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계남, 문성근, 여균동 등, 당시 영화계의 비주류들이 모여 설립한 이스트 필름의 창립 작품이자 이창동 감독의 데뷔 작품으로 97년 대종상 남녀주연상·각본상·음악상·심사위원 특별상, 97년 청룡영화제 작품상·남녀주연상·감독상·기술상, 97년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신인감독상·남녀주연상·각본상, 97년 영평상 작품상·신인감독상·남우주연상·각본상, 97년 황금촬영상 은상·인기남우상·인기여우상, 97년 벤쿠버 영화제 용호상 등을 수상하는 등 97년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 받았으나 흥행에서는 그다지 재미를 보진 못했다.
최근 이창동 감독 인터뷰를 보면, 이 영화를 찍을 때만 해도 자신의 연기관(연기하지 않는 연기)을 관철시키기 어려웠고, 촬영도 콘티에 나와 있는 거의 그대로 찍어야 했다고 한다. 연기자 중에서는 그나마 송강호와 한석규가 자신의 의도에 부합하는 연기를 해줬다고 하는데, 다시 보니 꽤나 리얼하게 표현한 듯 싶다. 어쨌든 아무리 소설가 출신으로 다른 분야에서 나름의 명망을 얻은 이창동이라도 감독으로서 초짜인 그에게 영화계의 텃새도 일부 작용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와서 이 영화를 다시 돌이켜보면 이창동 감독의 다음 작품인 <박하사탕>과 거꾸로 된 쌍둥이 영화라는 생각이든다. <박하사탕>이 희망을 잃고 순수함을 잃어버린 한 중년남성의 순수했던 그 때를 찾아 뒤집어 가는 영화였다면, <초록물고기>는 갓 군대를 제대한 아직은 순수한 청년이 금방 손에 잡힐 것 같은 작은 희망을 향해 나아가다 거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초록물고기>나 <박하사탕>의 주인공들은 스스로 결정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표류하다 끝내는 좌초하고 마는 인생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어쩌면 그것이 인생이라는 이창동 감독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듯 하기도 하고.
이번에 다시 보면서 영화 초반에 이문식이 나온다는 걸 새롭게 발견했다. 기차 안에서 심혜진에게 시비를 걸다 한석규와 싸움을 벌이는 3명의 불량배 중 한 명이 이문식이었는데, 너무 무명이었는지 엔딩 크레딧에 임문식으로 표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