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김기덕 감독의 '파란대문'(1998, Birdcage Inn)

힘내라지성 작성일 07.08.14 02: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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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파란 대문'

 

 

 

예전에 김기덕 감독 작품들을 TV에서 맘먹고 틀어준 적이 있었습니다.

 

파란대문, 수취인불명, 악어   이렇게 3편인가를 3일에 걸쳐서 해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일단 이때 이 영화들을 보기전에 제가 갖고 있던 김기덕은

 

뭔가 엽기발랄한 장면들을 연출해내는 '변태' 내지는

 

'트러블 메이커' - _ -;;;; 당시 '나쁜 남자'란 영화 포스터가 심의에 걸려서 메인카피를 바꿨던게

 

꽤 화제가 되었었죠.

 

'내 여자 창녀 만들기' 에서 '난 오늘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자를 만난다' 로 순화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1. 영화의 줄거리

 

한 어촌에 있는 작은 여인숙에 한 그림액자을 든 여인 (이지은 분)이 찾아옵니다. 그 여인은 '진아'라는 몸파는

 

여성이었죠. 진아는 이 여인숙에 기거하면서 몸을 팔게 되죠.

 

이 '새장 여인숙(birdcage Inn)'은 몸파는 여성으로 하여금 손님접대를 하게 하여서 먹고사는 형식의 여인숙

 

이었습니다. 이 여인숙의 주인, 그리고 그의 가족인 아내, 대학생 딸 혜미, 고등학생 아들 현우도 이 여인숙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갈등의 소재는 대학생인 딸 혜미가 창녀를 경멸한다는 것이었죠....자신과는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진아를

 

혜미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경멸합니다. 하지만 혜미네 가족이 살아가는 생활비가 결국 진아의 손님접대에서

 

나온다는 것 때문에 억지로 참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죠. 진아는 혜미의 질시를 묵묵히 감내해냅니다.

 

진아는 그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강간당합니다. 여인숙 주인은 다짜고짜 욕정을 느끼고 진아를 붙들고

 

겁탈해버리고 술취한 손님들은 교복을 입히고 때리는 등 추악한 행위를 일삼습니다. 진아를 등쳐먹는 악한도

 

등장하고 심지어 성에 대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여인숙 아들 현우(안재모 분...매우 풋풋한 모습)에게도

 

마지못해 몸을 허락하게 됩니다. 유일한 화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자신에 대해 마음이 있는 보트타는

 

남자에게 밖에는 없죠. - _ -;;;; 반면 여대생 혜미는 그저 대학생 남자친구와 잘 살아가죠. 여기서 두 비슷한

 

연령의 여성이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가는지 아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남성들이 자신의 추한 욕정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은 같은 남성으로서 참 부끄럽게 다가오더군요.....

 

결국 많은 갈등을 겪으면서 혜미와 진아는 둘의 대조적인 배경을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참된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몸이 아픈 진아를 대신해서 혜미가 대신 손님을 받는 장면은 정말 뭉클한 감동을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여성부를 비롯한 여성 지식인들은 '너도 창녀, 나도 창녀'라는 거냐며 강하게 반발했다는 후문이)

 


2. 인상깊었던 장면들

 

  - 혜미가 마지막에 손님 대신받는 장면(논란이 다소 있는 장면)

 

 

  - 혜미가 진아가 낮에 돌아다니는 길을 따라다니는 장면(대학생으로서 진아에게 우월감과 경멸을 갖고 있던

 

     혜미가 허위의식을 버리고 그녀를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듯한 장면)

 

 

  - 여인숙 주인과 그 아들이 같이 성병에 걸려서 비뇨기과에서 마주치는 장면 - _ -;;;

 

 

  - 영화 도입부에 진아가 바닷가 의자에 앉아 잠들어버리는 장면

 

 

  - 혜미의 남친이 혜미네 여인숙에서 진아와 동침하는 장면

 

 

 

3. 배우들의 연기

 

일단 여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오버하지도 않고 딱 절제되어서 제 역할을 한 것 같은 느낌....

 

창녀 진아 역을 맡은 이지은씨는 세상 다 산 것 같은 창녀의 자포자기한 모습을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 영화에서 아름답게 나왔습니다. 하악하악..... - ㅁ - ;;

 

'코르셋'으로 유명한 이혜은씨도 오만한 여대생 역할을 잘 해주었습니다. 요즘 작품활동이 뜸한게 아쉬울 뿐이죠.

 

그외 여인숙 주인(이름이 기억 안나내요. 유명한 분인데), 여인숙집 아들인 안재모씨도 사춘기 소년의 불타오르는

 

성욕을 유감없이 나타내주었습니다 ㅋㅋㅋㅋ

 

 

 

4. 비운의 영화......   - _ -;;;

 

파란대문은 무척 좋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처절하게 외면당했습니다. 김기덕 초기작으로서 이 영화가 만일

 

많은 호응을 얻었다면 김기덕 감독이 좀더 영화계 주류로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안습인 것은 이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될 때는 에로영화를 방불케 하는 컨셉으로 재창조되었다는 것이죠. 비디오 커버에

 

이지은, 이혜은 두 배우가 란제리 차림을 하고 '모든 여성은 한번쯤 창녀를 꿈꾼다'라는 자극적인 카피로 완전 다른 영화인양

 

출시되었죠. 정말 이런 생각을 한 비디오 업자의 머리를 쪼개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맞을래요? 응? 맞을래요?

 

(테리 길리엄의 '브라질'이라는 영화도 한국에서 비디오 출시될때는 '여인의 음모'라는 제목으로 바뀌었죠. 대단합니다)

 

 

 

 

진아와 혜미가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했듯이 이 영화를 통해 저는 김기덕이라는 영화인에 대해서 비로소

 

바로 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의 영화속 표현방식은 거칠고 다소 사회상규에 비춰볼때 꺼림칙한 부분도 없잖아

 

있으나 저는 이 영화를 통해 김기덕 감독의 팬이 되었습니다.


 

 

짱공유인들에게도 이 영화를 강력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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