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 반전영화X 홀로그램영화 O

fora 작성일 07.07.13 14: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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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국영화관객들은 반전이라는 요소에 절대성을 부여해가는 것 같습니다. 반전은 스릴러 영화에서 많이 도입되고, 그 요소로 재미를 배가시키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반전이란 코드가 모든 영화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절대적인 코드처럼 인식되어져 버리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코미디에도 반전적인 요소들이 첨가되어 어처구니 없는 영화들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반전이 있으면 재밌는 영화,반전 없으면 재미없는 영화. 또 그 반전이 그럴싸 하면 재밌는 영화, 반전이 그럴싸하지 못하면 재미없는 영화. 어느덧 이런 코드로 싸구려 반전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를 욕할 이유는 전혀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느덧 반전에 절대성을 부여해가기 시작한 것은 우리들 자신이니까요.

 

 

사실 이 영화를 반전영화라고 봐야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이 영화는 원래부터 반전영화가 아닙니다. 감독은 이미 처음부터 2가지 복합결말로 영화를 제작했으니까요. 미국에서 보여주지 못한 또 다른 결말을 한국에선 보여주고 싶어했고, 그것을 우리관객들은 본 것입니다. 이 영화의 반전이 어이없는 것이 아니라, 반전영화라는 커다란 인식의 틀로 이 영화의 스토리를 이해하려 했기 때문에, 또 다른 결말을 반전으로 이해하려하면 할 수록 그 반전이 어이없게 보이는 것입니다.

 

 

만일 이 영화가 반전영화라고 하고 , 반전적 요소로 이 영화를 이해해 봅시다. 중요한 것은 반전영화의 결말이 좋건 나쁘건 그 결말의 갯수는 "하나"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반전영화의 시각으로 봐 버리면 처음부터 괴물은 정말 말도 안되는 어이없는 존재로 전락해 버리고, 낭떠러지로 추락하게 됩니다. 친구들의 행동도, 화면 곳곳에 나타나는 장면들도 오류투성이가 됩니다. 반적적 요소로 이 영화를 이해해 버리면 누구 말처럼 엉터리 꽤어맞추기 영화처럼 보이게 되죠. 삼류 딴따라 B급..아니 C급..아니 최저질..내 인생 최악의 영화가 되어 버립니다. 

 

사실은 이 영화가 진짜 꽤어맞추기 엉터리 반전 영화가 아니라, 반전영화가 아닌 영화를 반전영화로 해석하려하고 있는 자신의 오류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복합결말구도로 보게되면 영화는 둘 다 충분히 설명이 되죠. 다시 말해 한 개의 영화속에 두 개의 이야기 모두를 담아내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감독이 처음부터 의도한대로 이중복합결말영화로 봤다면, 마지막 장면은 또다른 결말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즉 반전영화라는 큰 틀속에서 이 영화를 꽤어맞추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 보여주고 싶어했던 또다른 결말속에서 이 이야기를 이해해가면, 반전이 익숙한 관객들에게 마지막 장면은 마치 반전의 요소처럼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시각(이중복합결말)에서 첫번째 이야기(괴물)로 영화를 보면 이미 스토리가 충분히 가능하므로 더 이상 이야기 할 필요가 없습니다. 벽에 꼳혀 있는 100년전 피켈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을 만들어내게 되고, 벽에 난 피묻은 손자국으로 궁금했던 뒷 이야기 거리를 유추해볼 수 있게 됩니다.

 

두번째 이야기를 - 다시 깨어나는 씬 - (정신분열정도라고 칭하고)로 이 이야기를 설명해도 여러가지 이해할 수 없던 장면들도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왜 이해가 가능하냐면 그건 관객들이 보고 있는 장면은 이 때부터 현실이 아니라, 주인공이 만들어낸 영상들이고 이걸 우리 관객들이 간접체험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 말이 되죠.  우리는 그녀의 심연 속을 여행하고 있는 것이므로 누구 말마따나 갑자기 여전사가 된 이유마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100년 전 피켈 장면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비춰지게 되죠. 벽에 난 피묻은 손자국도 마찬가지가 됩니다.

 

복합결말구도로 영화를 보다보게되면 단지 두 개의 이야기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다양한 상상의 스토리를 만들어 낼수도 있습니다. 즉 디센트는 다른 공포 영화들이 시도하지 않은 홀로그램같은 요소들을 한 편의 영화속에 모두 담아낸 정말 대단한 영화입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디센트는 반전영화라기 보다는 홀로그램같은 영화입니다.

