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2008년에 놓쳤던25편의 영화들..

--;; 작성일 09.02.19 15: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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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역시 영화의 작품성과 상업성은 반비례에 가깝다는 공식을 입증한 한해였습니다.

지난해에는 '원스' 올해는 '렛 미 인'처럼 뜻밖에 슬리퍼 히트를 기록하는 변방의 영화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언론의 조명조차 사치로 여겨질 정도였죠.

다양한 국적에 다양한 작품들을 수용하는 자세가 문화와 나라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더불어 문화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쉬움 속에 우리가 올해 놓친 25편의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준은 12월 20일자로 관객수가 3만명을 넘지 못한 영화들입니다.

01.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the fall)

감독 : 타셈 싱 / 주연 : 리 페이스, 카틴카 운타루 / 관객동원 : 1085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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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제니퍼 로페즈와 빈스 본을 주연으로 흥행에 어느정도 성공한 "타셈 싱" 감독의 두번째 작품입니다.

영화 <더 폴>은 인도 출신의 코스모폴리탄 감독답게 전세계 20여개국을 누비며 아름다운 경관을 초현실적인 구도로 담아 독특한 작품으로 형상화시킨 점이 눈에 띕니다.

특히 각종 회화의 구도를 차용해 스크린을 캔버스로 활용했다는 찬사를 얻기도 한 영화입니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읊는 세헤라자드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훌륭한 조합이라고 불릴만하나, 내러티브가 허술한 것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02. 마음의 속삭임 (murmur of the heart)

감독 : 루이말 / 주연 : 레아 마사리, 브느와 페로 / 관객동원 : 131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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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혼외정사라는 사회적 금기를 잔혹한 비극으로 승화시킨 영화 <데미지>의 감독 루이 말 감독은 이미 70년대부터 외설스러운 소재를 정면에 내세우고 이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돌파하곤 했습니다.

70년대 초 제작된 이 영화에서도 성장기 소년이 어머니와 *을 벌임으로써 영화계 안팎에서 논쟁의 중심에 설 정도로 과감한 설정으로 일관했죠.

아버지의 여자인 '어머니'를 취한다는 기본 설정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서 기인하지만 이를 통해 프랑스 50년대 부르조아 가정의 허세를 단단히 꼬집습니다.

03. 이리-중경

감독 : 장률 / 주연 : (이리) 윤진서, 엄태웅 (중경) 궈커이, 허거평 / 관객동원 총 32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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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동포 장률 감독이 만든 이리와 중경은 다른 나라, 다른 주인공들을 동원했지만 다른 듯 닮은 영화입니다.

이리는 지금의 익산의 옛지명으로 '폭발'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그린다면 중경은 폭발 직전의 황폐화된 사람들을 그려냅니다.

원래는 한편의 영화인데 분량과 내러티브가 길어지면서 영화가 서로 나뉘었다고 합니다.

저예산의 음울한 분위기가 두 영화 전반에 표현되지만 그래도 희망을 찾는 영화의 미덕을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요?

04. 미후네(mifunes sidste sang)

감독 : 소렌 크라그-야콥센 / 주연 : 안드레센 w.베르데센, 이벤 옐레 / 관객동원 : 310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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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촬영과 음향효과 등 인위적인 요소를 가급적 배제하는 등 영화의 리얼리티를 추구하기 위해 1995년 덴마크 감독들이 주창한 선언이 바로 "도그마 95"입니다.

미후네는 "도그마 95" 선언의 세번째 영화로 이전 작품들인 라스 폰 트리에의 "백치들"과 토마스 빈터 베르크의 "셀레브레이션"이 파격적이고 무거운 내용과 영상을 선보였다면, 이를 좀더 완화하고 가슴 따뜻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얻고있는 작품이죠.

가족간의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임에도 별다른 수사없이 깔끔하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며, 국내에는 영화가 제작된 지 10년 만에 소개됐습니다.

