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갓터벨트 작성일 14.05.07 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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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세상이 숨막히게 비참하다. 피해자인 자신에게 도망가라는 어른들의 위압이 이해할 수 없고 고통스럽지만, 어떡해서라도 간신히 숨을 쉬며 살기 위해 그렇게 한다. 고향을 떠난 공주는 수영을 배운다. 숨막히는 현실속에서 몸을 띄워 숨이라도 쉬기 위한 마지막 몸짓일까.

"다시 시작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잖아.." 공주의 대사와 수영강사의 말처럼 그냥 몸을 띄우려 배우던 수영이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치기 시작한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새로운 보금자리인 '선생님어머님'의 집 창고방 또한 숨을 제대로 쉬지 못 할 정도로 악취가 진동한다. 공주가 '다시 시작'해보고 싶어 하면서 방에 햇살도 들이고 쾌적하게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변화시킨다. 전학 간 학교의 친구들과도 잘지내기 시작한다. 공주가 길을 잃을까 걱정하며 미행했던 은희는 "나와, 거긴 길 없어" 라며 길이 아닌곳에 자신을 마구 내던지려는 공주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가야할 길을 안내 해 준다.


이제 막 발차기를 하게 되고 물밖에 고개를 내밀게 되면서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된 공주앞에, 가해자 부모들이 찾아와 공주를 다시 물속으로 내리누르려 한다. 고문에 가까운 그 끔찍한 학대속에서 공주의 낮은 한마디는 우리가 외면하고 듣지 못했던, 처참하고 처절한 울부짖음이었다.  "아저씨 근데요, 제가 사과를 받는건데, 제가 왜 도망가야 해요?"


끝내 공주는 한강에 몸을 던진다. 물속에 빠진 공주는 괴로워 하기 보단 자유롭게 헤엄을 친다. 물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숨을 쉬지 않아도 될 만큼 자유롭다. 그토록 숨막히게 했던 어른들의 잔인함과 외면에서 벗어나, 그곳에선 자유롭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지막 장면을 보며 방관자로서 우리모두 어느정도 고개를 숙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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