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 뭐.. JFK와 플레툰.. 그이름만으로 영화 좀 본다는 관객들에겐 거장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실력있는 감독임이 분명하다. 과거 일련의 영화 들에서 보여준 정치와 역사에 대한 해석력과 관찰력, 폭력과 충돌에 대한 독특 한 묘사때문에 최근 그의 실망스러운 행보도 실제 그의 장중한 커리어에 별로 해가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가 까다롭디 까다로운 9.11을 전면에 내세운 장르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에, JFK같은 한편의 논문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도 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가 음모론다큐에 손을 댄다면 루즈체인지의 딜런 애버 리의 놀랍도록 명확하고 심지굳은 편집력과 해설보다 더 임팩트한 영상을 쏟 아낼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음모론의 음자도 꺼내지 않는다. 긴 런닝타임의 거의 전부를 그저 가족애과 휴머니즘에 쏟아부어 버린다. 네츄럴본킬러의 오버페이스같은 건 눈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감정 절제의 극을 달린다.
물론, 두 주인공이 영화 내내 5cm도 움직이지 못하는 답답한 설정, 그 반면에 시원한 카메라 워킹과 몽환적인 상상씬들에선 그의 손길이 분명 느껴지지만, 9.11에 대한 그의 독특한 해석을 보러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겐 꽤 큰 실망감도 안겨줄만 하다. 하지만 영화는 지독하게 감동적이다. 인물의 감정 변화를 응집 력있게 표현해 내는 매끄러운 연출력과 "완소"급 주연 배우들의 노련한 절제력 이 은근슬쩍 감동의 도가니 탕으로 관객을 이끈다. 스케일을 더이상 키우지도 않고, 감정의 확장을 위해 무언가를 끌어 오지도 않는다. 그저 포스터에 그려진 4명의 배우만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애늙은이 연기파 제이크질렌홀의 누나답게 엄청 겉늙은 차세대 할리우드 신예 메기질렌홀, 이젠 블록버스터 전문배우가 된듯 하지만 아직도 세상 어느 배우 보다 연기를 잘할 것 같은 니콜라스 케이지, 에로티시즘과 반듯함을 손쉽게 넘 나드는 마리아 벨로가 보여주는 섬세하고 절제된 표정과 호흡은 휴머니즘영화 의 임무인 공감 100%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있다.
역시 "가족"이란건 언제 들이대도 받아 줄 준비가 되버리는 소재임이 분명하다. 황당무개했던 그날. 갖갖히 사연을 안고 고인이 된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둬서 관객에게 주변인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살아남은 자의 기쁨을 느끼게 하기 보다, 구조되어 살아난 인물들을 쫒으며 무엇 때문에 우리가 삶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돌이키게 하는 덤덤하고 소박한 화법과 스크린을 가득채우는 섬세함이 인상적이다. 바로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