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사회부 이재웅 기자]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대검찰청의 수사 발표 방식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검사 수 십명을 포함한 매머드급 수사인력으로 6개월 동안 매달린 수사 결과 치곤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으면서도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나 유감표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12일 수사브리핑 자료를 통해 '저인망식 수사', '신병결정 지연', '보복.표적 수사', '예우문제', '피의사실 공표' 등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각종 지적에 대해 3쪽을 할애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이나 가족들에 대해 저인망식 수사를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노건호, 연철호씨 등 일부 관련자의 경우 진술을 계속 번복해 조사 횟수가 많아졌다"고 해명했다.
신병 결정이 지연됐다는 지적에는 "청와대 통화내역 확인 및 주택구입자금 40만 달러 추가 의혹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측근들에 대한 보복.표적 수사 주장에 대해서는 "박연차와 관련된 금품수수 범위 내에서만 수사를 진행했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였음을 강조했고, 노 전 대통령 조사시 예우를 다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또 수사 브리핑을 통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주장에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오보 및 추측성 보도의 확산으로 인한 혼란 예방 때문이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손상시켰다고 거론되는 몇몇 사례들은 검찰에서 브리핑하거나 확인해 준 내용이 아니다"고 화살을 돌렸다.
수사의 정당성을 부각시킨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내사종결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미화 640만 달러 뇌물수수 등 피의사실은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하기 전까지 "재임 중 가족들이 돈을 받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뇌물수수 혐의를 강력히 부인해 왔음에도 불구, 그의 사후 변론권이 행사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검찰이 "죄가 인정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논란을 자초한 일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측에 돈을 준 박연차 전 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 적용하지 않았으면서도 "노 전 대통령의 피의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피의사실 공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는 '다른 사건관계인'이 '빨대'였을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물론 검찰 이외의 정부조직이나 사건관계인을 통해 수사 정보가 흘러나갈 여지가 있지만, 언론에 보도된 상당수 정보들은 검찰이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내용이 많았는 점에서 지나친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보복.표적수사와 피의사실 공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부실수사 등 각종 논란에 대해 대검 중수부가 '수사는 정당했고, 부당한 피의사실 공개는 없었다'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반박한 것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사퇴한 임채진 검찰총장 조차 "수사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제언과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여 개선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과 표명을 했음에도 불구, 대검 중수부가 반성없는 당당함을 주장하는 것은 감동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측은 이날 수사발표에 대해 "검찰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책임회피와 자기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두 번 욕보이는 행태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진실은 검찰이 누구의 지시로 어떤 목적으로 왜 '정치적 기획수사', '짜맞추기 표적수사'를 했느냐에 대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