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애니 홀 Annie Hall

lay_la 작성일 07.10.08 20: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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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것은 침대에서 나의 눈을 보며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라고 말하는 그녀와 영원히 함께 있는 것이다.

그녀의 체온을 느끼고 그녀의 숨소리에 맞춰 오르내리는 어깨를 바라보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하는 자신이 있다.

애니 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상당히 유명한 작품인데 1977년작이라 모르는 사람이 좀 있을 듯 하다.

이 때 당시 미국은, 스타워즈가 안겨준 충격과 열풍으로 실로 신드롬의

생생한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 시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워즈의 아카데미 수상에 관련된 의심을 품지 않을정도로

훌륭한 대중성과 예술성의 조합을 보여주었던 스타워즈를 비웃기라도 하듯

알짜배기 상을 모두 휩쓸어 버린 작품이 바로 우디알렌의 즉흥시 애니 홀이다.

그에게 성공을 안겨주고 앞으로도 계속 우디알렌식 영화를 만들어 가도 될 것을 허락하는

증명서를 만인의 앞에서 수여받은 순간이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우디알렌의 영화이다.

우디알렌을 잘 모르는 사람에겐 도대체 그 사람의 전형적인 영화가 뭔데?

라고 말 할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설명이지만

어쩔 수 없다. 보고나면 이해 할 것이다.

그만의 전매특허가 있으니까..

그는 말로 승부한다. 전직이 코미디언 겸 작가이다 보니 반영된 특색이겠지만

대부분의 말이 많은 영화가 밥은 먹고 다니냐? 라고 말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지루함이 있는 반면

그의 유머러스와 위트 비난과 근면수심의 선을 살짝 벗어난

비틀린 촌철살인은 그의 매니아들로 하여금 박수를 치며 웃고 공감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언어인 것이다.


영화의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나 같은 놈을 들여보내주는 클럽에는 가고 싶지 않다”


하!하! 이것은 우디알렌의 여성관 속에 존재하는 아이러니와 역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말이다.

사랑받길 원하면서도 막상 괜찮은 여자가 나타나 자신을 사랑해주면

못난 남자의 의문이 머리를 때린다.

이런 여자가 왜? 왜 나같은 놈을.. 뭔가 잘못됐어

그리고 그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헤어진다

아, 이제야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군!

이것이 대부분의 못난 남자들이 여자를 잃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우디알렌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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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것이 다다.

스포일러라고 나를 욕할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미안하다.

스포일까지 될까 모르겠다(왜냐하면 영화는 이렇게 시작하니까

“애니와 헤어진 게 마음에 걸려요“ 사실 이 대사가 영화의 시작과 끝을 다 말해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우디알렌은 실제로

자신이 못난 놈이라 끊임없이 말하며 자신을 사랑해주는 애니 홀을

조금씩 조금씩 지치고 질리도록 만든다.


영화를 보면서 우디알렌의 계속 이어지는 그의 말과 그녀 옆에서 그의 말을

들어주는 애니 홀을 보며 모두의 연애는 어쨌든 이 모습과 닮았어라는 생각을 했다.

현실적인 연애, 그렇다 이 영화는 연애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현실적인 연애들이 너무나 현실성을 추구하다보니 오히려 부정적이고
세속적인 면에만 포커스를 맞춰 비공감을 주는 것과는 달리

애니 홀은 내내 내 머릿속에 솔직함이란 단어를 떠올리도록 만드는 영화였다.


즐겨주길 바란다.

충분히 깔끔하니 조금 먹고 실망하여 꺼버리는 일도 없길 바란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의 비꼬는 듯한 말투와 그 속에 담긴 진지함을

웃으며 봐주길 바란다.


애니 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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