는데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껴서 몇가지 비교해봤습니다.
어느것이 이런것이 낫다 혹은 이런점은 어느 영화가 낫다 하는 우열을 가리기 위해 쓴글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몇가지 흥미로운 비교점이 있길래 쓰는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1.영화제목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두 영화 모두 외국 명작 갱스터 느와르물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두 영화모두 제목을 제외한다면 원작과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의 갱스터, 조폭을 이야기 소재로 삼았습니다. 달콤한 인생 같은경우 제가 아직 원작을 접해보지 못한 관계로 잘 알지는 못하겠으나 비열한거리 같은 경우에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원작과 전혀 상관없는것이 확실합니다..-_-;
2.주인공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두영화 모두 조폭이 주인공입니다.비슷한듯 닮아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판이하게 틀린 두 주인공 입니다.
달콤한인생 에서의 선우는 우선 겉모습만으로 판단한다면 어두운 세계와는 전혀 상관없는듯한 젠틀맨 입니다. 서울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스카이 라운지에서 깔끔하고 미니멀한 접시에 담겨진 고급스러운 초코케잌을 한 스푼 입에무는 선우는 깔끔하고 멋스럽죠.그리고 호텔지하의 룸싸롱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대조직원들의 공갈협박에는 혼자 내려가서도 부지불식간에 서너명의 덩치들을 때려눕혀 버립니다. 일처리 역시 깔끔하죠.
하지만 비열한 거리에서의 병두는 철거직전의 집을 둔 우울한 집안환경에서 유일한 기둥입니다만 냉정하게 바라본 그의 위치는 양아치 건달의 삼류인생이죠. 조직의 사채를 땡겨쓴 한 채무자를 찾아가 가래침을 뱉어가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들어간 집에서, 사각팬티를 입고 허벅지 안쪽을 벅벅 긁어대는가 하면 출장 안마를 불러서 제집 안방인양 마사지를 받습니다. 채무자의 처자식은 물론 병두에게는 논외입니다. 돈만 받아내면 되거든요.병두 역시 깔끔하게 돈을 받아내고 돌아오는길에 "땡벌 땡벌"을 신나게 흥얼거립니다.
앞서 언급한 선우와는 전혀다른, 우리가 생각하느 조폭의 이미지에 한결 가까운 그런 조금은 지저분한 이미지죠.
그러나 이둘은 조직에서 인정받는 젊은 '넘버3'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 바로위 서열이라고 할 수 있는 '넘버2'들은 그들이 보기에 이제는 이런일을 하기에 너무 노쇠했거나 겁이많고 자기들처럼 일처리가 확실하지 못하다는데 불만을 가지면서 '넘버2'들과 갈등관계를 이루어갑니다.
3.결정적 실수 -각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의 결정적 실수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점점 흥미롭게 치닫게되죠.예를들면 달콤한 인생에서의 선우는 조직의 보스인 강사장의 어린 여자친구의 감시를 맡았으면서도 왠지 다른일만큼은 철저했던 선우가 두목의 여자친구가 다른남자와 만나는것을 직접 목격하고도 그냥 넘어갑니다.경고만하고 놓아주게 되죠.
그리고 이일이 발각되어 선우는 조직의 공공의적이 되어버리게 됩니다. 보스의 여자친구에게 반해버리는 치명적 실수를 한것이죠.
반면에 병두는 좀 더 중죄를 저지르게 됩니다.선우가 비교적 합법적실수(?)저지른것에 비하면 대단히 큰 중죄죠. 조직의 보스격인 회장의 부탁으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현직검사를 살해하게 됩니다. 이후 회장의 마음에들어 확실한 '스폰'을 잡게된 병두는 두목의 전폭적 지지아래에서 성공가두를 달리게 되지만 영화전체적 줄거리를 볼때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치명적 실수였던 셈이죠.
4.각 영화의 결말에 대한 복선 -이번에는 비열한 거리의 복선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병두는 검사를 작업한후 이제는 걸리적 거리기만하고 자신의 앞날에 위협이 되는, 한때는 같은 숙소 생활을 하며 같은 조직의 형 동생하는 사이인 상철을 칼로 찌르게 됩니다.
부들거리는 눈으로 상철의 마지막 눈빛을 마주한 심정을 나중에 영화감독 지망생인 동창생 민호에게 털어놓습니다. 그 눈빛은 평생잊지 못한다고 말이죠.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병두는 정체모를 괴한들의 습격을 피해 자신의 부하들에게 구조되는듯 싶지만 결국 당하고 말죠. 경찰의 표적이 되어 이제는 걸리적 거리기만 하게된 자신을 같은 숙소생활을 했던 막내가 칼로 자신의 배를 찌르는 믿지못할 상황을 직접 당하게 되죠. 그리고 자신을 계속해서 찌르고 있는 막내의 질끈 감은 두눈을 바라보면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자신의 형님이었던 '넘버2'가 당했던 그대로 말이죠.
