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문

아빠가 알츠하이머 치매 판정받았네요

야너가먹었냐 작성일 20.06.15 01:21:57
댓글 13조회 2,891추천 32

 

 약 5~6 년전 아빠가 그때 건망증이 좀 늘었었어요.

때마침 그때 중소기업 임원으로 재직중이었고, 알력다툼에서 밀렸다고 했으나 뭔가 회사에서 부쩍 늘어난 건망증 증세때문에 퇴직한것이리라 생각만 했었어요

 

그 후 저는 결혼도 하고 아기도 갖고,  1~2개월에 한 번씩 부모님 뵈러갔다가 돌아올때마다 항상 아빠가 했던말을 계속 하더라고요..  예를들어 '이거 가져가라' , '이거 안버려도 되는거냐?' 등등  뭔가 심상치 않았었죠

 

작년 즈음 부터 엄마랑 동생이랑 안부차 통화할때마다  아빠 정밀검사 안받아도 되는지, 별 문제 없는지 물을때마다 이상없다는 얘기만 돌아오다가, 최근에 제가 자꾸 캐묻다 보니  그제서야 알츠하이머 판정받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정기검진일에 맞춰서 휴가내고 병원에 같이 갔습니다. 

의사선생님과 부모님의 상담은 마친 뒤,  먼저 부모님은 나가계시라고하고 의사선생님과 단독 상담을 했습니다. 가족이 그동안 숨겨서 저는 이제알았으며, 제가 걱정하며 신꼉쓰여할까봐 잘 얘기 안하주는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의사선생님께서도 했던얘기 또해주시는거였겠지만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일반적인 치매 대조군(70대 이상)과 비교해보니 초로기치매라 약물복용중임에도 불구하고 진행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것을 비전문가인 제가봐도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병원 내원하기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알츠하이머 환자 뇌PET-CT 사진들을 직접 보게되고 참 씁쓸했습니다.

 

직입적으로 여쭤봤습니다.

우리가 흔히 여기는, 생활불가능할 정도의 치매단계까지 대략 어느정도의 시간이 남았는지.

약 4년이라고 하네요..  

해서 저는 가족이 해야할 게 무엇이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요양관련을 준비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슬프지도 절망스럽지도 않고 그냥 담담했습니다.

 

그동안 아빠가 좋아했던 클래식음악들을 태블릿에 왕창 집어넣고, 재생하는 방법을 10차례 이상 반복하며 알려줬습니다. 생각했던것보다 단기기억력이 너무너무 안좋아졌더라고요. 

 

그냥 많이 안타깝습니다. 한 남자가 사회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쉬지도 못한채 기억잃어가는 병에 걸리니.. 앞으로 매달 어디 좋은곳 놀러가서 맛있는거나 먹으면서 영상물같은거 남겨볼까 합니다.

 

 

야너가먹었냐의 최근 게시물
  • K2Hwan20.06.15 08:27:54댓글바로가기
    0
    저도 아버지께서 수술후 선망 증상이 있으시더니 이제 치매 단계 입니다.
    전화를 정말 많이 하십니다.
    ㅎㅎㅎㅎ

    방금 전화한거 잊어 버리시고는,

    뉴스에 날씨가 안좋거나 질병관련 뉴스 나오거나 교통사고 뉴스나오면
    꼭 전화를 하십니다.

    몸이 좋지 않으신 부모님이지만 항상 자식들 걱정이 젤 먼저 나는가 봅니다.

    너무 힘들어 하시지 마시고 부모님과 행복한 추억 많이 많드시길 빕니다.
    더불어 아버님의 쾌유를 빕니다.
  • 기분꿀꿀s20.06.15 01:36:06 댓글
    0
    힘내세요.
    병을 고치면 더욱 좋을 것 같지만 안된다면 남은 시간 만큼은 본인이 후회되지 않을만큼 아버님과 시간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아버지도 뇌졸중으로 27년동안 오른쪽 신체를 잘 못쓰십니다. 그래도 몇년전부터는 집안 상황이ㅜ좋아지면서 작년에는 처음으로 해외로 가족여행도 다녀오고 여동생이 부모님 모시고 여기저기 다니네요. 추억거리 많이 만드시고 사진, 동영상 많이 찍어 두세요.

    아무쪼록 아버님의 병이 부디 쾌유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이히리베딕히20.06.15 02:40:50 댓글
    0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글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례가 되겠지만.. 염치 불구하고 혹시 전조 증상이 어떤 것이 있었나요?

