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쯤 전에 다운받아 본게 이제 극장에 걸렸다고 하더군요. 약간의 기억이 남아있어 몇글자 적어볼까 합니다.
그때 기숙사에서 새벽에 무서운 영화를 보자고 의기투합한 친구 다섯명과 함께 봤었는데, 런닝타임 2시간도 안되는 그리 긴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끝까지 남아있던 애들은 저와 친구한명 뿐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재미는 없습니다. 영화 내내 펼쳐지는 전반적인 긴장감은 나무랄데 없지만, 문제는 왜 그런 긴장감이 이어지고 사건이 왜 발생하는지 설명해주는 장치가 너무 부실합니다.
영화 사일런트힐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게임 사일런트힐을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사일런트힐이라는 유령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겪게 되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는 게임인데, 현재 시리즈는 총 4편까지 나왔습니다. 이 사일런트힐 시리즈는 대대로 현계(지금 우리가 있는 평범한 세계)와 이계(우리가 있는 평범한 세계와 같은 장소이나 다른 세계), 명계(흔히 말하는 死者의 세계)를 넘나들고, 칙칙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로 유명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과 같은 분위기와 개념을 영화까지 확장시킨 것이 영화 사일런트힐입니다.
게임에서 확장된 영화인 만큼 기존의 팬이었던 게임을 즐긴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게임에도 있던 요소를 끌어들인 것은 분명히 옳은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영화화했다고 해서 게임을 한 사람쪽으로만 편향된 영화라면 그건 잘못된 것이겠죠.
저는 게임을 모두 즐겨보고 나름대로 스토리해석도 해본 입장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사일런트힐은 게임 사일런트힐 1, 2, 3를 한데 섞어놓은 듯한 구성에 기본적인 스토리는 1을 따르고 있습니다. 거기에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게임속 장면을 오마쥬한 것도 여러번 보실 수 있으실겁니다. 기본적인 구성에 적응하는 속도도 빠르고요.
하지만, 게임을 해보지않고 영화를 본 친구들은 도대체 스토리를 이해할 수가 없겠다더군요. 이계라는 또다른 개념을 설명해주는 장치가 그다지 마련되어있지 않습니다. 물론, 이계라는 개념을 보여주는 시도는 하고있으나 '현실과 같은 장소이지만 다른 세계인 이계'라는 워낙 생소한 개념이 처음보는 사람에게 쉽게 다가올 수 없는 것에 비해 너무 미약한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게임을 해본 사람이건 아니고를 떠나서 전체적인 스토리를 너무 난해합니다. 사건의 인과관계 구성이 딱딱 맞아떨어지지않고, 초반에 너무 넓게 판을 벌려놓아서 후반부에 수습이 불가능한 상태로 어정쩡하게 끝난다고할까요.
하지만 마지막 부분은 소름끼치더군요. 이래저래 악평 위주이지만, 게임 시리즈를 재밌게 즐기신 분은 한번쯤 봐두셔서 나쁠건 없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