달콤한 인생에서의 복선은 조금은 영화 스토리 외적인 방법을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헐리우드 명작 갱스터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미쌍관형' 방식을 사용했던 겁니다. (원래 이런 기법을 칭하는 특정 단어가 있다는것은 알고 있는데 그 단어가 갑자기 떠오르질 않네요.-_-;; 그래서 그냥 제 맘대로 수미쌍관형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죄송..-_-;;)
예를들어 칼리토 라는 영화를 보게되시면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알 파치노 즉 칼리토가 급하게 병원에 실려가는 장면위로 나레이션을 읆조리며 영화가 시작되는데 이 장면은 영화의 결말 장면이기도 하죠. 이러한 기법을 헐리우드 느와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달콤한 인생 역시 이러한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영화 첫부분에 스카이 라운지에서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선우가 나옵니다.그리고 영화 마지막 부분이 묘하게 이 첫부분과 이어지게 됩니다.그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새도우 복싱을 하는 선우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게되는데요 이 부분이 여러 관객들에게 많은 논란을 일으켰죠.
모두 선우의 공상이었다. 아니다 느와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법으로서 죽으면서 자신의 달콤했던 인생을 회상하는 씬이다.라는 논쟁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어떤쪽이건 감독의 의도는 이러한 논쟁도 영화보고 난후에 즐기는 재미중의 하나라고 생각한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후자쪽이라고 친구들에게 우겼습니다만 ..-_-;;) 달콤한 인생에서의 이병헌을 주제넘게 평가해 보자면, 아주 적격인 캐스팅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병헌 외의 인물을 선우로 생각해보자면 최민수 정도? 달콤한 인생은 스타일리쉬 갱스터 느와르 라는 정체불명의 장르를 표방한만큼 흔히들 말하는 후까시가 좀 들어간 영화입니다.
액션역시 국내 갱스터물로는 보기 드물게 총격씬이 등장한다던지 영화내에서의 세트를 구성하는 소품 하나하나 역시 엔티끄로 꾸며져서 신경쓴 흔적이 역력 하더군요. 그리고 이런한 후까시를 완성하는것이 바로 주연 배우자리였는데 개인적으로 김지운 감독은 최상의 선택을 한것 같습니다.인생 자체에서 후까시가 철철 묻어나는 이병헌씨가 몸에 익은 그대로 어깨에 힘을 빡 준채 영화를 찍은것이 아주 잘 나타나더군요.
달콤한 인생에서의 이병헌씨는 선우 그 자체였습니다.별 다섯개 드립니다.
반면 달콤한 인생을 보기전에 조인성씨가 주연배우라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했었습니다.아무래도 말끔하고 쉬크한 이미지의 조인성씨와 전라도 사투리를 구성지게 구사하는 건달 양아치를 연상시키기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죠.
조인성씨 보다는 좀 더 흙냄새나고 살집이 두둑한 그런 남자배우가 병두를 맡는게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그러나 의외로 뚜껑을 여니까 피튀기며 살을 맡대며 리얼한 격투(라기 보다는 싸움이라는 단어가 적당하겠네요)를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조인성씨가 병두에게 잘 녹아들었더군요.
물론 감정이 격하지 않은 평상시 대화같은 일반적 연기에서의 조인성씨는 조금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클래식이나 남남북녀(조인성씨에게는 아픈 기억이겠지만)같은 전작들에 비해 배우로써 점점 나아지는 조인성씨를 발견하는것도 비열한 거리를 감상하는 쏠쏠한 재미중에 하나지요.
그리고 이건 비교라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것인데, 비열한 거리에서의 병두 바로 직속 동생인 진구(이 배우 진명을 모르겠습니다.죄송...)를 어디서 봤다..봤다..싶었는데 달콤한 인생 첫부분에서 이병헌씨에게 룸싸롱에 일이 벌어졌다고 보고하는 그 부하더군요..-_-;;..혼자 생각하길 비열한 거리에서의 진구가 나중에 성공해서 스폰잡고 이병헌 밑에서 그 호텔의 룸싸롱을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_-;;
몇분 계시지는 않겠지만 재미있지도 않고 시덥지도 않은 긴글 읽어주신 몇몇분께 감사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