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내공 : 어중간
오늘 기대해봤던 중천을 봤습니다. 내가 언젠가 만들고 싶은 장르중 주류로 꼽는 오리엔탈 환타
지의 발전이 어디까지 인가 하는 궁금증으로, 혹은 악평을 하는 사람이 많아 고민도 하긴했지
만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겠습니까. 일단 먼저 간략히 소감을 들자면 단점이 있긴하지만 악평
이 무수히 판치는 것 만큼의 실망감을 안고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만족시켜주는
측면도 있더군요. 우선 중천의 장단점중에 단점부터 집어보겠습니다.
이야기의 전개중 회상씬은 중천을 너무 급전개처럼 보이는 씬중에 일부분이었습니다. 회상씬
이 자꾸 중간에 난입하는 연출은 기억상실이라는 소재에서 기억을 되찾는 연출이 아니라면,
아주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로 오버랩되거나 또는 그 기억과 관련된 매체를 보고 그 매체가
클로즈업되면서 오버랩되는 연출이 대부분이지요. 자주 쓰이는 연출이지만 관객은 그 연출을
보면서 회상씬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유도를 할 수가 있는 연출인데, 중천에서는 다분히
회상씬이 난입을 해서 작품 중간의 분위기를 끊어놓는 느낌이 듭니다. 거기다가 이 회상씬은
중간 설명이 없이 원인과 결과만 나온듯한 급전개라, 회상씬으로 관객을 설득하려다가,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모든 이가 손에 꼽는 김태희의 연기는 솔직히
너무 떨어지는 바도 뛰어나는 바도 아니었습니다. 저승에 대해 설명해주는 대사가 위화감이
있고 맘에 와닿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 영화중 1년에 환타지영화나올 확률이 한편 나올까
말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만큼 우리나라 환타지 영화의 대사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에서 설명조의 대사를 쓴다면, 영어로 들리는 환타
지에 길들여저있는 여러분들은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또 동양쪽 저승세계관
을 모르는 관객이 많으니 다 보여줄려면 중간에 설명조가 안섞일래야 안섞일 수가 없죠.
없으면 더 이상하고 뻘쭘할껄요? 문제는 그것보다, 감독은 이 영화가 좀더 블록버스터에 가까
운 영화인데 불구하고 볼거리가 아닌 감동적 측면을 높혀 보려는 의도여선지 김태희의 눈물
연기씬을 과도하게 많이 집어넣었습니다. 관객은 이미 둘이 사랑하는 사이라는걸 알고 있는데
또 굳이 두번 세번 '둘은 사랑해~' 하고 말하는 꼴이 되었지요.
덕분에 보신 분들에 몇몇분은 김태희 걸핏하면 울어. 이렇게 생각하셨을 겁니다. 김태희가
몸값이 비싼건 알겠는데, 소화(김태희)가 나오는 씬을 조금만 줄여서 회상씬에 중간단계를
넣었다면 좀더 완성적인 구성이 되었을 것입니다. 일단 환타지에서 중요한 것은 캐릭터성
중복되는 캐릭터성은 절대 금물입니다. 비교를 하자면 활을 쏘는 사람이 한명있으면, 또 다른
활을 쏘는 주연 또는 조연은 없어야 된다는 거지요. 허나, 사슬을 던지는 형제와 여위라는 칼
던지는 무사는 솔직히 특징적인 느낌이 비슷합니다. 원거리 무기에다 돌아오고 또한 궤도도
조정할 수 있죠. 여위에게는 그림자로 술법을 부린다던지, 차라리 비중을 차지못했던 까마귀
부적의 능력을 여위에게 주던지 했어야 했습니다. 덕분에 사슬형제는 꽤 큰 존재감을 가졌었
지만 여위는 꽤 많은 분량을 나오는 동안 그다지 강하다거나 독특한 느낌을 못주었습니다.
