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유명하기에 나까지 더 긴 말을 적는다는 것은 어쩌면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참 말이 많다...쩝)
이 영화는 미국이라는 역사의 고해성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주인공 제이크는 사뭇 영화 '늑대와 춤을'의 주인공과 닮아있고, 영화의 장면장면들과 생명체들은 수 많은 판타지 게임들을 닮아있다. 반면 인디언들을 닮아있는 나비족들과 현대를 살아가는 욕망 가득한 우리들을 쏙 빼닮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먼 미래의 지구인들은 여전히 자본의 힘의 논리에 따라 거대한 군대가 행성을 점령하듯... 그 동안의 제국주의의 총아로써 미국의 개척사와 현대 미국의 국제질서 위용과 상징처럼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기갑 장비들이 등장하며 웅장한 영상으로 쏟아낸다.
과거 현재 미래에 있어 그들에게 인디언들(영화 속 파란 원숭이들)은 어떤 존재였을까? 아마도 여전히 껄끄러운 존재가 아닐까 싶다. 여전히 부끄러운 자화상일 것이다. 돈의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개발과 건설 자원확보와 세계 최강국의 야욕과 거대해지는 시스템의 유지와 발전과 존립에 있어 소수민족들의 터전과 문화를 보존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것이다. 내가 갖고 싶은 것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상대가 가졌다면 그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빼앗으면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령과 주인공의 몇몇 국가들에 대한 짧은 언급 속에도 제국주의적 사고와 이에 대한 인식들에 대한 명암이 그대로 드러난다. 소유와 정복은 항상 파괴와 살육의 축제로 이어져 왔다.
그 동안 수 많은 영화에서 미국의 군인들은 내셔널리즘의 선봉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실상은 젊고 패기있는 청년들의 뜨거운 가슴을 이용한 애국주의를 통해서 민간군수업체들의 짭잘한 수익원으로 이용되어 왔고, 애국주의에 선봉에 서왔던 군인으로서 자랑스러운 명예와 자존심은 이미 영화 '플래툰'등을 통해서도 전쟁과 파괴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으로 보여져 왔었다.
이곳 저곳 많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며 어느덧 힘을 추구하는 광기어린 제국의 전령 - 해병대 대령(스트븐 랭)과 밀어부치기식 힘의 논리가 정의인 현실... 그러나 그러한 명령체계에 군과 몇몇 과학자들의 당위성과 정체성에 혼돈은 여전히 존재한다.
조연배우들도 영화의 설정에 잘 어울린다. 대표적으로 나비족에 대한 대규모 파괴와 살육전에서 '난 이것을 위해 이곳에 지원한게 아니야'라는 멘트와 함께 자연스럽게 반기를 드는 조연배우(미쉘 로드리게스) 의 하극상은 지극히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그러한 그녀의 연기력과 특유의 매력은 '레지던트 이블'부터 봐왔던 그녀만이 소화내기에 전혀 거부감이 들지않는 캐릭터였음을 카메룬 감독은 이미 캐치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급기야 기존의 수많은 서부극과 헐리웃식 문화적 정복과 파괴의 폭력적 당위성을 포기하고, 타 문명과의 문화적 교류를 넘어, 주술적이고 미신적이며 마치 종교적이고 동양적이기까지 한 문화...자신들이 파괴했던 인디언들의 문화에 대한 은유적 사죄(영화 속 나무의 파괴와 나비족들의 울부짖음, 파괴의 현장에서 평화롭게 커피를 마시는 대령의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모습들은 바로 인디언들과 남북 아메리카의 문명들을 파괴했던 대학살의 주인공인 서양문명의 일그러진 자화상인 것이다.)와 샤머니즘적 문화들에 대한 외경과 향수를 넘어 한 편으로는 비이성적이고 저급하게 취급되어 왔던 문화로의 회귀를 과감하게 선택함으로써 영화는 마무리된다.