    혹시 시간을 돌린다면, 이 시점부터 바로 병원에 데려갈 걸 싶은 때가 있었나요
  • 야너가먹었냐20.06.16 00:22:52 댓글
    0
    그저 심한 건망증 정도 였습니다
    초로기 치매는 해결방법이 없고 그저 1년 2년정도 늦출 수 있는 정도라고 한걸봐서,, 시간을 돌려도 통원치료는 소용없었을 것 같네요 .. 그냥 좀 더 같이있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합니다
  • 한스프리20.06.16 08:16:32 댓글
    0
    은행 CD기에 현금 인출하러 갔는데 갑자기 비밀번호가 생각 안나거나, 더 심해지면 집 도어락 비밀번호가 생각 안나거나 한데요 ㄷㄷ 무서워요,,,초창기에는 직장에서 가끔 자주 보는 주변 사람들 이름이 갑자기 생각 안나고 그런데요, 얼굴은 아는데 이름이 갑자기 생각 안남 ㄷㄷ 어릴적 학교 다닐때는 잘 모르는 동네형, 동생 이름, 학교 선,후배 이름도 많이 기억했잖아요,,,
  • 세컨드임20.06.17 10:44:44
    0
    ...말씀하신게 제 얘기 같아서 섬뜩하네요..
  • K2Hwan20.06.15 08:27:54 댓글
    0
    저도 아버지께서 수술후 선망 증상이 있으시더니 이제 치매 단계 입니다.
    전화를 정말 많이 하십니다.
    ㅎㅎㅎㅎ

    방금 전화한거 잊어 버리시고는,

    뉴스에 날씨가 안좋거나 질병관련 뉴스 나오거나 교통사고 뉴스나오면
    꼭 전화를 하십니다.

    몸이 좋지 않으신 부모님이지만 항상 자식들 걱정이 젤 먼저 나는가 봅니다.

    너무 힘들어 하시지 마시고 부모님과 행복한 추억 많이 많드시길 빕니다.
    더불어 아버님의 쾌유를 빕니다.
  • 김남주20.06.15 12:56:14 댓글
    0
    힘내세요.. 혹시 시간되시면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라는 책 읽어보세요.
    요즘에 읽는 책인데 생활 속 밀가루 글루텐과 같은 독소들이 뇌와 치매에 미치는 영향도 알려주고,
    이를 피함으로써 어느정도 회복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 가리우마20.06.15 13:09:03 댓글
    0
    제가학생때 외할아버지가 치매로돌아가셧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모시려고햇엇는데 시간이지날수록 다들너무지치시더라구요

    밤에계속일어나서 돌아다니시고 아무이유없이 화내로소리치다가 다시조용해지시고.. 밥도 원래 적게드시는데 먹은다음 30분도안되서 밥안주냐고 난리치시고.. 그러다보니 다들지쳐서 결국 요양원보내셧는데 요양원가시니 원래도 마르셧는데 더마르시더군요.. 그리고 몇달못가서 돌아가셧다는 연락받고 장례식장갓던기억이잇네요

    제가기억하는 요양원은 다들 치매이신것같앗고 요양하는 아주머니들이 덩치도잇으시고 되게 소리도잘치고 그랫엇습니다. 아마 여러사람들을 관리해야하니 어쩔슈없겟지만.. 건물내부로들어가면 퀘퀘한냄새도나고... 여하튼 치매란병이 참 힘든것같습니다.

  • 아침텐트20.06.15 14:33:48 댓글
    0
    가장 슬픈병이네요... 어떤 말씀을 드려도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힘내세요.. ㅠㅠ
  • baggyk20.06.15 20:16:49 댓글
    0
    같은 연배의 아버지를 두고 있는 입장에서 당사자인 글쓴님은 덤덤하다는데 왜 전 눈물이 날까요?
    뭐라 해드릴 말씀은 없지만.....아버님과 온 가족분들이 모두 슬기롭고 편안하게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어요
  • 알렌_20.06.16 08:05:48 댓글
    0
    슬프다.
  • samassy20.06.16 21:29:50 댓글
    0
    본인이 아시면... 본인이 제일 힘들어하지 않으시나요??
  • 김망개20.06.29 16:51:12 댓글
    0
    마음이 아프군요 ㅜ
게시글 목록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추천수
게시글 목록
7972 뚜르뜨 2025.03.12 39,225 2
7971 사상최강 2025.03.08 68,296 0
7970 2찍남은죽자 2025.03.08 69,665 1
7969 이공계에이스 2025.03.05 94,254 28
7968 _Alice_ 2025.02.26 139,913 3
7967 _Alice_ 2025.02.24 159,394 5
7966 찐만두두빵 2025.02.24 161,535 4
7965 우주최하노동자 2025.02.24 160,586 4
7964 개나리v 2025.02.23 172,759 4
7963 녹색애벌레 2025.02.19 208,304 3
7962 유자차생강 2025.02.17 222,465 4
7961 에켁 2025.02.12 271,386 2
7960 푸핫핳 2025.02.11 283,460 1
7959 뭘로하지음 2025.02.09 296,928 0
7958 Nobodyzo 2025.02.07 310,906 3
7957 파란불그만 2025.02.02 338,486 4
7956 _Alice_ 2025.01.25 410,599 6
7955 후배위하는선배 2025.01.16 477,965 4
7954 복학생인증 2025.01.12 502,930 5
7953 _Alice_ 2025.01.07 530,814 1
7952 유자차생강 2025.01.05 537,188 3
7951 호구왔또 2025.01.05 518,339 28
7950 콧구녕 2024.12.20 644,346 2
7949 지랄대마왕 2024.12.16 678,795 1
7948 달묘둘째 2024.12.13 686,440 3
7947 yenwpd 2024.12.06 726,547 11
7946 IT하루살이 2024.11.27 777,106 6
7945 가리우마 2024.11.15 843,086 6

인생상담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