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들어간 아버지땜에 펑펑 울었습니다

어기적저기적 작성일 22.07.11 14: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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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산에 살다가 타지로 이사가서 독립하고 결혼, 아기까지 낳아 잘 살고 있었던 30대 남자입니다.

 

제가 집에서 속만 썩이다가 뒤늦게 정신차리고 독립한터라 집안의 지원은 없었고 집안 사정도 안좋아서 돈 30만원 들고 독립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고 애낳고 제 앞가림 하는데만 집중하고 혼자사는 아버지는 잘 있겠거니 믿으면서 가끔 안부나 묻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119실려 응급실갔다는 연락을 받고 경기도에서 부산까지 srt타고 바로 내려갔습니다.

 

병원가니 중환자실로 이송됐고 중환자실에서 면담하고 설명듣고.. 짧게 면회 기회를 주시더군요.

 

 

아버지는 코에 산소줄하고 몸을 달달 떨고 계셨습니다.

 

이때도 내가 동요하면 영향 줄까봐 농담하면서 덕분에 오랜만에 부산왔다고 장난치며 담소를 나눴습니다.

 

근데 아버지가 저를 잡더니 집에 가면 어디어디에 지갑을 숨겨뒀는데 거기 돈이 있다 찾아서 병원비에 보태라 이러시는겁니다.

 

일단 알겠다하고 집을 갔더니.. 집 꼴이 말이 아닙니다.

 

청소상태는 엉망이고 옷가지는 이리저리 널부러져있고..냉장고엔 두부 한 모 들어있더군요.

 

여기서 내가 나 살기 바쁘다고 무슨 불효를 저지르고 있던건가 눈물이 흐르다가..

 

아버지가 돈이 있다는 장소를 찾아서 봤는데.. 5만원짜리로 돈이 생각보다 많이 있으시더라고요.

 

 

그거 보고 정말 미친듯이 울었습니다.

 

이렇게 돈 있으면 당신 맛있는거라도 사먹고 깔끔하게 하지..

 

돈도 제대로 못버는걸 뻔히 아는데 이걸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모았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덥니다.

 

아내랑 통화하면서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다음날 다시 병원가서 속상한 마음으로 얘기하니 결혼할때 아무것도 못해주고..

 

본인 살 날 얼마 안남았는데 가기전에 짐은 안지우고 가야겠다고 그렇게 모았답니다.

 

그거 듣고 중환자실에서 또 울었습니다.

 

제가 독립하고 1달 있다가 집에 잠깐 들렀을때 아버지가 집에 온 김에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 달만에 집에 왔는데 오자마자 돈타령이냐고 나도 돈모아서 사람노릇좀 하자 이제 겨우 한달이다 이러면서 소리를 지른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돈 얘기를 일체 꺼내지 않으셨지요..

 

오래된 과거의 모든 일들이 하나하나 지나가면서 그저 눈물만 납니다.

 

병실에서 짧지만 많은 얘기들을 나누고 병실을 나와서 국수를 먹으면서 이 글을 씁니다.

 

 

너무도 죄스럽고 부족해서 자괴감만 듭니다.

 

저는 집에서 속만 썩이다 독립해서 잘사는 모습 보여주고 손녀도 보여줘서 내가 뭐라도 된것마냥 생각했는데

 

진정한 아버지의 사랑의 발끝에도 못미치는 무늬만 아빠였습니다.

 

 

손녀 보고싶은데도 코로나 옮길까 걱정되서 극구 안보러온다던 아버지..

 

코로나 심해서 좀 가라앉을때까지 극구 안보겠다던 아버지.

 

손녀 돌에 올라와서 같이 있다가 금반지 줘야지하고 아내에게 금반지 쥐어주시던 아버지..

 

제 살길 찾느라 급급하기만 하던 불효자는 그저 웁니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서 짧으면 2주에 퇴원하신답니다.

 

신나게 울고 아버지 퇴원하시는날 가족들 전부 데리고 찾아뵐겁니다.

 

신이 주신 마지막 효도할 기회라 생각하고 정말 효자되겠습니다.

 

정말 많은걸 느끼는 하루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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