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비(음모론) 개론

gubo77 작성일 08.10.13 19: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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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제가 '건강과 과학' 이라는 사이트에 '픕'이란 아이디로 올렸던 글인데요,

 

 

'음양오행이 뭔지도 모르면서 한의학을 까지 말아라'

 

라는 주장에 대해 쓴 글입니다.

 

어때요?

 

'시대정신 보지도 않았으면서 까지 말아라'

 

똑같죠?

 

 

 

 

"괴델의 정리는 새로운 공리계에 대해서도 또다른 결정불가능한 명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어떠한 공리계도 완전히 닫혀지고 완결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어떠한 공리계도 불완전하다. 이는 공리계의 경계가 닫혀 있지 않고 열려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불완전성, 그것을 열린 경계를 뜻하는 것이고, 새로운 명제가 공리로서 들어와 않을 수 있는 여백을 뜻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불완전함의 미덕이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퍼온 내용인데요, 그 핵심내용만을 얘기하자면, 어떠한 이론체계도 그 이론체계 내에서는 자체적으로 그 이론의 완벽함을 증명해 내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언어학자 소쉬르는 이보다 100년도 더 전에 이와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바로 '시니피앙/시니피에', '기표/기의' 의 문제입니다.
만약 우리가 사전에서 단어를 찾는다면, 그 단어는 그 단어를 정의하는 다른 단어들로 표현되어 있죠. 그렇다면 그 다른 단어들을 다시 사전에서 찾아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단어들 역시 다른 단어들로 표현되어 있을 것이고....결국은 다시 처음의 단어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렇게 단어의 표현(시니피앙, 기표)과 그 의미내용(시니페에, 기의)은 끝없이 미끄러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어떤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이 미끄러짐을 고정시켜 줄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 이 필요하게 됩니다.
바로 이 '절대적인 기준' 이 괴델의 정리에서 '결정불가능한 명제' 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절대적인 기준'을 인식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믿음'이라는 형태를 제외하고 말이죠.
'신'도 믿을 뿐이고, '형이상학적 원리' 도 믿을 뿐이고, '유클리드의 공리들' 도 믿을 뿐입니다.
인간이 '절대적인 진리'를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은 도대체가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르기아스'처럼 회의주의에 빠져 들 필요는 없습니다.
학문의 궁극적 목적이 거시적으로는 '유용함'에 있다고 한다면, '절대적인 진리'는 아닐 지라도 얼마든지 '유용한 상대적 지식'들은 인식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상대적이라고 해서 이 유용함의 기준을 '인식하는 주체'에 둔다면 집단간에 갈등만을 일으킬 것이고, 힘의 불균형에 의한 불평등의 문제만을 야기할 것입니다.
따라서 '인식하는 주체'와 무관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의 정립이 절실해집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깊이 들어가자면야 '폴라니'도 언급하고 해야 할 테지만, 일단은 '포퍼의 반증가능성' 만으로도 충분해 보입니다.-반증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번 언급되었으므로 생략합니다.

그렇다면,

-한의학을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하지 마라
-한의학이 얼마나 심오한지 그 중심에 들어와서 그 깊이를 느껴봐라

라는 주장이 어떠한 맥락에서 받아들여 지는지도 명확해 질 것입니다.
한의학을 아무리 파고들어도 그 자체로 한의학은 완결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한의학에 필요한 것은 한의학의 이론적 깊이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절대적 진리'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유용한 지식'이 되기 위해 '객관 타당성'이라는 기준을 통해
자신을 검증해 나가는 것 뿐입니다.

한의학 공부도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잘 알고 있기에 무식하다고 욕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적어도 앞으로는 저런 주장 좀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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