이처럼 선언적인 영화들이 뒤늦게 소개된 사실에 대해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문화적으로 척박한 비극을 슬퍼해야 할 지 아직은 판단이 서지 않네요.

05. 해피 고 럭키(happy-go-lucky)

감독 : 마이크 리 / 주연 : 샐리 호킨스, 에디 마산 / 관객동원 : 510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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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happy-go-lucky'란 사전적인 의미로 '태평스러운'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포피(샐리 호킨스)는 매사에 낙천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행복 바이러스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영국 하위계층의 쓰디쓴 현실을 보여주는 리얼리즘의 선봉장 '마이크 리'입니다.

이렇게 모순된 조합이 그려내는 코믹 드라마는 포복절도하게 만들면서도 인생의 쓴 맛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죠.

한없이 낙천적인 여주인공에 여러분은 그녀가 사랑스러울 수도 아니면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만큼 인생관에 따라 영화에 대한 공감 정도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06. 바사르와 왈츠를(waltz with bashir)

감독 : 아리 폴만 / 관객동원 : 527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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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만나 경쾌하고 신나게 무도회에서 펼쳐지는 왈츠

전쟁에 관련된 애니메이션에 왈츠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아마도 인간본성은 왈츠를 즐기듯 학살자체를 즐기기 때문이 아닐까요?

트라우마로 인해 기억을 상실해버린 주인공이 기억을 더듬어가는 과정에서 이 애니메이션은 하나둘씩 베일을 벗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이 영화가 학살은 학살 가해자뿐 아니라 방조자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감독이 이스라엘 출신인 만큼 레바논 양민 학살에 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 애니메이션입니다.

07. 북극의 연인들(the lovers from the north pole)

감독 : 훌리오 메뎀 / 주연 : 나즈와 님리, 펠레 마르티네즈 / 관객동원 : 532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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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영화 <* 앤 루시아>로 우리에게는 노출의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 '훌리오 메뎀'은 사실 스페인의 내로라하는 감독입니다.

데뷔작 <바카스>와 <붉은 다람쥐>로 명성을 쌓은 뒤 이어졌던 헐리우드의 러브콜을 단번에 거부한 스페인의 단단한 자존심의 대명사이기도 하죠.

<북극의 연인들>은 의붓남매의 금지된 사랑을 그린 영화지만, 이 영화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사랑과 운명, 인생을 교차시키고 이를 사색하게 하는 힘이 느껴지게 합니다.

08. 로큰롤 인생(young at heart)

감독 : 스티븐 월커 / 주연 : 밥 실먼, 아이린 홀 / 관객동원 : 749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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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청춘이라는 뜻의 'young at heart'는 제목 그대로 악단을 구성한 노인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들이 구성한 '영 앳 하트 코러스'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노인들이 로큰롤 밴드를 구성하고 순회공연을 다니는 다큐멘터리 음악 영화인데요.

질곡의 세월을 보냈던 그들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삶과 죽음 가족과의 관계 등이 다큐멘터리 전반에 보여지며 흥겹고 신나는 음악, mtv식으로 화려하게 편집한 영상에도 숙연한 감동까지 느끼게 합니다.

09. 매직 아워 (the magic hour)

감독 : 미타니 코키 / 주연 : 스마부키 사토시, 아야세 하루카 / 관객동원 1696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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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조직원이 두목의 연인과 밀회를 즐기다 걸리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전설의 칼잡이를 알고 있다고 허풍을 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며 무명의 엑스트라들을 불러 모은다는 설정의 일본 영화 <매직 아워>는 주변의 모두를 속이고 또 속여야만 하는 상황 코미디물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20년 동안 무명의 서러움을 딛고 주연배우로 발탁된 영화속 영화의 주인공의 고군분투는 엎치락 뒤치락 코미디 속에서도 우리를 숙연하게 하는 감동이 있습니다.

