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의정부 태흥시네마(THC9)일반상영관 자막으로 봤고, 두번째로는 신촌 메가박스 1(M) 관 가장 정 중앙 G열에서 디지털로 다시 감상했습니다. 약간 올려다보는 느낌으로 보니 처음 구석탱이에서 볼 때 보다 훨씬 좋더군요. 화질은 일반스크린 화질과 비교를 불허하니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듯하고, 사운드도 훨씬 좋았습니다. 좌석도 편하고.. 여자친구와 함께 봤는데(처음엔 별로일꺼라고 약간 걱정어린 표정을 보이더니 저보다 더 약간 촐싹대며, 좋아하더군요.ㅎ)

참고로 저는 영화전문가가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이 영화 저 영화 닥치는 대로 보던 자칭 아마추어매니아고  지극히 평범한 관객중 한 명이죠. 데이빗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부터 스탠릭 큐브릭 샤이닝이나, 대중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고전영화 노스페라투부터..스릴러, 공포, 드라마(이건 요즘 잘 안봐요.)...그냥 닥치는대로 영화를 보는 살짝 영화에 맛이간 인간이다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기에  영화의 전문적인 용어들은 잘 몰라요. 이해해 주십시오. 제 개인적인 느낌들을 적어봅니다.

이 영화는 다소..아니 비교적 많이 희망과 아쉬움을 남긴 영화입니다. 절반의 성공과 여전히 넘지 못하는 절반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영화입니다.

일취월장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

컴퓨터 그래픽은 솔직히 정말 일취월장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조선씬이 안습이다는 분들이 계시던데 저 역시 그렇더군요. 문제는 이 영화가 7년간 제작되다가 중단되었다가를 몇번씩 반복하다가 나온 것이라는 이야기의 관점에서 보면, 7년간의 갭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여러장면들이 있습니다. 조선씬과 L.A씬의 컴퓨터 그래픽간의 차이는 영화 속 500년 이무기의 이야기 만큼이나 많은 차이점들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의 대결, 그리고 용이되어 승천하는 장면

이건 정말 예술입니다. 그냥 말이 필요없습니다. 오래전에 허접때기로 2년 정도 그래픽쪽 공부를  건성건성 했지만, 그래도 보는 눈은 조금 있습니다. 이 장면들은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져도 충분합니다. 정말 놀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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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남긴 조선씬과 코스프레를 연상시키는 의상

조선씬에서 나오는 장풍장면이나, 와어어줄 타는 연기등은 총천연색의 우뢰매가 생각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말씀들은 좀 오바가 심하구요. 물론 분위기는 좀 납니다. 오히려,1-2년전 대하드라마, 사극과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엑스트라들이 칼을 맞고 쓰러질 때면 종종 오버하는 몸동작, 공중 1~2회전 이런 것들이 여전하죠. 대규모 전투씬은 반지의 제왕급이지만, 그 느낌은 대하드라마에 가깝습니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조선씬에서 처음으로 대단위 전투군으로 똘똘뭉친 아트록스 군단들과 괴수들의 몸동작인데요. 그들의 움직임은  유기체라기보다는 기계적이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사람인 아트록스 전사들은 카리스마가 별로 없습니다. 반면 대규모로 진격하는 컴퓨터 그래픽의 아트록스의 병사들은 비교적 강렬하지만 왠지 걸음걸이가 어색합니다. 이건 위에서도 밝혔듯 7년동안의 여러가지 난재들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들이 입고 있는 갑옷은(특히 검은색 부분) 다소 세련된 코스프레를 보고 있는 정도의 느낌 그 이상의 무엇을 주지 못합니다.  조선의 성벽을 뚫고 진입하는 (마치 반지의 제왕 2의 장면처럼) 병사들의 모습 역시, 스케일은 크지만, 움직임이 단조롭고 기계적인 느낌을 주죠. LA씬에서도 다소 시가행진 퍼레이드를 보는 것 같은 듯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너무 밝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요.

