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

갓터벨트 작성일 14.02.09 22: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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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강의실씬에서 학생들이 지나칠 정도로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늘어 놓는다. 익명 혹은 친구끼리 홧김에나 할 수 있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노인문제 전문교수의 수업에서 대학생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유치한 표현들을 쓰는게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요즘 노인들에 대한 혐오가 그지경까지 됐음을 조금은 세련되지 못한 방식으로 압축해서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그리고는 영화 곳곳에 젊은이들의 되바라진 노인폄하를 은유적이지만 엄하게 훈계한다.


방송국pd와 조연출(?) 여자가 공원에 앉아 공룡모형을 보며 히히덕 거린다. 이장면이 핵심을 말해주는 장면이다. 공룡의 피부색은 알지 못한다. 색이 밝혀진 몇몇 종이 있지만 대부분 우리가 접하는 영화나 그림,모형에서의 공룡피부색은 추측일 뿐이다. 그러니까 우린 고대에 살았던 공룡의 피부색을 우리 멋대로 단정해 버린것. 그와 같은 맥락으로 젊어진 오말순여사 발에 상처가 나는데, 그 상처 부위만 주름이 생기면서 원래 피부로 돌아온다. 그러니까 오말순여사(기성세대)의 주름은 온몸에 상처가 나는듯한 고통의 경험이 만들어낸 인생의 결이라는 말이다. 우린 그 결을 멋대로 판단하고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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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원래모습으로 돌아오게 되는 동기인 손자(반지하)를 살리려는 결심과, 병원에서 아들에게 건네는 대사로서 그녀의 인생이 함축적으로 보여진다."아니 난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살란다. 아무리 힘들어도 똑같이 살란다. 그래야 내가 니 엄마고 니가 내 아들이 되지." 


늙어진 겉모습을 시건방지게 멋대로 판단하는 우리네 젊은이들에게 그녀(기성세대)와 똑같이 살으라고 강요를 하면 안될일이지만, 그들이 살아온 인생과 그 인생의 결을 폄하하지는 말자고 감독은 이야기한다.


중간중간 억지스럽거나 세련되지 못한 설정들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잘끌어가고 유머요소가 종종 센스있게 배어있었다. 뛰어난 영화는 아니지만 볼만한 영화였고, 심은경의 연기는 훌륭했다.


영화 자체가 아주 잘만들었거나 정말 재밌는 영화는 아니지만 내가 봤던 영화 내 은유적 표현들이 맘에 들어 그 지점들을 말하고 싶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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