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독선과 오만...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대재앙..
그러나 정녕 두려워해야 할 대재앙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희망이라는 불씨가 인간에게서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인간에게 희망을 걸 수 있을까?
과연 당신에게만은 희망을 걸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누군가에 기대고
누군가가 나에게 기대며
결코 변치 않고,
서로가 서로를 굳게 믿고 살아가고,
더 나아가 그 누군가가 당신에게
신과도 같은 절대적 존재가 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삶을 따른다면
아마도 그런 세상은 분명히 인간에게도 희망이 사라진 것이 아닐 것이며,
이 세상은, 인류의 미래는 회복되고 희망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냉혹한 현실을 보자.
사기꾼들과
쥐새끼같은 자들과
기회주의자들과
서로가 서로를 뜯어먹으며
가진 자들과
진실보다 쌩쑈와 조작된 미디어의 천국이고,
밤 중에 길을 걷다가도 인간이 인간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는 이그러질대로 이그러져 버린 시대다.
잿빛 가득한 희망을 찾기 힘든 세상에서 따뜻한 곳을 찾아 남쪽으로 향하고 배고픔을 참고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로드 무비 '더 로드'와 문명의 파라다이스라 불리우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성을 상실한 싸늘하고 핏기 없으며, 안개처럼 잿빛인 우리들의 꺼져버린 심장과 하루하루 괴물처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은 사실상 많은 부분 오버랩 된다.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집단적 광기로 똘똘 뭉친 우리들에게서,
결코 사라질 수 없는 무한의 욕망 앞에서도,
최소한의 인간다움의 희망을 다시금 걸 수 있으며,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당신만은 끝까지 변하지 않을 수 있고,
끝까지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정작 이 영화가 다소 내게 슬프게 와 닿았던 이유는
광활한 시각적 스케일도 아니었고,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려했던 점도 아니었으며,
억지춘향식의 싸구려 눈물 짜기의 연기력과
겉포장은 블럭버스터이지만, 속은 뻔하디 뻔한 상업 영화들의 잡탕 스토리도 아니었다.
인류가 가장 경계하고, 가장 두려워하는 인류의 종말은
사이비적 종말론의 실체 없는 맹구들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이 영화의 회색빛 영상들처럼
인간다움을 스스로 포기하고
하루하루를 승냥이들처럼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우리 자신들의 단면이고
필연적으로 암울한 결말을 향해 내딛을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현실적 숙명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들이 소망하는 눈물도 고통도 없는 천국...
그러나 과연...
인간은 그런 천국이라는 곳에 들어갈 수 있으며,
그렇게 소망하는 그 천국이라는 곳에는 정말 눈물이 없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인간은 매일매일 죄를 짓고 살아 가지만..
그 가운데서도 모든 인간들은 실체없는 희망을 찾아,
인간다움이 사라져 버린 이 잿더미 같은 현실 위에서 날마다 희망을 싹 틔우며 살아간다.
이것 이상과 현실의 괘리 앞에서 모순적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모든 인간들의 가장 큰 슬픔이고, 이그러진 운명이 아닐까?
참혹하고 난폭한 인류사 자체가
인류에게 그 현실은 재앙인 것만을 봐도
모두가 두려워하는 대재앙의 원인들을 굳이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따져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모든 것은 인간다움을 잃어가면서도 전혀 깨닫지 못하는 좀비같은 우리들 자신의 인생 여정 있는 것인데..
지금껏 우리는 발전과 개발과 돈과 권력이 이루어낸 수 많은 수확 뒤에 가려진 파괴와 정복과 피와 눈물을 우리는 애써 감춰왔다. 이는 차라리 인류가 아무짓도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정작 가장 슬픈 현실은..
돈 내고 싸구려 눈물짜기 감성적 영화에 말초적으로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작 인간이 무엇에 가장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도,
정작 인간이 무엇을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무엇이 꺼져가고 있으며, 무엇을 잃어가고 있었는지도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도 없고, 전혀 깨닫지도 못한다는 점에 있다.
지금도 이러한 세상에서 인간은 더욱더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는 생존 본능에 따라,
이 왜곡된 현실에서 뿌리 없는 죽은 희망들을 날마다 싹 틔우며 , 때론 상대를 속이고,
때론 자신마저 기만하면서 살아간다.
인류의 가장 큰 대재앙은 다름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다움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으며,
그러한 현실을 바꿀 생각도, 바꾸지도 못할 뿐 아니라
감정이 죽어버린 흐느적 거리는 좀비들처럼
욕망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이제는 어느덧 하나의 성공이고, 미덕이며 하나의 우상이 되어버린
이 끔찍한 현실들이 인간이 맞이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대재앙이고, 숙명적인 인간사회의 근원적 슬픔인 것이다.
때문에 영화의 ost - 임형주의 Tears in Heaven은 인간이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천국처럼
영화보다도 더 슬픈 것은 인간의 '현실'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가장 슬픈 멜로디처럼 느껴졌다.
만일 나고..자라고..치열하게 살다가..늙고..병들고..죽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라면..
내가 이루지 못한 것.. 내가 깨닫지 못한 것들을..
우리의 유일한 희망인 아이들과, 자식들을 살려서라도 알려주고 들려주어야 하며,
그래도 걷고...그래도 살아남아야만 하는 것이 희망을 찾아 떠나는 인간의 숙명이고, 인간의 현실이라면,
고해의 바다와도 같은 인간의 삶이라는 이 여정...이 미쳐버린 세상에서 이보다도 슬픈 것이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