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따뚜이(Ratatouille) 꿈, 그것은 자기증명...

유민수 작성일 07.08.18 13: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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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크스폰입니다.

 

[스타더스트]의 감상기를 올리고 나니, 갑작스레 얼마 전에 본 [라따뚜이]를 소개하는 편이 좋겠다 싶더군요.

간만에 봤던 정말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었고, [디워]의 그늘에 가려 빛을 잘 못보고 있기는 하지만 작품 그 자체로는 정말 대단하니까요. 엔딩 크레딧 올라갈때 저절로 박수가 나왔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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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라따뚜이는 사실 음식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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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프로방스와 코트다쥐르 지방의 대표 요리인데, 상당히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반요리입니다.

레시피는......야채들을 잘썰어서 올리브기름에 달달볶고, 마늘이랑 허브좀넣고 약한불에 푸욱 익혀먹습니다. 야채라고 해봤자, 양파, 가지, 호박, 토마토, 빨강피망, 파란피망을 죄다 깍둑썰기하면되는거고, 썰은 야채를 센불에 올리브기름 두르고 달달볶은뒤 마늘이랑 허브넣고 뚜껑덥고 약불에 뭉근하게 익히면 끝이죠.

이 요리의 특징은 한없이 맛있게 만들 수도 있지만, 또 무지하게 맛없게만들어 질 수도 있는, 간단하지만, 나름 어려운 요리입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보자면 음...."김치찌개"와 느낌이 비슷하다고 할까요? 평범하지만 어렵기 시작하면 한없이 어려운 요리입니다.

 

아무튼 픽사의 감독, 브래드 버드는 이 음식을 통해서 주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보였습니다. 좋은 벗, 사랑하는 가족과 모여앉아 좋은 음식을 나눠먹는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는 프랑스의 오래된 격언처럼 가족과 동료, 친구 그리고 꿈과 희망을 적절하지만 교묘히 섞여 맛깔나는 한 그릇의 [라따뚜이]를 조리해 낸 것이죠. 이런 면모는 2003년작 [인크레더블]의 각본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전개방식은 1999년 [아이언 자이언트]가 좀더 본색에 가까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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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언 자이언트]를 무지하게 재미있게 본 축에 속합니다. 냉전시대의 시니컬한 배경 위에 휴머니즘과 잔혹한 희망을 적절히 섞어둔 것을 매우 좋아하죠. 그런 면에서 [아이언 자이언트]도 그렇지만 [라따뚜이]도 일견 유사한 스토리 라인을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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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레미"는 쥐입니다. 요리와는 가장 상극의 위치에 있는 생물이지요.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그의 꿈은 한마디로 "불가능"이자 "헛소리"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가진 어렷을 적의 꿈들은 대개 레미의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예전에 저희 나이 또래 아이들은 대개 많은 것을 꿈꾸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30줄에 들어선 지금, 과연 그 꿈을 이룬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때의 아이들 100명을 추려 그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의 당신은 예전에 꿈꾸었던 바로 그 사람입니까?"

 

글쎄요...일단 제 경우에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반쯤은 된것 같아요."

 

제 꿈은 과학자였습니다. 어린 초등학생들이 으레 그렇듯 과학을 하는게 멋있어 보였거든요. 나이가 들어 실제 과학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았고, 또한 과학자가 되고 나서도 행복한(일반적으로) 삶은 거리가 있는 고통의 미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대다수 여기에서 많이 포기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꿈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갈수록 예전에 꿈꾸었던 미래는 점차 퇴색해갑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꿈을 꿀수 있다는 것은 아주 대단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꿈을 이룬다는 것은 엄청난 각오가 필요합니다.

 

아무튼 가난뱅이에 앞날이 희박하긴 해도, 저는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위해 가슴아파하고 불안에 떨면서도 꿈을 선택했던 것은, 꿈이 마냥 밝거나 행복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제게 과학자가 되는 것이 제 스스로의 증명이었던 것처럼, [라따뚜이]에서 레미가 요리사의 꿈을 이루려 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이 작품이 좋아졌는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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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사람을 아십니까? 사진을 보자마자 "아! 이사람!"이라고 탄성을 터트리는 분도 계실 겁니다만, 이 사람의 이름은 "폴 포츠"입니다.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과 비슷한 영국의 TV프로,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사람입니다만, 이 사람의 인생역정은 말 그대로 인간시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폴 포츠가 심사위원과 관객 앞에 섰을 때 앞니는 비뚤어지고 툭 불거져 나와 더욱 인상을 형편없게 만들었고 배불뚝이에 머리는 헝클어져 초라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밉살스럽고 혹평으로 유명한 사이먼은 폴 포츠가 오페라를 부르겠다고 하자, 심드렁한 표정으로 '어디 한번 불러 보라'고 대답했죠.

하지만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못이루고'가 시작되고 모든 사람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고 심사위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일약 스타가 되었습니다. 결국 폴 포츠는 우승한 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영국 여왕 앞에서의 노래 기회를 얻었고 사이먼과 계약을 하고 음반을 취입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볼품없는 휴대폰 외판원 폴 포츠는 평생 꿈꾸던 오페라 가수의 꿈을 드디어 실현한 것이죠. 사람들은 볼품없는 외모를 비웃으며 그의 꿈을 "불가능"이라며 무시했지만, 그는 결국 수십년이 지났어도 꿈을 잃지 않았고, 결국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폴 포츠를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뛰어난 노래 실력이 아니라, 절대로 꿈을 잃지 않았던 용기에 감동받으며 찬사를 보냅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알기 때문이지요.

또한 비록 종족은 다르지만(^_^) 같은 가시밭 길을 걸어왔던 생쥐 레미에게도 같은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렇기를 두 손모아 간절히, 간절히 기원합니다.

 

나의 꿈이 현실이 되는 그날이 올때까지......꿈을 잊지 말게 해 달라고.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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