그래도 너무 실망하실 필요는 없어요. 이 느낌은 브래드피트가 주연한 영화 [트로이]에서 마지막에 오디세우스의 전사들이 밤에 진격할 때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의 병사들의 움직임과 느낌과 많이 비슷합니다. 즉 아트록스 병사들의 진격씬은 그렇게 수준낮은 장면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역동적인 장면도 아닙니다.  조선씬에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의 느낌은 상당부분 유명 컴퓨터 게임의 트레일러 동영상의 질감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낳습니다.

놀라운 컴퓨터 그래픽, 아파치헬기의 상당부분도 컴퓨터 그래픽

그런 와중에도 조선씬에서도 꽤나 그래픽이 좋은 부분들이 있어요. 주로 이무기들에게 집중되었는데요. 그건 아마도 최근 다시 재편집된 영상들인 것 같더군요. 마지막 악한 이무기와 선한 이무기와 용이 된 선한 이무기의 컴퓨터 그래픽은 칭찬을 넘어서 굉장히 놀랍습니다. 좋은 의미로보면 7년의 세월의 변화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그래픽 수준을 10점이라고 가정한다면, 이에 대등하다라고까지 말할 순 없어도. 일본이나 홍콩의 블록버스터 영화들 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유럽에서 제작된 몇 몇 특수효과가 뛰어난 작품들과 견줄 만큼의 수준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부라퀴에 쏟아부은 섬세함과 역동성,질감 어느 것 하나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신감이 있어요. 아나콘다와는 비교가 안됩니다. 게다가 어두칙칙한 화면이 아닌, 대낮의 밝은 화면에도 이런 섬세한 화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한국영화 역사상 거의 기적이죠.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생된 괴수들의 질감을 현장감있는 질감으로 등수를 매기자면

이무기,용 > 익룡(불코) > 뚱땡이 괴물(더들러)-이 괴물은 LA씬에서도 도시 위에 그대로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왠지 현실과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좀 더 흙이나, 먼지, 파편같은 것들이 묻은 살아있는 느낌이 부족하고 다소 번들거리고 유들유들합니다. >그래픽 샤콘과 아트록스 전사들( 이건 아주 조금 좀 그렇습니다.)

디 워를 소니측에서 블루레이(HDI?)로 출시한다고 하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실 화질면에선 극장의 디지털상영이 아무리 뛰어나도,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로 보면 더 엄청나겠죠^^

중요한건 제작환경인데요. 헐리웃만큼 거의 무제한의 자금력을 쏟아부을 여력도, 인력도, 없는 단 수십명의 인력으로 이정도 퀄리티를 뽑아냈다는 것은 기립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껏 국내에서 이정도의 기술력을 보여준 예는 결코 없습니다. 장담컨데 뒤로 갈수록 장면장면들 자랑스러워하셔도 좋아요. 대부분의 아파치 헬기들도 컴퓨터 그래픽입니다.

연출력과 연기력의 아쉬움, 노련하지 못한 스토리의 전개방식

스토리가 문제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개인적으론 스토리엔 별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비교적  서양인들 입장에서 볼 때, 신선한 소재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유기적으로 배열해나가는 연출력? 구성? 이런 것들이 다소 부족해  보이더군요.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야기꾼이나 할아버지가 들려주면 상당히 재미있는데, 이야기를 많이 안 해본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왠지 똑같은 이야기인데도 재미가 반감되는 그런 느낌 비슷합니다. 영상을 통해서 보여주는 그런 기술들이 좀 더 요구됩니다.

처음 5-10분정도 아주 약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자세한 이야기를 골동품 주인(잭)이 하나 둘씩 들려줍니다. 아~~~ 이 영화 사람들 말처럼 아동용 영화가 맞긴 맞나부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그렇다고 우려했던 것처럼 "유치뽕짝"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맘이 편해지더군요. 적어도 고민하면서 장면장면 모두 잡아야할 반전스릴러 영화는 아니니까요. 아주 편안한 맘으로 콜라와 팝콘에 몸을 맞겼습니다.