한편 가장 강력한 힘의 상징 - 명예와 자긍심 따위는 내던져버린 철저히 자본의 힘과, 힘은 곧 정의고 승자만이 역사의 주역이 된다는 승자독식의 전령이 되어버린 광기 어린 전직 해병대의 상징(용병들을 총 지휘하는 대령) 과, 현재는 자신의 척추 치료를 위해 자본의 용병으로 지원했지만, 또 다른 세계에서 전혀 다른 가치를 깨닫고 이를 추구하는 해병대의 상징(주인공)의 대립을 보여줌으로써, 이제는 동지가 아닌 선과 악의 구도가 되어, 목숨을 건 싸움을 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인류가 과연 무엇을 위해 싸워왔고, 현재와 미래에도 여전히 존재할 인류의 탐욕 앞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지키기 위하여, 정작 우리 자신은 무엇과 싸워야 하는 것이고, 주인공처럼 우리의 가슴 속에 정작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를 감독은 관객들에게 간절히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는 또한, 기존의 남성들의 상징처럼 보여지는 근육질의 파괴본능 대령과 여성들간의 성적 대결 구도도 보여준다. 이는 역사적 파괴의 주역으로 기록되었던 남성들의 역할과 종종 피동적이고 성적 도구와 피해자들로만 자주 등장 했었던 여성들의 역할에 대한 시대적 위상 변화와 요구이기도 하다. 때문에 영화에서 선과 악의 대결은 하체불구의 장애를 가진 - 현실에선 거의 무능력한 남자 주인공이 아바타의 몸을 입고 선의 영역에서 악을 이겨내는 몽환적 스토리로 끝나는 것을 선택하기 보다는. 하극상의 주축이 되는 한 여성 해병대의 사건 전환의 기회 획득과 더불어, 마치 인종을 초월한 사랑을 넘어 모성 본능처럼 또 하나의 여성의 역할을 대신하는 나비족의 여주인공이 또 다른 영화 뼈대의 주축이 되어, 기존의 남성들간의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싸움 한복판에 뛰어드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수 세기동안 우리 남성들이 해온 수 많은 역사적 성과들과는 별개로, 더 이상은 여성들이 마치 전사처럼 나서지 않으면 안될 수 밖에 없는 지경으로까지 치닫고 있다는 듯한 우리의 모든 상황들에 대한 총체적 위기감과, 오늘날 여성의 지위 향상의 당위성과 요구되는 역할들, 육체적 장애를 지닌 주인공과 정신적 장애(승리와 정복 힘에 대한 강박증)를 지닌 듯한 대령을 극단적으로 대조시킴으로써 엠파이어의 현대인들에게 과연 누가 장애를 지닌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메세지를 함축하여 보여주는 듯 하다.
영화는 그동안 자본이 이루어낸 건설 뒤의 수많은 파괴가 판도라의 거울인 우리들의 터전 - 지구에 쏟아부은 씻지 못할 인간의 폭력이었음을 고해하는 듯, 완벽주의를 추구해 온 제임스 카메론의 총지휘 아래 마지막까지도 잔잔하고 영묘하기까지하게 잘 포장되어 마무리된다.
인간 제이크의 아바타 제이크로의 전환과 새로운 삶의 선택(두 번 태어나는 것)은 이제 인류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하는지에 대한 필연적 선택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듯 인류를 향한 근원적 질문과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깊은 철학적 고찰을 찾을 필요는 없다. 전형적인 상업성 위에 잘 포장된 환경보호의 중요성, 승자독식과 자본의 논리의 위험성과 인간성 파괴의 위기, 장엄하고 위대한 자연의 힘에 대한 외경심, 오히려 단순한 위트와 단선적 구도의 선악, 보편적 가치인 사랑은 변함없이 여전히 상업적으로도 우리의 감성을 터치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 후반부에 약간 따분했던 부분(주술적 장면)도 있었지만, 스펙타클한 환타지와 장엄하고 화려한 영상, 오락 영화로써 추천하기에는 전혀 아깝지 않다. 특히 누구보다도 아이들이 매우 좋아할 것이다.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필연적으로 대박이 날 수 밖에 없는 조건과 시대적 need를 거의 모두 갖춘 작품이다. 물질만능주의에 타락한 이 세상에서 아직도 이런 남성과 이런 여성들이 존재한다면 다시 한 번쯤 사랑이란 걸 해 보고 싶어진다. 나도 한 번쯤 거대한 생명체와 영적 교류를 하며 하늘을 나는 그런 자연인이 되고 싶어진다.
현실로 돌아와 그래 영화는 영화일 뿐...이런 거대한 영상이 자본의 힘을 빌어 제작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한 편으론 씁쓸하다. 하지만 이런 상상력을 영상으로 표현하는데 돈이 안 들 수는 없는 법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환호하는 만큼의 이득을 취한만큼 자연과 환경, 대표적으로 아마존 등지의 소수문화의 보전에 일정부분 재투자되길 바란다.
또한 혹여라도 대통령이 이 영화를 본다해도 대운하의 환상을 임기 후에라도 포기할 수 있을까? 여전히 회의적이다...수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해 왔듯, 얼마나 많은 생태계의 변화들을 마음으로나마 준비해야 할까? 먼 훗 날 우리와 우리 후손들은 돈을 내고 동물원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한반도의 몇몇 종들을 구경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더욱 그 들(?)이 주변 땅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또 다시 신문 지면을 살펴봐야 하는 것인지 한숨이 나올 것이다. 건설 토건족들의 이익 앞에 아바타의 메시지는 자신들과 무관한 것.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이제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i se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