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VS 나없는 내인생 - 죽기전에 할 일

솔빛향기 작성일 08.04.19 17: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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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는 내 인생 (My life without me. 2003)
감독 : 이자벨 코이셋
주연 : 사라 폴리

 

버킷 리스트 (the bucket list. 2007)
감독 : 롭 라이너
주연 : 잭 니콜슨 모간 프리먼

 

죽기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다룬 두 영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죽음을 바라보는 똑같지만, 다른 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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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선고를 받은 백만장자 데이비드와 자동차 수리공 카터. 삶의 방식이 극과 극이었던 이 두 노인은 묘한 동질감에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리스트를 작성한다. 평소에 절대 해볼 수 없었던 것들을 리스트의 일들을 하나 하나 삭제해 나가면서, 깊은 우

정과 진정한 자신을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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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인들의 신은 두가지의 질문으로 천국과 지옥을 결정한다.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그리고.....>

 

트레일러 집에 살며, 가난한 생활을 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앤은 어느 날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23살의 그녀

에게 닥친 이 재앙은 그녀에게 죽기 전에 하고 싶은 10가지 리스트를 작성하게 한다. 그녀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

들을 적어 나가며, 그 것들을 하나하나 실행해 나간다.

 

120859333950748.jpg<네 일생은 한낱 꿈이었고, 이제서야 깨어났다는 기분.>


버킷 리스트는 'kick the bucket(속어, 죽다, 망가지다)'에서 따온 생소한 단어라 '죽기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부

제아닌 부제가 붙어있다. 어쨌건, 버킷 리스트는 정말 초호화 라인업을 보여준다. 잭 니콜슨, 모간 프리먼란  두 마리 명

마가 이끌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미저리'의 롭 라이너가 모는 이 쌍두마차는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헐리우드식으로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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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니콜슨, 모간 프리먼 이 두명배우의 출연만으로 이 영화를 망설임 없이 보았다.>

 

나 없는 내 인생은 스페인 여류감독의 스페인, 캐나다 합작영화이다. 주연 배우 사라 폴리도 이 전까지는 생소하기만 했

다. 하지만, 비록 저는 몰랐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꽤 괜찮은 감독과, 괜찮은 배우이다. 죽음을 눈 앞에 둔 평범한

여성을 과장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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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폴리, 뛰어나게 예쁜 얼굴은 아닌데도 아름다운 그녀. 이 영화의 가장 큰 소득 중에 하나는 그녀의 발견이었다.>

 

놀라울 만큼 비슷한 소재를 그린 두 영화는 마치 리메이크작이 아닌가 할 정도의 소재다. 하지만, '내가 죽는다면 무얼

먼저 할까?'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본적이 있을테고, 실제 이걸 다룬 영화도 찾아 보면 꽤 된다.

하지만, 같은 소재를 두고 있지만, 이 두 영화는 정반대쪽의 양극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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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영화, 진짜 같은 소재의 영화 맞아? 이 두 영화를 리메이크나 표절로 보던, 전혀 다른 영화로 보던 그 것은 순전히 당

신의 몫!>

 

먼저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던지 할 수 있는 백만장자라는 '먼치킨' 캐릭터를 등장 시킴으로서, 극의 활력을 준

다. 리스트 속의 상상속에서만 가능했던 일은 '돈이라면 썩어나는' 그 분으로 인해 하나하나 실현되어 간다. 그 경쾌한

걸음 속에서의 한 차례 갈등과 비극.

 

잔잔한 감동과 마지막의 깜찍한 반전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큰 지루함 없이, 죽음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호화캐스팅까지 포함한다면, 지극히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라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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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피 이야기는 정말 배꼽빠지게 만들었어. 나 정말 '눈물나게 웃었'다구.>

 

하지만, 지극히 비현실적인 감각으로 다룬 이 영화는 그 재미만큼 씁쓸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비현실적으로 유

쾌하게 그려버리는 무감각함이란......보는 내내 지루 하지는 않았지만, 끝나고 하룻밤 자고 났더니 밀려오는 일종의 공

허함과 순차적으로 보이는 다소 뻔한 스토리 텔링.