영화의 개연성도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문제는 화면전환을 너무 평면적으로 이 장면 보여주었다가, 잠시 후 또 다른 장면을 보여주었다가를 반복하면서, 다소 맥이 조금씩 끊어지는 느낌을 받게 되고, 관객에게 영상을 통해서 흡입력있게 몰입할 수 있는 기술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만들더군요.

이 영화는 상당히 윤회론적 세계관을 처음부터 전재하고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생뚱맞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어볼께요.

생뚱맞은 부분들

낭떠러지 사랑해요~~~씬

전혀 생뚱맞지 않아요. 20살이 되면 운명의 여의주로 바쳐질 500여년 전 운명의 여주인공이 서서히 나이가 들어가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 한 남자(천상에서 온 하람)의 보호아래 조금씩 그 사랑을 키워가요. 그런 감정을 여느 조선의 여인네들마냥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둘의 사랑은 말과 함께 바닷가를 바라보는 장면에 많이 함축되어 있죠. 

결국 부라케에게 쫒기던 그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유일하게 내세의 운명을 기약하며 자살을 택한 것이고, 그 때 다시 한 번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장면이예요. 자살을 하면서 생뚱맞은 사랑고백을 하는 장면은 아니라는 거죠. 

도망치는 장면에서도 두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자신들의 운명앞에서 고민하고, 갈등해왔었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지만, 위에서도 밝혔듯..그런 섬세한 분위기의 운을 띄우는데 다소 미흡했음을 알 수 있어요. 특히 여주인공의 사랑해요라는 그 대사에 왠지 혼이 담기지 못한 것 같은 미숙함이 느껴진 것은 사실입니다.  아울러 그런 이야기전개방식이 매끄럽지 못했기에 이 장면은 어떤 분들에게 생뚱맞은 사랑고백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군요.

키스씬 

키스씬이 쌩뚱맞다고 하는데, 세라가 어려서부터 용문신을 하고 태어났고,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고아가 되었고, 자신의 용문신때문에 본능적으로 동양의 책들이나, 부적에 맘과 몸을 의지하고, 병원에서 탈출하고..결국 위험에서 자신을 구한, 자신을 걱정하는 한남자와 해변에서의 그렇게 노골적이지 않은 키스씬은 그들 문화권에서 어느 정도 설명이 됩니다. 남자도 잘 생겼잖아요?

골동품상인(잭)의 정체

골동품 상인도 전생에 하늘에서 내려온 보천도사님께서 그 공력을 더 닦으셔 환생한 것이기에(어깨의 칼자국) 이리지러 변신술도 보여주시고,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다만 너무 자주 이 사람 저사람으로 변신하시더군요.

FBI

FBI가 왜 갑자기 이무기에 대해서 잘 아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도 그가 요원들과 이것저것 괴생물체가 남긴 흔적들을 추적하면서 개인적인 연구가능성도 적당히 설명 가능합니다. 여기 나오는 FBI들은 [CSI류]나 [본 얼터메이텀]같은 류에 나올법한 지능적인 캐릭터들은 아닙니다.

총 맞은 남자주인공이 살아나?

이든이 목에 건 팬던트 때문이죠. 또 이 팬던트가 하늘에서 내려진 것이기에 나중에 큰 역할을 하죠.

선한 이무기는 어디서 갑자기

굳이 이런 영화들에서 확실한 개연성을 따지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가능성만 말씀드리면 이무기들은 여의주가 있는 곳을 본능적으로 알아요. 이든이 꽁꽁 묵인상태에서 하늘을 향해 비명인지 고함인지..세라~~~라고 외치고.... 하늘에서 뭔가 밝은 빛이 내려오고 싹쓸이... 그 때 함께 이 선한 이무기도 찾아온다?쯤으로 상상해도 좋고. 상상은 다양하죠. 사실 그렇게 개연성을 따질 필요까지 없어요. 이건 단지 극적 전개니까요.

문제는 이런 복잡한 상황들이 여러가지 원인 - 과정 - 결과로 이어지는 기술적인 방식들에 그리 노련하지 못하다는데 있습니다. 용어가 잘 맞는지 모르겠지만, 관객들이 쉽게 납득하도록 만드는 그런 이야기 전개 기술방식이나, 연출력이 제한된 러닝타임내에서 다소 미흡하게 전개되요.

