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데이비드 게일 - 범죄, 제도 그리고 인권

솔빛향기 작성일 08.04.04 18: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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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게일 (the life of d*id gale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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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스릴러, 범죄

감독 : 알란 파커

주연 : 케빈 스페이시, 케이트 윈슬렛

 

개인적으로 차기작이 가장 궁금했던 두 배우를 만날 수 있어서 선뜻 고를 수 있었다.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접하게된 이 영화는 그 당시 국내에서 커다란 논의가 되지 않았던, '사형제'라는 묵직한 둔기를 들고, 그 스릴러 특유의 기법으로 방심한 내 뒤통수를 쳐서 크레딧이 올라가는 도중에도 한참을 멍해 있게 만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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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얼 서스펙트, 아메리카 뷰티의 케빈 스페이시.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 당시 나에게는 커다란 유혹이었다.>

 

영화의 이야기는 사형폐지주의 단체인 데스워치의 일원이자, 대학교수인 '데이비드 게일'은 제자와의 성추문에 휩싸이고, 동료 교수의 살해범으로 사형에 처해지는 지경에 다다른다. 사형집행일을 몇일 앞두고, 기자인 '빗시 블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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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반대론자의 사형집행. 그 역설적인 설정은 시작 부터 꼬여버린 근사한 스릴러의 설정은 가벼운 마음이었던 내 발가락을 꽉 오므라 들었......>

 

빗시 블룸은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데이비드 게일의 사형 뒤에 뭔가 커다란 음모가 존재하는 것을 차츰 알게되지만, 집행일은 불과 몇일. 얼마 남겨지지 않은 시간내에 그녀는 자신의 일을 마칠 수 있을까? 그녀가 결국 알게되는 진실은 어떤 것일까?  이야기는 치밀하고, 급박하게 전개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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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의 무거움이었을까? 다소 무디긴 했지만, 영화를 통째로 궤뚫는 견고한 긴장감은 이 영화의 매력.>

 

전작에서 부터 보여준 케빈 스페이시의 독특한 연기관들은 나에게는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공허한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흡입력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나에게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말해주었다. 또한, 영화가 가지는 수사적인 기법과, 시간제한적 압박감은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만들어준 그야말로 스릴러의 정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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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이 후로는 볼 수 없었던, 케이트 윈슬렛. 그리고 작가주의 감독이 흥행작을 시도할 때 나타나는 작위적인 b급 냄새는 아쉬웠다.>

 

 

냉정하게 말하면, 데이비드 게일은 사형제 찬반을 이야기하기위해 꺼내놓는 영화로서는 좀 진지하지 않은 면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형제도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꺼내놓은것이고, 영화의 기법과 더불어 결말에서 오는 아이러니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전제는 이렇다.

범죄자는 1.제도(system)에 의해 

2.단죄 받고,

3.교화 되어,

4.갱생 한다.

 

이 4단계가 통상적인 범죄자를 대하는 제도로서 21세기의 법치주의 국가에서 시행하는 것이다.

 

사형제도는 시스템에 의해 단죄받고, 교화될지언정 갱생할수없다. 비틀린 시스템에 의한 선의적인 피해자-즉,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것에 사형까지 다다르지 않는정도-의 발생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는 것, 또한 그것은 돌이킬수 없는것을 의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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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죽음에서 오는 너의 양심,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형제를 포함한 반인권적인 공포적인 제도가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그리고 일어날 어떤 범죄에 대한 안전벨트가 되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중국에서 숱하게 행해지는 사형과 반인권적인 단죄들이 그네들 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범죄예방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져본다.

 

공포적인 단죄가 범죄예방에 진정 도움이 된다면야 정말 그 수위를 대폭 늘려도 좋다. 하지만, 그런 주장 속에는 반드시 이런식의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난 아니지만 말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폭압적인 제도를 도입하면 순한 양이 되어서 살거라고 봐. 아마 난 그런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을것이고, 나와는 상관 없지만 말이야.'

이런 위험한 발상은 오히려,1930년대 히틀러가 생각했던 것과 근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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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무라비 법전. 다시 가져다 쓸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구, 깔끔하잖아?>

 

우리는 제도 속에서 살고 제도를 만들며, 제도에의해 다스려지기를 원한다. 그것이 바로 법치주의다.

굳이 기존의 제도에 칼날을 비틀어 찔러넣듯이 특별법을 제정 하지 않더라도, 보완 할 수 있음에도 그 전시적인 특별법으로 전국민적인 분노에 편승해 그 저급한 포퓰리즘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그 단순한

입법취지를 분명히 알릴 수 있을것이다.

 

게다가, 예방 프로그램, 사후관리, 대체 매뉴얼, 체계적인 수사기법등은 빠져버려, 별 필요없는 뱀다리(蛇足)처럼 느껴지는것이 마치 이 영화 최종의 부분에서, 영화적 기법때문에 주제가 물러져 알아볼 수 없었던 것처럼 꼭 이 특별법의 한면을 보는것만 같았다.

 

기법과 대중성에 편승해 자기가 진짜 무엇을 말하고 있는것인지도 모르는 이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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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별법은 좀 초보티좀 난듯.>

 

피를 부르는 복수를 원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인권을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설령 우리가 무가치하다고 느껴지는 이들에게도, 이런 것들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이런 예외 없는 제도가 우리에게 일종의 무력감을 줄지언정, 우리의 가슴에 멍을 들게 할지언정,이 대명제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지켜온 그 뿌리를 흔드는 우를 범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법치주의와 인권을 이야기하는것이 무척 조심스럽다. 마치 납치사건 이후에도 계속 선교하겠다는 모종교의 발언처럼 부적절한 시기임에는 분명하지만, 우리가 지켜온 법치주의와 인권의 의미를 폄하하거나, 무시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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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마스크를 벗기고,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이라구. 이 얘의 인권만을 말하는건 아니야.>

 

마지막으로, 미처 다 피지도 못하고 꺾여버린 두송이의 꽃들을 진심으로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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