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폭망의 DC 였습니다.
주연 배우의 인성 논란의 악수(惡手)를 제외하더라도 정말 말도 안 되는 폭망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설정, 스토리, 연출, 액션 뭐 하나 제대로인 것이 없습니다.
뭐가 문제일가요?
설정과 스토리는 일단 장엄하게 늘어만 놓고 개연성은 개나 줘 버렸습니다.
“우리 주인공 제우스 딸로 짱짱쌤! 거기에 졸라 착하고 순수하고 예쁘기까지 함!” / 알겠다고..
짧은 성장과정을 이래저래 보여주지만 실질적으로 뭔가 케릭터의 내면을 보여주는 장면은 전혀 없습니다.
마블 영화들과 비교해보죠,
마블의 모든 히어로들은 겉으로 보여지는 면모와 내면에 나름에 상처과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면서 공감대를 형상합니다. 그런데 원더우먼은 그냥 백지 같은 느낌이죠. 걍 없습니다 아무것도;;
남주가 “독일놈 나쁜놈!” 이 한마디에 그냥 독일군은 갑자기 악마의 군대라고 철썩같이 믿어버립니다. 이 아줌마들은 세상과 단절된 낙원에 살고 있는데 외지인 한명의 주장만 믿고 아군 적군을 정해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함;;
연출은 어떨까요?
어쩌면 이 영화에 풍기는 전반적인 유치함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한데..
마블 영화와 비교한다면 영화 통틀어서 한 두 번 나올 ‘멋진 등장씬’ 이 거의 매번 전투씬 마다 나옵니다.
이걸 가만 보고 있으면
“나 멋지지?!! 짱멋짐! 캬 멋지지 않냐?”이러면서 ‘강요’ 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이죠.
마블 영화는 보통 처음 전투씬에 등장할 때 한번 연출 될 정도의 씬이 과장 조금 보태서 5분마다 한번씩 나오니 손 발이 오그라 들 수 밖에 없죠.
그리고 또 이 영화에 몰입을 방해하고 유치하다고 느끼는 요소가 바로 리얼리티 부족입니다.
“천둥의 신이 나오고 감마선 맞은 괴물은 뭐 리얼하고?” 라고 반문 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기본 세계관은 히어로물을 보는 사람이라면 일단 세계관 설정 자체의 리얼리티에 의구심을 품고 들어가진 않습니다. 문제는 이 스토리를 풀어가는 ‘연출’의 리얼함이죠.
전투씬에서 폭력적?!인 면을 최소화했다면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건 대놓고 청소년 관람물로 만드려고 의도한 것이, 원더우먼이 어떤 악당 두목을 죽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과감하게 칼을 꼽아서 건물의 천장을 관통해서 박히는 장면이죠. 그리고는 뭔가 허탈하고 약간은 죄책감을 느끼는 듯한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 칼에 피 한방울 안 묻어있습니다;;; 여기서 칼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면이라도 나온다면 “왜” 여주가 그런 감정이 드는지 좀 동감이 되겠죠.
또 최종 보스와 싸우다 특정 이벤트가 일어나서 갑자기 폭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전 이장면 보면서 극장에서 현웃이 터졌죠;;. 파워레인져급 액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정말 화가 폭발해서 눈알에 핏대 좀 새우고 괴성을 지르며 악당 위에 마운트해서 짐승처럼 파운딩 하는 장면같이 연출이 되면 보는 사람도 “와~ 얘 빡쳤구나~” 할탠데 진짜…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오는 비급 전대물 액션에 나올 법한 연출이 나오죠;;
액션은 또 이게 뭔지..
슬로우 모션으로 시작해서 슬로우 모션으로 끝나는 액션입니다. 좀 적당히 써먹어야지 진짜 보다보면 “이거 좀 너무한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들죠. (누가 마이클베이가 슬로우모션 덕후라 해쑵니꽈???!!)
그동안 폭망한 자신들의 프렌차이즈 영화에서 저지른 실수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건지 참 의구심이 듭니다. 자신들의 프렌차이즈 중에 가장 호평을 받았던 스워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퀸에 답이 있는데 말입니다. ‘정신나간 년’ 이란 컨셉에 개그성 풍부한 케릭터 하나 내새우니 영화 전체가 보는 재미가 생기는데 말입니다.
영화가 시종일관 진지할 거면 아싸리 마블의 ‘로건’급으로 리얼하게 설정을 하면 정말 괜찮은 영화가 될 탠데..청소년 눈높이 설정을 가지고 등장하는 케릭터들만 개 진지를 빨고 있으니 중2병 걸린 듯한 연출만 나오는 것이죠. 마블이 잘하는 점이 이겁니다. 내용 자체는 진지할 수 있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미 애정을 듬뿍 받는 케릭터들이 최종보스와 싸운다고 (인피티니워) 갑자기 중2병이라고 생각할 사람 아무도 없겠죠. 이는 마치 소개팅 나가서 처음에 가벼운 농담과 위트있는 말투로 분위기를 잡고 서로를 잘 아는 관계가 된 이후에 눈에서 불길 이글이글 거리며 손발 오그라드는 사랑의 멘트를 날려도 그걸 로멘틱하다고 느끼는 것이지, 처음부터 만나서 진지! 위엄! 근엄! 이러면 개콘의 리마리오 케릭터 같은 상황이 되겠죠. 문제는 이걸 웃기려고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게 함정은;;;
통합된 DC 프렌차이즈는 아니지만 그동안 성공한 베트맨 시리즈를 보면 정말 제대로 진득한 리얼한 연출이 있죠. 철학적으로도 잘 무장되어 있고 말입니다. 근데 그 연출은 빼고 분위기만 그대로 들고 와서 ‘진지! 위엄! 근엄!’ 이러고 앉아 있으니 보는 사람들이 몰입을 못하고 콧방귀만 끼는 상황이죠.
“DC 시네마틱 프렌차이즈에 있는 인재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니가 지적하는 거 모를까 봐 그러냐?”
네, 맞습니다. 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똥볼을 차는 건 크게 두가지 이유로 봅니다.
1. 위트있고 유쾌한 분위기는 이미 마블이 선점했음. 그러니 그 뒤를 밟는 건 자존심상 용납이 안됨.
2. 의외로 자본의 외압이 많음.
가뜩이나 똥망 테크를 타고 있는 DC이니 제발 돈 좀 뽑아보라고 투자자들이 안달일 탠데…피튀기는 리얼한 연출 좀 하고 19금 등급 받으면 투자금 회수에 빨간불 일단 받고 들어가는 것이니 걱정이겠죠.
결론적으론 이제와서 프렌차이즈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것 같지도 않고, 이대로
계속 똥망 테크 그대로 탈 것 같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