배우들과 엑스트라

제일 먼저 엑스트라들이 많이 아쉽습니다. 아트록스 병사들에게 좀 더 강력한 카리스마가 부족합니다. 그냥 일반인들에게 특별?한 의상을 입혀놓은 것 이상의 어떤 특별한 느낌이 거의 없어요. 그들의 평범하고 기계적인 움직임과,

브라퀴를 찾아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미국 전투병? SWAT?들의 뛰는 모습은 저들이 정말 특수부대원일까?할 정도로 다소 허둥대고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동작들을 보여줍니다.

아트록스 병사의 우두머리쯤 되는 녀석의 포효 하며 동굴속에서 익룡을 불러내는 모습도 아주 잠깐 WWF프로레슬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극 중에서 그나마 제일 나은 연기를 보인 엑스트라는 할머니 딱 한 사람입니다.(엄청나게 웃기지도 않지만, 좀 웃겼죠. 조연급 흑인배우보다 더 낫더군요.) 아마도 이 장면들을 찍고 있을 무렵 전후가 심형래 감독이 금전적으로나 여러가지로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제일 아쉬운 캐릭터는 조선씬의 하람 남자주인공입니다. 정말 미쓰 캐스팅입니다. 무술 연마후 숨을 헐떡이며 보천대사에 자신의 다짐을 말할 때, 선한 이무기가 나타날 때 그의 표정, 대사등은 놀라움이라기 보다는 상당히 어색하고, 약간 어리버리해 보이기까지 했어요. 솔직히 영구표정을 닮았더군요.-_-;  

연기력만 놓고 보면 순위가 이렇네요.

아트록스 병사및 미국 단역들 < 한국 조연들 ,  미국 조연들 < 미국 주연들 < 익룡들및 각종 괴물< 부라케와 선한 이무기.용(컴퓨터 그래픽)

남녀 주인공이다보니 컴퓨터 그래픽인 이무기와 용이 더 연기를 잘 합니다. 사실 두 이무기가 주인공이니까요 ㅋ 명대사는 까아오~~~~~~~~~~~~~~~~~~~~~ 되겠습니다. ㅎ

마지막 아리랑씬과 심형래님의 의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말씀이 많으실 것 같아요. 마지막 아리랑의 음악은 진주만처럼 장엄한 분위기는 있지만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면서 들려주지는 못합니다. 비교적 짧죠. 엔딩씬과 함께 심형래 감독이 마치 자신의 다짐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려는 듯한 진지함과 의지가 표현된 글이 쭈욱 스크롤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초기에 말이 많았죠. 애국심에 호소하려는 거 아니냐? 관객들에게 값싼 감정적 호소 아니냐?등... 맹비난이 쏟아졌었죠. -_-;

이 장면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애국심등에 호소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자신을 지금까지 믿고, 지켜봐 준 여러 관객과 팬들, 동료들에게 다시 한 번 결연한 의지와 성공에 대한 다짐, 이상, 그간 고생해 왔던 과정등을 들려주려는 듯 보이더군요. 

어느 극장에선 박수를 친 분들도 계시다는데 개인적으론 이 작품이 뛰어나서 박수를 보낸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그의 열정과 수고, 진심어린 격려의 박수를 보낸 분들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제가 보던 곳에서는 박수를 치던 분들은 없었습니다. 그 글과 장면들이 다소 길어서 그랬는지 좀 더 세련되게 보여주지 못해서 그런건지..사실 그렇게 큰 공감대는 없었습니다. 반응은 대체로 이랬죠..이야 정말 그래픽은 죽이는데 스토리가..ㅠㅠ