어디서나 진심은 통하는 법입니다. 과연 당신의 진심은 보여줄 준비가 되었나요? 아니면 타자의 진심을 읽어낼 줄 아는 여유를 지니셨는지요?

10. 카라멜 (caramel)

감독 : 나딘 라바키 / 주연 : 나딘 라바키, 야스민 엘마스리 / 관객동원 : 238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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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하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세요?

이스라엘과의 끊없는 전쟁, 그로 인한 전쟁의 사상자와 난민들.

하지만 레바논 사람들도 사랑에 고민하고 연애에 갈등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영화 <카라멜>은 유부남과의 사랑, 일상과 같은 깊고도 가벼운 사랑, 동성끼리의 사랑 등 레바논인의 일상적인 사랑을 다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레바논에서 제작된 영화 가운데 최대 흥행을 기록했던 영화입니다.

11.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감독 : 나카무라 요시히로 / 주연 : 에이타, 마츠타 류헤이 / 관객동원 : 390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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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젊은 지성파 소설가로 알려진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복잡한 소설을 퍼즐식으로 펼쳐내며 서서히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일품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기인하듯 일본인을 상징하는 들오리와 외국에서 와서 집에만 박혀 있는 집오리, 이 둘은 단어의 차이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똑같은 성품을 지니고 있어 구별하는 것은 별의미가 없음을 조심스럽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12. 매드 디텍티브 (mad detective)

감독 : 두기붕, 위가휘 / 주연 : 유청운, 안지걸 / 관객동원 : 410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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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인격 범죄자와 이에 대한 추격을 펼치는 형사물.

한 사람안에 존재하는 다중인격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 때문에 오히려 한 형사가 겪는 좌충우돌을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홍콩 미스터리 스릴러의 걸작이자 화려한 영상이 돋보입니다.

13. 브로큰 잉글리쉬(broken english)

감독 : 조 r. 카사베츠 / 주연 : 파커 포시, 드레아 드 마테즈 / 관객동원 : 419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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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 더 시티>와 <비포 선라이즈>를 환상적으로 조합해보면 어떨까? 여기에 <내 이름은 김삼순>의 설정을 조금 더 섞는다면?

앞에 나열된 영화나 드라마처럼 <브로큰 잉글리쉬>는 지극히 현실적인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사랑에 잇따라 실패한 한 전문직 여성의 좌충우돌 사랑찾기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14. 레몬 트리 (lemon tree)

감독 : 에란 리클리스 / 주연 : 히암 압바스, 알리 슐리만 / 관객동원 : 455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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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서 보듯,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과의 해묵은 갈등은 여전히 그리고 아마도 영원히 풀리지 못하는 숙제일 겁니다.

이 영화 <레몬 트리> 역시 사회와 역사 그리고 개인의 삶 속에서 서로 모순되는 복수주어(이스라엘인을 좋아하는 레바논인인 개인과 레바논인으로서 이스라엘과 반목해야하는 사회인 등)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 그리고 그 안에서 조그마한 레바논인과 이스라엘인의 연대와 번민, 사회경제적 갈등을 설득력있게 그려냅니다.

15. 나는 인어공주 (the mermaid)

감독 : 안나 멜리크얀 / 주연 : 마리아 샤라예바 / 관객동원 : 961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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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원제 는 물속에 살고 있는 여신으로 밤마다 노래로 남성들을 유혹한 뒤 물속으로 끌어들이는 요정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원제보다는 의역한 <나는 인어공주>라는 제목이 영화에 더욱 어울리는 설정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소녀 알리사는 판타지를 믿는 극도로 순수한 소녀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엄마로 인해 장애인 학교에 갇히게 되고 도시로 상경해서는 물에 빠진 한 자본가 사샤를 구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샤를 사랑하는 알리사와는 달리 사샤에게 그녀는 귀찮은 대상인 한마디로 뭍에 올라온 무기력한 인어공주로밖에는 인식되지 못합니다.

