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 지난 26일 방영된 KBS <뉴스9> '중국집 CCTV 설치' 기사. 이춘근 PD 체포소식보다 앞서 방영됐다.
▲ 지난 26일 방영된 SBS <8뉴스>. 김연아가 리허설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는 내용이 이춘근 PD의 체포와 언론계의 반발 소식보다 한참 앞에서 보도됐다.
PD체포소식 '야구팀 개선' '김연아' '스키장 재개장' 보다 뒷전
검찰이 지난해 광우병 의혹 편을 제작했던 이춘근 MBC 전 <PD수첩> PD를 기습적으로 긴급체포하고 당시 제작진 6명 전원의 체포영장 발부 및 자택 압수수색을 실시한데 대해 방송사들의 관심이 미온적인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과 광우병이 발생할 우려를 보도했다고 제작진이 정부 관계자와 정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상식적' 주장을 받아들여 제작진 주변을 이잡듯 뒤지고 대형 비리사범 다루듯 하는 검찰의 행태에 정작 당사자라고 할 수도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봄날씨' '폭설' 'WBC야구팀 개선' '김연아 리허설' 등의 생활뉴스만도 못한 가치판단을 했다.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MBC도 메인뉴스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아 보였다. 무덤덤하게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들었다.
MBC는 지난 26일 <뉴스데스크>에서 이춘근 PD의 긴급체포 사태와 관련해 'PD수첩 이춘근 PD 체포..압수수색' 'PD수첩 제작진 체포, "언론 탄압"' 등 두건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 두 건의 보도는 각각 14번째와 15번째 뉴스로 배치됐다. 밤 9시에 시작한 뉴스에서 주요뉴스가 보도된 뒤 9시24분께 보도됐다. 이날 주요뉴스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사퇴 의사 표명' '북한 광명성 2호 발사대 장착' '고 장자연 술접대 강요 후속' 등이었다. 이 뿐 아니라 'WBC서 준우승한 야구팀 개선' '강원도 기습폭설에 스키장 재오픈' 등의 뉴스도 이춘근 PD 체포 소식에 앞섰다.
야구가 아무리 관심사라 하지만 방송제작에 심각한 자율성 침해와 탄압의 우려가 제기되는 뉴스만도 못할까. 무엇보다 눈이 갑자기 많이 내려 스키장이 문을 다시 열었다는 뉴스를 어떻게 버젓이 앞머리에 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이 같은 뉴스배치는 비단 MBC 뿐 아니라 KBS와 SBS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뉴스배치에서 가장 문제의식을 찾아보기 힘든 곳은 공영방송을 자임하는 KBS의 <뉴스9>이다. '야구팀 개선' 2건(10·11번째), '강원도 폭설' '음주운전 차량 경찰관 7명 덮쳐' '태극기 관리소홀' '주가 연중 최고치' '중국집 CCTV 설치' 등의 뉴스가 PD 체포 소식 앞에서 방송됐다. '검찰, PD수첩 PD체포…"언론탄압"' 리포트는 27번째 뉴스였다. 시간대는 42∼43분대로 조수빈 앵커의 단신 소개 바로 앞의 리포트로 나갔다.
SBS '김연아 리허설·진달래 활짝' 뉴스보다 밀려…KBS 뉴스 끝머리에 방송
SBS는 이춘근 PD 체포 소식을 18번째로 배치해 KBS보다는 앞선 시간대(8시30분께)에 방영됐지만, 앞에 소개된 뉴스들의 목록을 보면 이 PD에 대한 체포는 이날 발생한 그냥 하나의 뉴스일 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SBS는 야구팀 개선 뉴스를 무려 3건(10∼12번째)이나 배치했고, 이 중엔 이명박 대통령이 대표팀을 초청했다는 별도의 리포트까지 했다. 무엇보다 세계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김연아가 리허설 연습경기에서 "화끈한 기량을 보였다"는 뉴스도 야구 소식(13번째)의 뒤를 이었다. '때아닌 함박눈 펑펑 눈꽃 활짝'(14번째) '영취산 진달래 활짝'(15번째) '태반주사 효과없어'(17번째) 등의 뉴스도 MBC <PD수첩> PD 체포 소식 보다 먼저 방송됐다
뉴스의 내용도 검찰의 강제수사를 옹호하는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기도 했다. MBC는 <뉴스데스크> 'PD수첩 제작진 체포, "언론 탄압"'에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PD 수첩의 광우병 방송이 적절했는지, 또는 정부 정책을 비판한 언론을 법으로 처벌하는 게 옳으냐 그르냐 하는 것"이라면서 학자(고려대 박경신 교수)와 국경없는 기자회(빈센트 브로셀)의 비판 목소리를 전했다.
MBC도 14번째 뉴스로, '야구팀 개선' '폭설로 스키장 재개장' 소식보다 뒤에 방송
그런데 MBC는 마지막 부분에 돌연 "하지만 고소가 된 만큼, 제작진이 성실히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김춘식 경문대 교수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법집행 과정의 일부로 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언론 탄압으로 본다는 것은 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두 줄짜리 문장이지만 전체 리포트의 흐름을 볼 때 도드라진다. "법집행 과정"이라는 절차와 형식의 논리는 "왜"가 빠져있다. 왜 수사를 받아야 하고, 왜 제작진이 소환을 받을 수 없는지를 설명해주지 않은 채 '정치수사이므로 잘못'이라는 주장과 나란히 '정당한 법집행이므로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두 줄 이상의 효과를 갖는다. 특히 자신의 방송사 PD들이 정부의 잘못된 협상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가 되레 정부에 소송을 당한 사태를 이렇게 '이쪽 주장도 있고, 저쪽 주장도 있다'는 식으로 해설하는 게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왠지 검찰쪽 편의 주장을 끼워넣으려한 것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받는다.
MBC리포트엔 'PD수첩 성실히 수사응해야' 주장도 담아 "끼워맞추기" "양쪽 주장 반영"
신경민 앵커 "할 말이 없습니다" 대조
보도국 제작진은 "간부의 생각은 '언론탄압이라고 치자, 하지만 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얘기도 있으니 살짝이라도 넣어주자'는 것이었다"며 "양쪽의 주장을 같이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넣은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뉴스데스크> 진행자인 신경민 박혜진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소극적인 뉴스배치나 뉴스내용과 달리 간명하게 이번 사태의 심각성과 문제점을 지적해 대조를 보였다.
"일요일 YTN 기자 자택 체포와 화요일 노조 위원장 구속에 이어서 어제 수요일 한밤중 본사 PD가 체포되고, 오늘은 자택 압수 수색으로 숨가쁘게 진행됐습니다(박혜진). 수사의 겉모양새만 보면 엄청난 조직범죄처럼 보입니다. 언론에 대한 수사라고 다른 나라에게 얘기하면 모두 웃으면서 한국 브랜드 가치를 다시 들여다 볼 것 같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신경민)."
"할 말이 없다"는 말은 대부분의 언론인들이 검찰의 행태를 두고 정부와 국민을 향해 털어놓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404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410
박연차 리스트,wbc야구,장자연 뉴스로 도배하더니 ......5공부활 ㄳ
그리고 왠지 허버트 마르쿠제의 1차원적인 인간이 생각나는군요.. 사회변화를 스포츠적인 말초자극으로 덮어버린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