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보셔야 할 영화(This is England)

fora 작성일 09.08.19 16: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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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일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80년대 영국의 스킨헤드족들과 350만 실직자들이 판치는 정체성을 상실한 영국 국민들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토마스 터구즈 어린 나이에 끼가 충만한 배우다.


약간은 '트레인스포팅'과 '개같은 내인생'을 본 느낌이 오버랩 되었다. 책이라면 '홍당무'도 나쁘지 않다. 결국 영화 속 주인공도, 이를 조용히 지켜보는 관객들도 아픔만큼 성숙할 것이다.


1.2차 세계대전을 넘어 패권을 상실한 영국, 정치,사회,문화적 격변기에 해가 지지 않던 나라의 패권은 이제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가고, 꺼져가던 국가 경쟁력, 희망 없는 제국의 위상,사실상 거의 정치 경제적으로 탈출구를 찾지 못하던 영국의 새로운 이념적 선택 - 대처리즘-...., 또 한 번 존경받지 못하던 제국의 탈출구, 해법은 내부로 부터의 적이 아닌 외부로부터의 적 - 아르헨티나와의 전쟁이라는 정치적 선택, 남겨진 국민들의 피로와 깊은 상처. 

 

가진 자들에 대한 묻지마식 박탈감과 강한 반발감, 구조조정, 노동 유연화 정책, 상대적으로 일자리를 뺏기는 현실적 노동시장의 참혹함과, 이로 인한 인종갈등의 심화. 영화의 격정적 폭력...갈수록 미래가 보장받지 못하는 세대들의 암울한 자화상과 스킨헤드의 집단적 분노가 극우적 성향을 띄며,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인간의 정치적 본능, 끊임없는 일탈과 인종, 문화,사회적 갈등의 충돌이 12살 어린아이의 성장기 정체성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게 되고, 이러한 시끄러운 격변기 영국사회의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들에 대하여,  전혀 해법을 찾지 못하는 정치가들과 무능력한 어른들의 관조적 시각에서 한 어린 아이의 가슴 아픈 성장통을 그저 씁쓸한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12살 어린 아이에게 비춰진, 힘들고 외롭지만 국가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나라 영국...그러나 언제나 아버지를 보고 싶은 아이, 아버지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아이,  이를 위해 나름 어른처럼 보이려고, 강하게 보이려고, 부단히 흉내도 내고, 건달들의 옷도 입어 보고, 이해하지도 못한 것을 이해한 척 애도 써 보지만,

 

결국 사람들이 오랫동안 국가로부터 소외되어 왔던 오랜 상처들이 그렇게 문화적, 사회적 분노와 폭력에 정면으로 노출되는 현실 앞에서는,  결국 작고 여리디 여린 어린 아이로 돌아와 울부짓는  참담한 현실의 장면들은, 주인공 숀에게 폭력과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며, 끄끝내 자신의 가슴에 품었던 상징적이고, 실체를 알 수 없는 깃발을 내던져 버리며, 외로이 뒤돌아서는 주인공을 관객은 또 그저 그렇게씁쓸히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영화인 것이다.

 

이것이 정녕 정치가들이 그렇게도 바라고 꿈 꿔왔던 과거 그 화려했던 영화를 누리던, 대영제국의 이상이고, 영국의 미래비전의 모습이었을까??


결코 조우하지 말았어야 했을, 영미식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 정글자본주의 경제 이데올로기와, 계속해서 라디오 방송으로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주지하며 적당히 포장하는 구역질나는 정치적 헤게모니가, 탐욕가들의 속삭임에 설득 당하고, 기만 당한 것이었다라고 한다면,

 

국민을 풍요롭게 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효율성만을 강조하고, 인간을 이해하지도, 사회를, 국민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무한경쟁 시장 원리주의적 경제 이데올로기와 손잡고 최소한의 시장윤리를 완전히 망각한체 탐욕과 역사적 불륜을 저질러 버린 것이었다라고 한다면, 

 

이러한 암울했던 영국 역사의 한 페이지가, 오늘날 또 다시 무너져버린 저 영미식 신자유주의의 허상들이, 절대로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성장동력의 모델로써, 다시는  참고가 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 많고 많던 금융투기자본가들과, 시장 원리주의 파라다이스를 부르짓던 주류 경제학자들과 자칭 전도사들은 작금의 금융위기에 어디서 무얼 하고 있으며, 무슨 처방전을 내리고 있을까 두렵기만 하다.

 

오늘도 비겁하게 침묵하고, 침묵해야만 하는 우리들이 이 영화를 보며, 혹여라도 내 사랑하는 자식새끼가 요모양 요꼴로 성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감히 말하건데, 이 영화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보셔야할 영화이고, 애들은 봐서는 안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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