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바람이 거세지더니 탄 나무와 화염을 해일처럼 밀고 오면서 나무들을 휩쓸고 가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숲 전체가 용광로가 되더니 사방이 불인 거예요. 그러더니 화염 속에서 뭐가 뛰쳐나오는데 난데없이 어떤... 곰이... 불붙은 곰이 질주를 하더군요. 우릴 지나 쏜살같이... 달리더니만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죠. 그 불붙은 곰이... 제가 본 가장 아름답고도 끔찍한 거였어요. 지금 제가 그 곰 같아요."
- '그래니 마운틴 핫샷' 소방 대장 에릭 마쉬의 극중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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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함'이란 태그는 양날의 검이다. 실화의
현실감과 감동이 영화란 허구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영화가 실화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리 더 브레이브>는 '진짜'와 '가짜'
두 대척점 사이에서 절묘하게 시소를 타며 균형추의 중심을 잘 잡은 실화 재연 영화의 수작이다.
<온리 더 브레이브>는 미국 최초의 시 소속 핫샷팀(산불발생 초기 단계에 방어선 구축을 위해 투입되는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 선발대. 미 전역 산불 현장에 투입된다. 비유하자면 산불계의 미연방 수사국 FBI 정예 요원들) '그래니 마운틴 핫샷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재난 영화다. 거대한 산불에 맞서 맞불을 놓아 화재를 진압하는 '이열치열' 작전이 그들의 무기다. 대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자신들이 화마에 당했을 때 남겨질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과 미안함이다. 막중한 공익 임무에 남편을 빼앗긴 아만다 마쉬(제니퍼 코넬리)는 '남편을 불하고 나눠 갖긴 쉽지 않'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아만다의 최대 연적은 다른 여자가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산림을 태우는 불이다. 약쟁이로 인생을 허비하던 브렌든 맥도너(마일즈 텔러)는 예기치 않게 태어난 딸을 보며 '그래니 마운틴 핫샷팀'에서 새롭게 태어나려 몸부림친다. 목숨을 걸고 작업하는 산불 진화 소방관들의 직업적 소명 의식, 거친 사나이들의 우정과 동료애 가족애, 산불 진화 작업의 실감 나는 과정이 133분 동안 생생하게 재현된다.
미국식 영웅주의로 느끼하게 포장한 팍스 아메리카나식 영화인 줄 알았지만 기름기 쪽 빼고 현실감과 현장감이 넘친다. 영화의 반을 넘게 차지하며 묘사되는 대원들의 가정사와 현실적 고민들이 기름진 영웅담이 될 수도 있는 실화를 우리 이웃에 살 법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실감 나게 만들어 준다. 조쉬 브롤린, 제니퍼 코넬리, 마일즈 텔러, 제프 브리지스 등 명배우들의 열연과 실제 상황 같은 산불 진압 장면이 압권이다. 가족 동료들과 얽힌 실존 인물들의 인간적인 고뇌(가족과 직업적 소명의식 사이에서 갈등하는)와 삶의 생생한 모습들을 디테일하게 보여준 것이 정말 좋아서 연기가 아니라 애리조나 프레스콧 어딘가에 꼭 그런 소방관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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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런 영화를 두고 영화적 기법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3월 7일에 국내 개봉한 이 영화가 극소수 상영관에서만
상영되는 현실이 슬플 뿐이다. 좀 더 많은 관객들이 <온리 더 브레이브>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자신을 희생하는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 찬사와 존경을 바친다. 그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은 1초도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희생과 노고에 합당한 사회적 대우와 제도적 뒷받침이 강화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