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2시간 조금 넘는 시간에 정말 많은걸 담아낸 수작을 만든 봉준호 감독님께 찬사를 보낸다.
정말 한국 특유의 풍자와 해학을 느끼게 해준 멋진 영화였다. 정치,사회,가족등을 한 영화에 모두 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소름끼칠 정도의 영화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많은걸 담아내기에는 너무 짦은 시간이였고 때문에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가 군데 군데 보였다는 것이다.
첫째, 개연성의 부족이다.
어떤 영화든 소설이든 하물며 만화에서라도 어떤식으로든 필연성을 부여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그런것 말이다. 하지만 괴물은 많은 부분을 그냥 지나친다. 송강호의 괴력부분만 하더라도 종반부의 괴물을 막는 장면은 가족을 죽인 괴물에 대한 분노라던가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초반부의 미군과 같이 괴물을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괴력을 발휘한다. 단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한 노숙자가 목숨을 걸고 괴물에게 기름을 부어버리는 장면도 그 노숙자가 괴물과 목숨을 걸고 싸울만한 동기는 전혀 보여주지 않고 모두가 대피한 가스살포현장에서 강두의 가족과 노숙자만 멀쩡히 살아남는 장면도 왜 그들만 멀쩡히 살아남는지에 대한 어떤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이외에도 그 긴 꼬리로 남주와 현서를 잡지 못하는 장면등 많지만 생략하겠다.
둘째, 지나친 과장이다.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너무 현실을 왜곡시킨건 아닌지?? 합동분향소에서 TV채널을 여기저기 돌려도 사건이 나오지 않는 것 정부의 지나치게 허술한 대책, 군부대의 지나치게 허술한 통제 비판하기 위한 과장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너무 왜곡시킨듯한 느낌은 보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셋째, 괴물의 억지스러운 죽음
너무나 강력해서 인간의 이기심을 극명하게 드러나게 했던 그 괴물이 정말 허무하게 죽어버린다. 단 4사람(강두,남일,남주,노숙자)에 의해 순식간에 죽어버린다. 노숙자가 기름을 붓고 남일이 화염병을 던지고 남주가 불화살을 쏘고 강두가 물에 들여가려는 괴물을 막는다. 이동안에 괴물은 오로지 피하기만 하는 너무나 나약한 존재로 변한다. 물론 이들에게 괴물이 죽어야했기에 그럴수 밖에 없었겠지만 조금 더 처절하게, 특히 강두의 처절한 사투를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며, 괴물은 분명 한국영화의 새로운 시작이 될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보여주려고 한 영화는 없었다. 보는동안 속시원함을 느꼈고 소름끼침을 느끼고 분노를 느끼고 사랑을 느꼈다. 감독의 다음 영화에선 어떤 느낌을 느끼게 해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