 

아래는 역시 어떤 분들의 설전과 리뷰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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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방금 극장에서 보고왔지만 말씀하신 해석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들이 좀 있습니다.

괴물들은 환상일뿐이고 사라가 죽였다라는 추리가  성립되려면 "사라가 베티를 죽이고 있을때 주노를 포함한 세명은 괴물에 쫒기다 주노의 목꺾기로 괴물은 즉사합니다."

그러곤 괴물을 확인합니다.눈이 장님이라는둥의 소리를 하지요..

만약 말씀대로의 환상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선 설명이 안됩니다.
사라가 없는 데 괴물을 잡아서 괴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까요

 

--> 님 말씀도 충분히 이해갑니다. 하지만 이런 형식은 반전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이죠. 환각으로 인한 반전임을 관객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극전개를 치밀한 이중 스토리로 끌고가는 겁니다. 즉 큰 흐름은 반전/환상을 배제한 다음과 같은 스토리죠.

 

"괴물은 실재했고, 주노의 불륜을 레베카는 숨겼고 또 사라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이러한 갈등과 죄의식, 괴물로 인한 공포 속에 서로 죽고 죽이는 스토리"

 

이것이 전체적 관점(사라는 정신분열 환자이고 동굴 속에서 괴물이 되어버려 친구들을 살육한다)이라는 큰 스토리 안에 액자 형식으로 삽입된 것이며 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에게 납득할 만한 전개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괴물의 공격은 모두 환각속의 이야기라는 전제로 보면 실제로 괴물도 존재하지 않았고, 괴물의 공격도 없었다는거죠. 그러므로 감독은 이 전제하에 동굴내에서의 전투씬을 마음대로 연출할 수 있었던거죠.(어차피 반전을 전제로 보면 모두 허상이므로 괴물이 어떻게 생겼건, 눈이 보이던 안보이던 어떤 과정으로 괴물과의 사투를 했건 관계없는거죠. 다만 일련의 연계성만을 남겨놓는거죠. 이런 작은 연계성으로 우린 감독의 의도를 유추하는거구요.)

 

일례로 앞글에도 설명되어 있지만 탐험을 위해 산을 올라가는 씬에서 보면 죽은 동물들이 눈에 띱니다. 그리고는 주인공들이 무슨 설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대화를 하지요. 이는 감독이 마치 이 산에 그리고 동굴에 인간형 동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주기 위한 장치입니다. 하지만 극중 그 괴물은 동굴에서만 살기에 눈이 필요없어졌다고 밝혀지죠? 그럼 과연 동굴밖의 동물시체는 왜 장치해놓은 것일까요? 단순히 극 초반부의 공포감 조성를 위해서? 그게 아니라 감독이 관객을 속이고 괴물 출현이라는 설정 속에 관객을 가둬두기 위한 의도를 볼 수 있다는 거죠. 또한 이런 장치는 영화속 곳곳에서 발견되기에 단순한 괴물과의 사투영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겁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역시 무엇인가에 당하고 있는 주노의 비명이 들립니다. 그때 사라는 횃불을 보고 있지요.. 여기서도 누군가에게 당하는 주노는 설명이 안됩니다. 이밖에도 말씀하신 추리에 몇몇 부합되지 않는 장면이 있었던거 같은데 극장서 보고와서 기억이 안나네요..

아무튼 일어난 일(괴물들)이 환상이다 라는 부분에 대해선 썩 공감이 가질 않습니다..

영화 곳곳에 설명 안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요 

 

--> 주노의 비명은 사라가 주노를 공격하고 얼마 떨어진 곳으로 도망가면서부터 들리죠. 라스트 씬이 아니구요. 실제 라스트씬인 횃불을 보고 있는 장면에서의 음향효과는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아무리 반전영화이고 액자형식이라 할지라도 보다 완벽한 반전을 이루려면 반전 속에서 진행되었던 이야기들도 기승전결이 맞아떨어지고 현실적이어야 관객을 보다 몰입시킬 수 있겠죠.

 

따라서 관객이 반전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극장을 떠나더라도 어느정도의 극흐름은 유지가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관객들은 쉽게 눈치챘겠죠. 이런 방식은 식스센스나 여타의 헐리우드 반전영화에서도 종종 사용되지 않던가요. ^^;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도 어느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 감독이 의도적으로 장치한 일부를 가지고 유추해볼 뿐이죠. 이 영화의 감독이 시나리오만으로 약 2년간 작업했다고 할 정도면 얼마나 각 씬과 인물의 설정, 극전개에 신경을 썼을지는 상상이 가지 않나요? 아무튼 일개 호러영화를 가지고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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