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서프라이즈 박정민 기자] 16일 MBC 시사 교양프로그램 ‘뉴스후’는 지난 2004년 12월 경남 밀양의 남자 고등학생 40명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당시 여중생 박수진(가명) 양이 학교와 사회의 냉대 끝에 결국 가출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후’는 이날 방송에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 수진 양이 겪은 고통을 취재한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성폭행 가해자 학생들은 별다른 형사처벌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시청자들의 비판이 증폭됐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2003년 6월 수진양의 여동생이 전화번호를 잘못 눌러 밀양의 한 고등학생과 통화하게 됐다. 이후 수진양은 동생과 함께 밀양으로 놀러갔다가 밀양지역 고등학생들한테 여관에서 집단성폭행을 당했고 가해 학생들은 수진양에게 “아빠한테 다 얘기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성폭행은 1년 여간 지속됐고 가해학생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으며 쇠파이프로 구타를 하거나 옷을 벗긴 채 휴대전화로 촬영을 했다. 결국 수진 양은 경찰 수사 직후인 2005년 1월 어머니와 함께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왔고 당시 극심한 불안증세와 공황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가해자 학생들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05년 3월 정신과 치료 도중 가해학생들 부모와 당시 알콜중독자였던 수진 양의 아버지는 “합의서가 있어야 한다”며 수진 양에게 합의를 종용했다. 결국 병원을 나가고 싶은 열망이 강했던 수진 양은 합의서를 써주고야 말았다.
제작진에 따르면 수진 양은 당시 “합의해줄 생각이 없었는데 고모와 아빠가 합의를 하라고 했다. 가난이 싫어 합의한 것인데 가해자들은 비웃음을 치면서 웃는 것을 보고 진짜 너무 황당해서 기가찼다”고 말했다고 한다.
수진 양의 아버지는 합의금으로 5000만원 정도를 받아 1500만원으로는 울산 외곽에 작은 집을 구하고, 남은 돈은 합의를 주도한 친척들과 나눠가졌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수진 양 어머니는 “그 합의금 때문에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다 나눠 가졌다”고 말했다.
한편 수진 양은 서울에서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한 달 정도 학교를 못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행 수사와 치료를 받느라 학기 초 결석이 많았다고 설명했지만 학교에서는 늘 문전박대였다는 것이다.
결국 수진 양은 변호인들까지 나서 서울 한 공립 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전학 간 학교에서도 가해 학부모들이 찾아와 성폭행 피해자라는 것이 알려져 휴학을 한 뒤 전화번호를 바꾸고 이사까지 했다.
심한 우울증세의 재발과 함께 ‘섭식장애’까지 생긴 수진 양은 지난달 아무 말도 없이 가출했다고 어머니는 전했다.
‘뉴스후’는 실제 가해학생들 가운데 단 한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3개 고교의 가해학생 중 학내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도 1개 고교 7명으로 3일간 교내봉사활동에 그친 것.
‘뉴스후’ 제작진은 “한국은 성범죄를 저질러도 거리를 활보하는 나라로 밀양여중생 성폭행 사건 처리결과를 보면 성범죄자의 천국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