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이 들어왔습니다.
첫 인상을 말한다면 상당한 노안이였습니다. 나이는 24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젊어야 20대 후반 30대 초반 정도로 봤거든요
잘못하면 지역드립이 될 것 같아 자제하지만 이 친구 집이 제가 나온 대학 근처더군요(대학을 늦게 간지라)
물론 그 지역에 있을 때 일면식도 없었던 친구지만 반가운 마음이 좀 들더군요
이야기 좀 나눠보니 군대 전역하고 사진관에서 애기들 사진 찍어주는 알바했다나? 그거 하다가 왔다고 합니다.
넷상에서라고 해도 이런 말 상당히 실례이겠지만 양쪽 눈이 아래로 쳐져 있어 그런지 몰라도 첫 인상이 "좀 어리버리하게 생겼다" 라는 인상을 주더군요
제 생각이 틀리길 바랬습니다. 회사에 한창 인원이 없는 상황이라 몸은 몸대로 피곤에 지쳐있는 상황이였거든요
(또한 그건 현재 진행형입니다 ㅠㅠ)
하지만 그 친구 제 예상 이상이더군요
설비 돌리는 걸 그리 가르쳐줘도 까먹고 까먹고 또 까먹고
간단하게 운전으로 비교를 한다면 며칠동안 맨투맨으로 붙어서 설비를 가르쳐주고 업무방법을 알려주고 했는데도 시동 켜는 거에도 어리버리를 까는 능력을 보여주더군요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까먹는 센스는 참...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군대 갔다온지 얼마 안 된 친구였는데 같이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고문관 냄새가 풀풀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이 친구가 가장 큰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뭔 놈의 화장실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3~4번씩은 꼬박꼬박 갔다온다는 것
그리고 가면 최소 10~15분 이상은 기본이라는 것
그리고 업무하는 모습에서 심각한 수준의 어리버리함을 보여준다는 것
당연히 저런 태도를 계속 보여줬으니 관리자 윗선임한테 좋게 찍혔을 리가 만무하겠죠?
당연히 바로 윗사수인 제가 갈굼을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뭐 당연하겠지만)
사람 갈구는 거에 서투르고 갈굼 자체를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지라 조용히 참고 있다가
결국 화를 낼만한 사건이 났습니다.
한창 바빳던 쉬는 시간 정확히 20분 가량 전에
"형 저 배가 아파서 화장실 좀 갔다올게요"
이 때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라 좀 짜증이 나서 짜증기 담긴 목소리로 대답해줬습니다.
이따 가라고 쉬는 시간 얼마 안 남지 않았냐고
이 친구 이 날도 화장실만 몇 번은 갔다왔거든요
"많이 급해서 그래요 빨리 갔다올게요 네?"
머리에 핏대가 오르는 걸 좀 참고 빨리 갔다오라고 보냈습니다.
혹시나했더니 역시나 이 친구 오질 않더군요 X를 만들어서 싸시는 건지 일만 한가하면 뛰쳐나가서 대체 이 녀석이 밖에 나가서 뭘 하는가 잡아오기라도 하겠지만 일이 바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더군요
그리고 이 친구는 쉬는 시간 몇 분 전에 들어오더니 시간이 가나 안가나만 체크하다가
"형 저 쉬고 올게요"
저는 폭발해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화를 약간 요약하자면
촉한 : 야 김ㅇㅇ
김군 : ...네?
촉한 : 야 X발 장난까냐?
김군 : ......뭐가요?(느릿하게)
촉한 : 너 시계 봐봐 너 몇시에 나갔냐?
김군 : .......
촉한 : 몇시에 나갔냐고?
김군 : ....잘...모르겠는데요...
촉한 : 너 심각한 건 스스로 인지하고 있냐?
김군 : ......
촉한 : 너 데리고 있는지 거의 2주 되어간다. 아직도 기본적인 설비 구동방법 하나도 모르는 거? 그래 그건 그렇다치자
근데 확실한 건 니가 화장실 하루에 세 번 이상 안 간날은 하루도 없었다는 거 파악하고 있냐?
김군 : .......
촉한 : 화장실? 그래 배가 아파서 속이 안좋아서 설사기가 있어서 갔다 올 수 있어 근데 넌 회사만 출근하면 배가 아프냐? 그럴 거면 회사 왜 다녀? 집에서 화장실만 왔다갔다해야지? 너 여기서 근무하는 사람들 보면 화장실 자주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봤냐? 너처럼
김군 : 아뇨...
촉한 : 회사가 월급을 왜 주냐? 일을 하니까 주는 거지 화장실 무분별하게 가고 불성실하게 일하는 사람한테 월급 제대로 지급해야 되는 게 맞는거냐?
김군 : .......