까마귀도 외국의 환타지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정탐의 역할이었으니 조그만 아이디어를 쥐어
주면 조금이라도 특별성을 가질수 있었을텐데요.( 예를 들면 발각되서 놀란 이곽이 까마귀를
죽이면 찢어진 부적으로 변한다던지 말이죠) 까마귀는 정탐도 잘 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제일 아쉬운건 대립하는 마지막 악당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는 것, 액션영화에서는
복잡한 심정을 가진 악당따윈 불요하기 때문에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릇된 이념의 악당캐릭터
는 충분히 아무 상관없이 봐줄 수 있지만, 힘을 충전하기 위해 자리를 지킨다는 스토리 구성으
로 악당주연인 허준호.... 너무 안나오죠. 힘을 얻어서 하는 것은 주인공과 같은 자작검을 소환
하는 것, 힘좀 세진 것 외엔 별 차이를 못줍니다. 허준호는 회상씬에서 조차 급전개로 인해 큰
존재감을 주지는 못했으니까요. 자작검이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작검만이
영혼을 파멸시킬수 있는 열쇠가 되야 하는데, 솔직히 무슨 무기던 어딜 베건 영혼은 파멸 됩니
다. 그렇기 때문에 허준호가 자작검을 소환하지만, 그다지 강해보이지 않는 겁니다. 똑같은
이유로 정우성도 그때문에 매우 아쉽죠.. 그럼 지금부터 장점을 집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중 몇분은 장점중 몇가지를 들으면 영화를 기술력으로 보냐? 혹은 영화에 대해 동냥표
라도 해주라는 거냐? 라고 하시겠습니다만, 엄밀히 따져서 외국 액션영화 블록버스터 영화
끝내주는 구성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즐기러 가십니까? 그런 분은 몇분 없으실껍니다.
다만 예고편의 화려한 영상때문에 그 화려한 연출과 화면을 즐기러 가시지요. 블록버스터나
액션영화에 치밀한 구성이 더해지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대부분 액션을 즐기게끔 많이 단순
화시킵니다. 감독도, 너무 스토리에 치중하다간 영화가 엉뚱한데로 흐른다는걸 알고 있거든요
허나 여러분들은 블록버스터성으로 나오는 우리나라환타지영화는 서양 영화라는 다르게 유
독 배우의 연기와 이야기 구성을 더욱 따집니다. 아직 몇편 안되는 환타지때문에 아직 우리
나라 환타지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고, 아직 우리나라 영화에서 환타지가 틀을 뚜렷하게 잡
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러나 어디서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솔직히 나라에
서도 FTA에서 '그럼 미국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라는 헛소리를 지껄이
는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국민이라도 지원을 해줘야 스폰서들이 그걸 보고 열심히 환타지
영화에 투자할꺼 아니겠습니까. 처음단락에서는 단점을 따지는 동안 그걸 보신 분들은
이 글보고 의아하시겠지만 지금 부터는 장점입니다. 이 영화의 기술력 솔직히 외국영화의
기술력에 비해 절대 꿀리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이 영화랑 똑같이 미국에서 만들면
조금더 나은 수준이겠지만 영화제작비는 끝에 적어도 0이 3개는 더 붙습니다. 아십니까?
이 영화는 좀더 동양적인 블록버스터에 한 획을 꾀했습니다. 저승이란 환타지적 공간을
영화란 매체로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아트웍만 성공적이라 해도 블록버스터는 성공한 셈
입니다. 그리고 정우성이란 배우는 무사에서도 매우 맘에 들었지만, 배우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동양적 환타지는 장동건보다 정우성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장동건은
짙은 눈썹에 높은 코 그리고 넓직한 얼굴, 서구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숱없는 눈썹과 동그라면
서도 길쭉한얼굴이 동양환타지 주인공에 더 맞다고 생각되네요. 스펙터클한 화면 연출은 마
지막 백미인 3만명의 원귀와 싸우는 씬에서 폭발합니다. 그 순간 저는 그 장면에서 정우성이
블레이드에 몇명의 뱀파이어와 싸우는 웨슬리보다 더 카리스마 있게 다가 오더군요. 영화의
또 다른 기술력을 손에 꼽자면 사운드입니다. 우리나라 환타지영화는 그간 사운드가 빈약한게
많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웅장한 효과음과 사운드는 압권이었습니다. 그 외에 사람들이
단점으로 꼽았던 엔딩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소화가 환생하면서 끝나니 여운의 미가 남는달까
스토리도 중간중간의 구성자체가 나쁠 뿐 구성은 편집의 몫이고, 스토리는 블록버스터용으로
괜찮은 편입니다. 초등학생이 쓴거 같다는 분, 내가 써도 그렇게 쓰겠다는 분, 동양의 저승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어찌 스토리를 쓴다는 건지.....(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이 다르
다는거는 기회있으면 전문강의를 들으세요. 어줍잖은 저는 다 설명 못합니다)
비록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가 몰리는 여름에 개봉못한 것도 아쉽지만 (겨울에는 사람들의 심리
가 더 안정적인 멜로물이나 심리물을 더 많이 찾는다더군요.) 굳이 이게 배우의 연기와 구성때
문에 뭍여가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부디 조폭마누라 때문에 흥행에 실패한 무사(참패는 아녔지만 애매하게 결과가 남았었죠)꼴은
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일반 무협물이 아니라 오리엔탈환타지의 선구자로써 거듭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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