사샤는 달을 분양하는 러시아에 부는 자본주의 광풍의 선두주자인만큼 알리사가 그의 사랑을 쟁취하기란 그리 녹녹치 않아 보입니다. 

16. 젤리 피쉬 (jellyfish)

감독 : 시이라 게펜, 에츠카 케렛 / 주연 : 사라 애들러, 니콜 라이드만 / 관객동원 : 493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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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젤리피쉬>는 사전적 의미로 '해파리'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옴니버스식의 이 영화 <제리피쉬>는 스스로는 유영할 수 없는 그저 바다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해파리같은 운명의 세 여자 이야기가 나열됩니다.

인생은 자기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고 오히려 인생이 흘러가는대로 자신도 흘러갈 수 밖에 없죠.

참으로 비극적인 가치관이지만 '그래도 인생은 살아갈 만하다'라는 따뜻한 시선이 영화의 전반에 내포되어 있습니다.

17. 라벤더의 연인들 (ladies in the lavender)

감독 : 찰스 댄스 / 주연 : 주디 댄치, 메기 스미스 / 관객동원 : 758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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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찾아온 사랑, 그것도 노파와 한 미청년의 사랑을 보신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겠습니까?

<라벤더의 연인들>은 보살핌과 동정 그리고 그것이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007> 시리즈의 냉혈한 m역을 맡은 주디 댄치가 이번에는 폴란드의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설레는 사랑을 느끼는 역을 맡게되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18. 샤인 어 라이트 (shine a light)

감독 : 마틴 스콜세지 / 주연 : 믹 재거, 키스 리차드 / 관객동원 : 827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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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락 밴드 '롤링 스톤즈'의 비거 뱅 공연(bigger bang tour)을 담아낸 락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영화의 대부분은 롤링 스톤즈의 공연 장면에 할애하지만 거장 '마틴 스콜세지'는 롤링 스톤즈의 과거와 공연을 유려하게 연결시켜 그들의 지난한 역사를 멋지게 선사합니다.

아직 한국을 한번도 찾지 않은 롤링스톤즈지만 이 영화 한편은 마치 내한공연의 기쁨만큼이나 가치있다고 여겨집니다.

19. 미스트리스 (an old mistress)

감독 : 카트린 브레야 / 주연 : 아시아 아르젠토, 록산느 메스키다 / 관객동원 : 883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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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스> <팻걸> <지옥의 체험> 등 굵직굵직한 문제작들을 잇따라 선보인 여성감독 '카트린 브레야'의 신작입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결 대중적이고 순화된 언어를 구사하지만 여전히 파격적인 노출과 충격적인 반전을 통해 감독의 페미니즘을 다시 한번 대중에게 전파합니다.

시대극 장르의 품위 대신 금기에 과감하게 도전한 영화라는 평과 카트린 브레야의 이전 작품들보다 작가색이 퇴색했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20. 우린 액션배우다 (action boys)

감독 : 정병길 / 주연 : 권귀덕, 곽진성 / 관객동원 : 964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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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맨... 영화 배우이자 스탭이면서도 영화의 조연보다는 못한 존재들.

<우린 액션배우다>는 이들의 순수와 열정, 고난과 시름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헐거운 구조지만 오히려 그런 구조로 인해 유머와 숙연함, 진정성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각종 영화제에서 관객상 혹은 인기상을 수차례 수상할 만큼 영화적 재미도 쏠쏠합니다.

21.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a gentle breeze in the village)

감독 : 야마시타 노부히로 / 주연 : 카호, 오카다 마사키 / 관객동원 : 1172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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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6명의 작은 학교, 그리고 그 학교로 전학오는 한 학생과 빠지는 사랑.

도시 소년과 시골 소녀의 사랑이라는 다소 진부한 설정이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전교생의 순수함을 바라보면 역시 무공해 웰빙 영화의 진수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22. 카운터 페이터 (the counterfeiter)

감독 : 스테판 루조비츠키 / 주연 : 칼 마코비스, 오거스트 딜 / 관객동원 : 1802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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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로 태어났지만 도구로 사용된 남자.

