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인저 댄 픽션 - Stranger than fiction (2006)>
필자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바람.
윌페렐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가 있었고,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아보였지만 역시 여배우에게는 뭔가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매기 질렌홀을 볼 수 있다. '내니 맥피'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엠마 톰슨은 이 영화에서도 뭔가를 보여준다.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로 '트루먼 쇼'를 들수 있겠다. 제 3자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이지만 결국 틀에서 벗어사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비슷하다. 하지만 트루먼의 세계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비해 해롤드의 세계는 실존하며, 우연히 소설속 주인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주로 코메디 연기를 하던 배우들이 사뭇 진지한 연기로 새로운 면을 보였다는 점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짐캐리는 트루먼쇼 이전부터 좋아했었지만 윌페렐은 약간 저속한 코메디배우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윌페렐은 트루먼쇼의 짐캐리보다는 못하지만, 진지한 면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서 내게 호감배우로 탈바꿈했다.
<01>
평범한 국세청 직원으로 살아온 해롤드 크릭. 그는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정수'라고 말할 정도로 숫자에 민감한 사람이다. 그는 양치질을 할때에도 양치질하는 횟수를 세며, 출근길까지의 걸음걸이를 세는 등 거의 완벽히 계산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하지 않은 보통사람이다.
<02>
그러던 어느날 양치질을 하는 도중 어떤 여자목소리가 들린다. 좀더 말하자면 그의 행동을 나레이션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그에게 들린다. 그는 계속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지만 그 목소리는 그에게만 들리는, 마음속의 목소리이다.
<03>
갑작스레 이상한 일이 일어난 그에게 목소리가 여간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목소리의 정체를 찾기위해 다른 행동을 하면 그 나레이션은 멈추고 들리지가 않는다.
<04>
해롤드는 자신에게 일어난 이 일을 설명하기 위해 정신과의사를 찾지만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만 내릴뿐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문학이론 전문가 힐버트 교수를 만난다. 힐버트교수 역시 처음에는 해롤드를 정신이상자로 취급하지만 무엇에 끌렸는지 그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힐버트교수는 해롤드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해롤드의 이야기가 어떤 문학작품의 이야기인지 추리한다.
<05>
한편, 해롤드는 국세청일을 하면서 안나 파스칼이라는 빵집여성을 마주친다. 안나는 하버드 법대에 진학을 했지만 그곳에서 빵을 구워 배고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싶은 꿈을 갖게 되어 빵집을 운영하며 여러사람들을 돕는 선한 사람이다. 하지만 정부의 세금이용에 반발감이 있어서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06>
해롤드는 안나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07>
그의 생활에 나레이션이 계속되던 어느날 여자목소리는 그가 죽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해롤드는 절박한 마음에 목소리의 주인공과 대화를 하고 싶어하지만 헛수고이다.
<08>
그는 죽음에 앞서 지금까지 마음 깊은 곳에 있었던 것들을 끄집어 낸다. 기타를 배우기도하고 안나에게 찾아가서 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안나도 마음이 있었는 듯 그를 받아들이고 해롤드와 안나는 사랑을 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도 생기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등 그에게 많은 변화가 찾아온다.
<09>
그렇게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해롤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비극소설로 유명한 카렌 아이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희극의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해롤드는 절망감에 카렌을 찾아가게 된다. 카렌 또한 자신의 소설속 주인공이 실존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에 놀람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카렌은 이미 주인공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 스토리를 만들어 놓은 상태이다.
<10>
그 소설을 받은 해롤드는 힐버트교수에게 소설이 걸작이라며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조언을 듣게되고 자기자신도 소설을 읽고나서 주인공이 마지막에 죽음으로써 얼마나 소설이 훌륭하게 끝마쳐지는지 받아들이게 된다.
<11>
결국 해롤드는 수긍을 하고 소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게 된다. 하지만 버스에 치어 죽은 줄로 알았던 해롤드는 손목시계에 의해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카렌은 결국 자신의 소설속 주인공을 만나게 됨으로써 자신의 죄책감에 해피엔딩으로 끝맺음을 한 것이다. 비록 소설이 걸작이 되지는 못하지만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주인공을 차마 죽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죽음이 곧 찾아옴을 안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 속 해롤드는 절망하기는 했지만 너무도 차분하다. 힐버트교수의 말처럼 미쳐버릴 듯도 한데 그는 죽음이 찾아올 것을 알면서도 일을 하기도 하고, 사랑을 찾기도 한다. 죽기 전에 기타를 배우는 초연한 행동을 보인다. 수십년간의 무미건조한 삶으로 오히려 죽음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해롤드는 죽음통보라는 극단적인 사실로 인해 삶에 활기를 되찾는다. 영화를 보며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싶던 기타를 쳐보기도 하고, 더이상 혼자 밥을 먹지않고 사람들과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생활을 하며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제 죽음이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소설의 결말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차 아무말 없이 삶을 정리하는 냉철함은 그대로였나 보다. 죽음을 예상하며 출근준비를 하는 해롤드의 모습에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카렌이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꾸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