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으로 엄청난 박수갈채를 받은데다가 메타크로틱 초반 리뷰의 만장일치 만점으로
화제가되었던 영화 'Gravity'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한국에는 17일 개봉 예정으로 알고있는데
한마디로 이 영화를 정의하자면 '충격적인 영상 혁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에서 영상미를 조금이라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까.. 하는 의문을 영화를 보다
한번이라도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장면들이 이제껏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종류의 것임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타이틀이 걸리자마자 전례가 없었던 20분의 롱테이크씬으로 시작해 90분 내내 한장면 한장면이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단순히 아름답다거나 하는 수준을 떠나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해보이는 씬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이게 단순히 영상만 충격적인게 아니라 대단히 세련된 카메라워킹과 고의적으로 제거한 사운드(진공이니까)가 합쳐져서
일찍이 경험해보지못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2.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가 관객들에게 최대한 우주에 같이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특수한 카메라로봇을 제작해 자유롭게 시점을 변경해가면서 촬영을 했다고 밝혔는데 이부분이 특히 감탄할 만 합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20~30분정도가 지나면 마치 내가 바로 앞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만들며
특히, 3인칭에서 1인칭으로 바뀌는 시점이 너무나도 자연스럽습니다. 1인칭에서는 더할 나위없이 무중력 상태의
패닉상태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구요. 게다가 3d효과는 드디어 아바타와 견줄만한, 아니 어쩌면 뛰어넘을지도 모를만한
영화가 등장했다고 할 수 있을정도로 뛰어납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3d자문으로 참여)
3.
줄거리는 심플하지만 영화는 그리 심플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줄거리 자체를 정리하면 그냥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던 NASA우주왕복선이 우주 데브리를 맞아 조난되는 내용' 이지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커다란 하나의 재난이 아닌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면 또 다른 재난이 닥치는 식으로
사건을 계속 중첩시켜서 관객들에게 쉴 틈을 주지않고 계속 긴장상태로 몰아갑니다.
그러면서 중후반부에는 억지 감동이 아닌, 정말 그러한 절박한 상황이 닥쳤을때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감정선을 긴 호흡으로 잡아줌으로써 휴먼드라마의 역할도 충실히 해주고 있구요.
무엇보다도 오스카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 배우지만 여태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는 그닥 꼽힌적이 없는
산드라 블록이 이 그래비티에서 인생연기를 보여줍니다. 정말 어찌나 극한의 상황속에 갑자기 던져진 우주조종사의
역할을 잘 소화하던지.. 그녀의 필모에서 이보다 더 뛰어난 작품은 단언컨데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4.
너무 장점만 열거한거 같은데 일단 단점을 굳이 찾아야 한다면 '대중적이진 않다' 정도가 될 수 있을려나요.
재난영화라면 응당 화끈한 연출씬과, 가족애와 나중엔 눈물범벅이 되는 노골적인 휴먼드라마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지루한 영화가 될 수도 있겠구요, 뭣보다 이 '그래비티'에서 보여주는 씬들이 얼마나 진일보했으며
기존에 보던 영상들과 차원이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약간 심심한 90분짜리 영화로 보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올해 모든 영화제의 주인공이 될 것이며, 특히 영상쪽 관련 트로피들은
모조리 싹쓸이 할 것임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5.
당연한 얘기이지만 3d는 기본이며, 아이맥스로 보는것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3d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며 선택할 수 있으면 거의 무조건 2d로 관람하는 편입니다만
이 영화는 3d가 필수이며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아바타 이후에 처음으로 그에 견줄만한 3d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맥스 3d로 관람한다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