충무로, 한국SF영화사에 전환점과 이정표를 남길 작품

이 영화의 성공VS실패를 떠나서 분명하게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전작 용가리에서 꽤나 일취월장한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우뢰매의 총천연색 유치찬란 컬러링과는 거리가 멉니다. 물론 몇몇 장면은 그런 분위기가 아주 약간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 이 작품은? 반지의 제왕같은 대작도 아니고, 그렇다고 쓰레기는 절대 아닙니다. 윤광식 컬럼리스트마냥  영화가 앵벌이냐?식의 막무가내 영화는 절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말 돈이 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정말 돈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사실상 스케일과 내용은 다소 B급 블록버스터 가족용 영화에 포커스가 맞춰진 영화라고 하더라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한국 SF영화에 희망이 좀 더 구체성을 띄게 된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과거 많은 영화인들이 SFX영화들을 만들고, 또 만들려다가 실패했지만...., 이 정도 그래픽이라면, 이정도 스케일이라면 여기에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등을 조인시킨다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한국SF영화에 희망을 걸어 볼만한데?라는 구체적 가능성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내딛게 된 작품이죠. 그 한걸음이 이번엔 과거와는 달리 꽤나 보폭이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꿈이 그렇게 멀지만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만들어준 작품이죠.

헐리웃, 북미, 유럽, 아시아 시장 전망, 영구아트의 위상

이 역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헐리웃을 강타할 영화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헐리웃 영화관계자들(특히 그래픽쪽에)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경쟁작은 분명합니다. 비록 이 영화가 헐리웃을 초토화시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용트림을 시작한 꽤나 흥미롭고, 놀라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소재부터가 상당히 신선하니까 북미와 유럽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일본에서 500개 스크린? 개봉관?에서 개봉한다고 하던데 오히려 괴수영화 매니아들이 운집한 일본쪽 호응도가 상당히 더 높을 것 같아요. 중국도 예정이라면서요??

확실한 것이 또 하나 있죠. 영구아트의 위상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제 영구아트는 한국영화시장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과 이에 대한 뛰어난 기술력...미국에서 많이 스카웃 제의가 들어올지도.. 더 많이 헐리웃에 진출하고, 또 더 많이 배우고 또 더 많은 분들이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빕니다. 아니 그렇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충무로도 이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충무로가 영구아트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겁니다. 아울러. 그들의 작품에 대한 변화의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3류 조폭 코믹물,사다코류의 귀신물등으로 방학, 추석시즌을 노리는 일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줄어들 것 같군요.

총평

개그맨 심형래가 영화감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마치 누에가 번데기를 벗고 나비가 되려고 하는 과정과 세월과, 노고와 땀방울이 그대로 녹아 있는 작품이 디 워입니다. 완전히 벗어버리고 아름다운 나비가 되진 못했지만, 꽤나 많이 벗어서 이제 정말 아주 조금만 벗으면 하늘로 훨훨 날아갈 될 그런 작품 맞습니다.

겉으로 볼때는  그렇게 세련되고 엄청나게 웅장하지는 않습니다. 많이 웅장합니다. 그렇다고 졸작이거나, 쓰레기는 절대 아닙니다. 아쉬움과 좀 더 확실한 희망이 교차하는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줄 영화입니다.

심형래의 올드 팬들은 한 번 아이들 데리고 꼭 보도록 하십시오.결코 잔인하지도, 무섭지도 않습니다. 요즘은 너무도 익숙하셔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정도의 엄청난 임펙트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가까운 흥분들도 체험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마지막 승천씬은 정말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만큼 몽환적입니다. 트랜스포머를 재미있게 본 아이들은 이 영화의 반응도 꽤나 호의적입니다. 전 아이들과 같이 봤습니다. 디지털로 보니까 정말 화면하나는 예술이더군요.

국내에서 1천만에 가까운 대박은 어려울지 몰라도(이 작품은 국내에서 대박여부가 중요한게 아니니까요.) 쪽박을 찰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걱정마십시오. 보러 가실 분들은 기대치를 좀 더 낮추시고 마음 비우고 편하게 보러 가십시오. 심형래의 땀방울과 거짓말이 아닌 한국SF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러간다고 생각하고 보시면 딱일 것 같습니다.

장담컨데 감수성이 풍부한 분들은 이 영화 보고 나시면 용꿈 꾸고 싶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