역사상 최대의 위조화폐 사건인 '베른하트 작전'을 토대로 만든 영화로 뛰어난 그림솜씨를 지녔음에도 위조화폐 제조에 투입되어야만 했던 한 유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치 시대 독일의 홀로코스트와 비극을 다시 한번 읊조리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전쟁 영화나 나치 영화처럼 생생한 홀로코스트는 보여주지 않지만 구성만으로도 그 시대 비극을 충분히 통감할 수 있는 수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23. 플래닛 테러 (planet terror)

감독 : 로버트 로드리게즈 / 주연 : 로즈 맥고완, 프레디 로드리게즈 / 관객동원 : 1975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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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테러>는 원래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스 프루프>와 함께 영화 <그라인드하우스>의 전후편을 구성하는 그러니까 말그대로 자체적으로 한편의 영화이면서 동시에 한 영화의 반쪽짜리 영화입니다.

미국에서는 데스 프루프와 플래닛 테러를 동시에 묶어 그라인드하우스로 개봉했고, 한국에서는 따로 따로 개봉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라인드하우스라는 영화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한국과 미국의 개봉방식이 이토록 다른 것일까요?

그라인드하우스는 1970-80년대 미국의 b급영화 동시상영관을 의미하며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당시 느낌의 b급 영화를 만든 뒤 이를 한편으로 묶어 개봉하는 방식 즉 철저히 과거를 고증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개봉합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b급 영화의 적자임을 숨기지 않는데요. 여성 무희의 에로틱한 댄스와 내용이 갑자기 비약하는 점프 컷, 여주인공이 다리를 분실하고 그 다리 대신 총을 매다는 여전사 여기에 살점이 뚝뚝 떨어지는 좀비물까지... b급 영화의 요소란 요소들을 모두 차용하는 분탕질을 선사합니다.

그라인드 하우스의 두 편 가운데 평론가들이나 미국 관객 대부분은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손을 들어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름값 때문인지 데스 프루프가 1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면 플래닛 테러는 채 2만도 넘지 못했습니다.

예전 펄프 픽션으로 서울 관객만 30만을 넘나들고 이후 미래 영화의 선봉자로 일컬어지던 이들의 최근 국내 흥행 성적은 이런 의미에서 여러모로 아쉽네요.

24.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 주연 : 다니엘 데이 루이스, 폴 다노 / 관객동원 : 1341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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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사라진 석유재벌의 흥망성쇠를 다룬 작품.

<부기나이트>와 <매그놀리아>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폴 토마스 앤더슨'이 한 알코올 중독자가 석유재벌로 성장해나가는 과정과 이를 둘러싼 이웃과의 갈등을 그려나갑니다.

하지만 이런 성취 뒤에는 사랑과 화해, 공동체 의식, 종교같은 인간의 덕목은 자취를 감춰버리고 매정한 재벌의 형상만이 남게됩니다.

자본주의와 성공 지상주의의 병폐를 매우 냉철한 어조로 그려냈습니다.

 

25. 밴드 비지트 -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 (the band's visit)

감독 : 에란 코릴린 / 주연 : 새슨 가바이, 로니트 엘카베츠 / 관객동원 : 362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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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편의 영화를 돌고 돌아 다시 이스라엘과 아랍의 문제를 이면으로 다루는 영화에 도달했습니다.

 

영화 <밴드 비지트>는 공연 초청을 받고 낯선 이스라엘 땅에 도착한 한 이집트 악단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집트-이스라엘이라는 지형도의 정치적인 색채가 아닌 인류 보편적으로 낯선 땅에서 보내는 따뜻한 사람들의 조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랍권 최초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이집트지만 아직은 지형의 정치를 그려내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만 정치가 아닌 사람 대 사람의 만남으로서는 여전히 평화롭고 잔잔한 추억거리가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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