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크스폰입니다.
그동안 볼 영화가 없어서 잠잠했습니다만, 오랫만에 새로운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미스터 브룩스]입니다.
[미스터 브룩스]는 스릴러 물입니다. 정확하게는 범죄 스릴러물이지요. 스토리의 초점이 명확해보이지는 않지만 이러한 류의 연쇄살인마 영화는 조나단 데미 감독의 1991년작 [양들의 침묵] 이래 주류권에 편입되어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는 편입니다.
사실 스플래터 무비가 아닌, 진지하면서도 세련된(?) 연쇄살인마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1986년 마이클 만 감독의 작품 [맨헌터]에서 시작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토마스 해리스의 이야기는 매우 훌륭하니까요.
마이클 클라이튼의 SF 소설 시리즈가 그랬떤 것처럼, 토마스 해리스의 범죄 스릴러는 작품의 깊이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깁니다.
다만 모든 영화가 나름대로의 매력과 특징이 있듯이, 이 영화는 기존의 토마스 해리스 스타일의 범죄 스릴러와도 다르고,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정형을 보여준 2000년작 [아메리칸 사이코]의 그것과도 맥을 달리합니다.
저는 범죄 스릴러, 그것도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은 왜 연쇄살인마에 끌리는 것일까 하고 말이지요.
물론 저도 이런 류의 영화와 드라마를 아주아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전부 미치광이 사이코 킬러에 끌린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본질적으로 저는 이러한 영화류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말초적인 자극이 아닌 인간성에 대한 깊은 고찰에서 나온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살인(Killing)에는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만 간단히 구별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가장 큰 구별방법은 충동적 살인자와 계획 살인이 있습니다. 충동적 살인은 흔히 '욱'해서 저지르는 살인을 말하고, 계획 살인은 대상을 정해놓고 수단과 방법, 절차까지 고려해가며 효율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형태를 말합니다.
영화의 범주에서 놓고 말하자면 [13일의 금요일]이나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류의 스플래터 무비는 충동적 살인을 바탕으로 한 인간사냥(Man Hunting)을 기반으로 합니다. 가장 비인간적으로 인간을 살해하며 그로인해 공포를 끌어내는 형태입니다. 다만 이러한 살인은 대개 제정신을 가졌다고 보기 힘든 살인자가 저지른다는 형태를 띕니다.
반대로 계획 살인은 대개 스릴러입니다. 천천히 먹이를 향해 조여가는 긴장과 두려움 그리고 섬뜻함이 영화의 핵심이라 하겠습니다. 실제 케이스들을 보자면 보험살인이나 유산을 노린 존속살인 등등이 있겠군요. 이러한 살인은 반드시 제정신을 가지고 목적과 의도 하에 저질러야 하는 형태를 띕니다.
다만 충동과 계획의 중간의 미묘한 간극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이건 아주 미묘하고 공포스러운데요, 그 이유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밀려들어오는 살인충동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겁니다. 이러한 충동을 적절히 조절해가며 사회적 장막 속에 스스로를 잘 숨기는 지능성 살인자의 모습은 2006년 드라마로 잘 알려진 [덱스터]의 주인공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이러한 살인자를 통상 사이코패스(Psycopath) 살인마라고 합니다.
사이코패스는 사회적 변질자라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선과 악을 구별하지만, 그에 따른 죄책감이나 감정 자체가 아예 없는 케이스입니다. 이런 형상을 "감정동기화"가 되지 않는다고 표현합니다.
따라서 이들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그저 재미이거나 필요해서일 뿐인 겁니다. [공공의 적]에 나오는 주인공이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사이코패스 살인자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에고(ego)적인 면이 섞이면 바로 [아메리칸 사이코]의 완전히 미친 크리스천 베일이 됩니다.
다만 [미스터 브룩스]의 경우엔 좀 다릅니다.
[미스터 브룩스]는 사이코패스가 아닙니다. 그는 정신질환자, 그것도 정신분열이 극대화된 살인자일 뿐입니다.(비유가 영 이상하군요) 선악에 대한 판단이 있는데다 이로인해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도망치려는 브룩스와 살인을 충동질하는 마샬의 모습은 전형적인 정신분열증상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브룩스와 마샬 둘 중의 어느것이 진정한 그의 모습이냐는 겁니다.
살인이란 인간이 저지를수 있는 최고 최악의 범죄라고 합니다. 그러나 경쟁자를 제거한다는 효율성으로 보자면, 상대를 죽이는 것은 매우 효율적은 수단이라 할수 있습니다. 문명에 의해 감추어지긴 했지만, 인간은 어디까지나 동물의 일종이므로 원시시대 이후로 잠들어왔던 인간의 파괴적 본능과 경쟁자를 제거하고픈 욕망이 어우러진 살인의 욕망이 과연 우리가 흔히 인식하고 있는 "파괴적이며 이질적인" 모습인지는 좀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원전 3세기, 중국의 사상가 순자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악"하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성악설이 옳고 그른지는 예나 지금이나 잘 모르겠습니다만, 파괴적이며 자극적인 살인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는 이러한 "악"에 대한 영역을 끊임없이 두드리며 우리 모두에게 인간성에 대한 깊은 화두를 던집니다.
다만 본질적으로, 악하든 선하든 아무런 상관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고 저는 생각하지만요.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