 

그 중에 최악은 이 훌륭한 두 배우가 전혀 빛나 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더욱 큰 실망이었다. '사랑할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의  잭 니콜슨과 독백신까지 빼온듯한 '쇼생크 탈출'의 모간 프리먼의 각각 캐릭터를 마치 차용한 것처럼 써버린 이

영화는 좀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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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미스터 초밥왕'에서 보았던 화려한 재료에 심한 기교를 부려 오히려 망쳐버렸다는 에피소드를 생각나게 할 만큼

처참할 지경이었어. 심사위원은 눈을 내리깔고 말했지. '틀렸어'>

 

그런 면에서 나없는 내인생은 버킷 리스트에서 나온 이야기거리. 즉 리스트를 실행하면서 나올 수 있는 온갖 흥미있는

이야기를 전혀 다루지 않는다. (이 영화가 먼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다루고 싶어 할만 했고, 그럴 여지도 충

분했는데도, 내 생각에는 일부러 다루지 않았다. 그 것은 분명히 의도! 즉, 일체의 양념은 빼버리고, 오로지 소재 하나를

본질적으로 다루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놀라웠던 것은 영화 내내 차분한 카메라 워킹의 일변도에 중간중간 삽입된 몽환적인 신들은 모두 스쳐지나가거나, 기다

리거나 하는 신이었다. 즉, 시간을 감각적으로 다룬것이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내가 지나쳐버린 시간, 죽기전에 내

가 보내야할 시간..... 그 중 백미는 '슈퍼마켓 신'었다. 생존과 일상의 대명사인 슈퍼에서 그런 상상력이라니...

 

독백 처리된 대사들은 영화를 볼 때는 몰랐고, 명대사처럼 기억에 박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그 여운남는

랩소디와 같았다. 게다가 화려한 장미가 아닌 '한 폭의 난'처럼 펼친 사라 폴리의 명연기는 내가 앞으로 영화를 고르는

또다른 이유를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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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리뷰를 쓸때 만큼은 나없는 내인생쪽이 훨씬 쓸게 많아. 이 장면 대해서도 한 장은 쓸수 있을것 같아. (진짜?) 아...아니.....>

 

역시 그 탓이었을까? 게다가, 서구의 20대 기혼 여성을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다룬 이 영화는 명확하게 우리 정서와는

매우 다르다. 그녀의 일탈, 생활을 다룬 이야기들은 30대 한국 남성인 나에게는 화음이 미묘하게 빗나가는 아카펠라 같

았다. 거기에서 오는 일종의 지루함은 분명 씁쓸했다.

 

물론 그것만이 이 영화가 지루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 평범함은 여러가지 장치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 이를 영화적으로 뚜렷하게 만들지 못한것도 분명히 있다. 이런 것들은 사실적이고, 과장없다는 말로도 표현되지만, 오

히려 특색없는 무난함과도 크게 다른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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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다큐멘터리와는 분명 다를텐데.... 허접한 나는 오히려 후자같았다. 최소한 극적인 기법에 있어서는 '인생극장'

보다 못한 것 같았어.>

 

죽음을 직접 다루지 않고, 죽기전에 하는 일을 생각하게 하는 두 영화는 좀 묘했다. 그것은 비유법 같았다. 직접 이야기

하지 않고, 그것을 돌려 이야기하는 약간은 교묘하고, 더 재미있고, 더 흥미로웠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왠지 어

둡고 비현실적이며, 우울하다. 하지만, 죽기전에 하는 일을 생각하는 것은 그 보다는 훨씬 낫다.

 

하지만, 둘 다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도 '러브 스토리'처럼 눈물 짜는 신 없이 말이다.

 

놀랍게도 두 영화 모두 죽음의 슬픔을 이 영화에서 배제해버렸다. 죽음을 다룬 이 영화들은 죽음과 슬픔보다는 죽기 전까지의 삶과 희망 그리고, 죽음을 향해 가는 인생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여기에 앞서 말했던 비유법의 의미가 있다.

 

죽음은 삶의 부분이라는 것이다. 죽음이 끝을 말하지만, 그 것은 끝이 아니라는 이 묘한 모순은 우리네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죽음을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바로 곧 삶을 이야기 한다.

 

그 것은 영화의 완성도나 시각의 편차따위와는 상관 없이 죽음 혹은 삶의 이야기는 큰 의미가 있다.

 

같은 소재를 같은 언어로 다룬 이 헐리우드영화와 Un헐리우드영화. 이 두 영화를 보면서 '헐리우드 영화'라는게 어떤건

지 조금 알 수 있었다. 두 영화 모두 전체적으로 개인 평점은 똑같이 주고 싶다. 물론 큰 점수는 줄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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