그 때 상황을 눈치챈 조장 형이 와서 저에게 대충 눈짓을 하고는 자재창고로 그 친구를 데려가더군요
그리고 전 다시 업무로 돌아갔을 뿐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근무자의 입으로 정보가 전해졌습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주고 받아졌는지는 추측만 할 뿐이지만
퇴사서 쓴 모양이였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김군은 이미 조장급들 이상 선임 근무자들에게 찍혀 있었던 상황이였습니다. 다른 근무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죠
남은 시간동안 그냥 걸레 들고 설비 닦는 일이나 시킨 모양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날 퇴근하는데 이 녀석이 회사 정문에서 핸드폰 보면서 침울하게 서 있더군요
웬지 불쌍해서 회사 매점 데려가서 음료수 한 잔 사 마시면서 이야길 했습니다.
아까 욕한 것이 조금 미안하기도 한 참이였고 말이죠
일단 욕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전했습니다.
그리곤 애한텐 상처일지 몰라도 실패 원인을 담담히 말해줬습니다.
너무 느린 업무 숙달 속도
무분별한 화장실 또는 물마시러 가서 안오는 행태
하루에 몇 건씩은 터뜨리는 실수와 사고
다른 직장 어딜 가도 기본적인 구조는 마찬가지니까 니가 잘 적응해야 한다고 특히 화장실 그런 거 다른 직장 가서는 절대 라고 해도 좋으니까 이런 모습 보이지 말라고 넌 그거 때문에 이 직장에서 초반부터 찍혀버렸다
식으로 이야길 해줬습니다.
조용히 "...네" 라고 하더군요
앞으로 힘내라고 어깨 두드려주고 그대로 헤어졌습니다. 인연의 끝을 조금 아쉬워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어제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야구 좀 보고 방에 들어와서 슬슬 잘까 하고 핸드폰을 봤는데
부재중 전화가 한 5통은 찍혀있더군요 3통은 지역번호로 2통은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직감적으로 그 김ㅇㅇ 군 관련으로 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을 맞다고 뒤통수라도 쳐주는 건지 불길하다는 생각 딱 하고 나서 핸드폰이 다시 울리더군요
그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그냥 씹을까 하다가 마음 바꿔먹고 통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촉한 : 네
아줌마 : 여보세요 거기 촉한이라는 사람 핸드폰 맞아요?(상당히 시비조)
촉한 : 그런데요 누구시죠?(이미 확신은 가지만)
아줌마 : 나 김ㅇㅇ 엄마 되는 사람이에요
촉한 : 아 안녕하세요
아줌마 : 안녕못해요
촉한 : 네?
아줌마 : (이 때부터 하대로 일관하신) 야!!! 니가 뭐하는 새끼야 얼마나 잘난 새끼길래 남의 귀한 아들한테 쌍욕질이야 너 죽어볼래?
촉한 : 제가 무슨 상욕질을 어떻게 했는데요?
아줌마 : ㅇㅇ이 말 다 들으니까 니가 맨날 못살게 갈구고 욕하고 그랬다면서!!??
촉한 : 이 주 동안 지켜보면서 제가 갈군 적은 딱 한 번입니다. 업무 배우는 속도 느린 건 그렇다쳐요 하루에 근무하면서 화장실 왔다갔다 하고 화장실만 가면 함흥차사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세요?
아줌마 : 미친 X끼 지X하고 자빠졌네 돌+아이 X끼
중간 생략
대놓고 지랄하고 있네 어쩌고 있네 하고 오히려 돌아오는 건 욕설이더군요
아예 말이 안통하고 제게 돌아오는 건 귀가 따가울 수준의 고성과 온갖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욕설이였습니다.
아줌마 : 너 이 XX야 넌 내가 콩밥 먹일 거야 각오해
촉한 : 능력 되시면 얼마든지 먹이세요 그럴 빽이나 있으면 근데 당신 얼마나 나이 처먹었는지 몰라도 아줌마가 나 알아? 어따대고 이 늦은 밤에 전화해서 쌍욕질이야? 아줌마야 말로 콩밥먹고 싶지 않으면 두 번다시 전화하지마 천박한 미X년아 개같은 X년이 어디서 사람 흉내 내면서 주둥이 나불거리고 자빠졌어?
아줌마 : #$$(&*(&89451089347809!!!~~~~~~!!!!!(도저히 해석불능)
뚝
이러고 바로 그 지역전화번호와 핸드폰 번호 차단 리스트에 추가시켜놨습니다.
혹시 다른 루트로 또 전화 오면 그 때야 말로 녹음기에 녹음을 시켜두고 바로 경찰서로 직행해버릴 생각입니다.
또 이런다면 콩밥 먹일 수 있겠죠?
나도 욕했으니 쌍방이라고 하려나...;;
김ㅇㅇ군 이 글 혹시 볼려나 모르겠네
다른 어느 직장 갈 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화장실은 그리 개념없이 가지 마라
이 직장같은 태도 보이면 어느 직장 가도 쫓겨나는 결과는 마찬가지일테니까
근데 형이 욕한적은 위에 말한 X발 하나밖에 없었는데 내가 너한테 욕질했다는 건 좀 심한 거 아니니?
어디 섬나라 사람들처럼 사실왜곡은 하지 말고 다음 직장에선 네가 좀 더 발전하길 바란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